결괴 2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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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어떤 사건이 '남의 일'에서 '내 일'로 바뀔 때 세상이 얼마나 잔인해지는지 보여주는 소설이었다. 사와노 료스케가 실종되고, 토막살해된 채 발견되던 그 순간, 경찰은 범인으로 료스케의 형 사와노 다카시를 향하고 있었다. 단지 다카시가 료스케가 실종되기 전 만났다는 단 한가지 이유로 그는 유력한 범인이 되어야 했으며, 그의 일거수 일투족 언론에 의해 파헤쳐지게 된다. 언론들은 료스케 주변인들과 인터뷰를 통해 료스케를 착하고 성실한 사람으로 치장하고 있으며, 그에 반해 다카시의 도덕적인 면은 모두 부정적인 시선만 비추고 있었다. 세상 사람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자신이 생각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그런 경향은 이 소설에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회사의 영업 사원이었던 료스케와 달리 엘리트로서 공부 잘하는 다카시는 동생의 죽음으로 인해 궁지에 몰리게 되었으며, 점점 더 몰락하게 된다.


이 소설에서 료스케를 죽인 범인이 누군지 결괴 1권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눈치챘을 것이다. 범인은 돗토리 중학교 2학년에 다니는 기타자기 도모야였다.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었고, 다른 아이들과 다른 성향을 지니고 있었던 기타자기 도모야는 누군가를 죽인다는 것에 대해 망상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의 성향은 자신의 어머니 기타자기 시호코의 영향이 크다. 학교에서 내 아이는 나쁜 짓을 하지 않으며, 아이의 행동의 근원은 다른 아이들 때문이라 생각했던 시호코는 아들의 두번 째 살인으로 인해 망가지고 말았다. 같은 동급생 여자 아이를 죽였던 다카시는 스스로 경찰에 자수 하였으며, 료스케 토막살인사건의 전모가 드러나게 된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과거로 돌아갈 순 없었다. 다카시의 혐의가 불분명한데도 경찰은 그를 10시간 넘는 시간 조사를 하였고, 그의 살인 증거가 없는데도 무리하게 범인으로 몰고 갔다. 그들은 다카시의 자백이 필요했다. 그래야만 그들은 세강의 시선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그로 인해 승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 사람들의 기억은 범인을 미리 다카시로 단정 지었으며, 그의 가족과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게 된다. 물론 료스케의 어머니 가즈코와 아내 요시에도 거기서 벗어날 수 없었고, 덫에 갖히고 말았다. 가즈코는 외삼촌이 머무는 곳으로 가야 했으며, 료스케의 죽음에 대해 세상 사람들이 망각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세상은 료스케 토막 살인사건이 뇌리 속에 지워지지 않게끔 해 놓았던 것이며, 기자는 끈질기게 료스케 주변 사람들과 도모야 주변에 나타나면서 그들을 괴롭히게 된다.


하나의 단서가 드러남으로서 료스케의 행적도 나타나게 되었다. 도모야와 료스케의 만남 속에 인터넷 공간에서 일기를 써내려 갔던 료스케는,그로 인해 악마라 불리는 '666'가 료스케와 연결되었던 이유가 되고 말았다. 그는 도모야와 함께 공범이었으며, 한 가정을 파멸 시키고 있었다.


"악마는 과연 존재하는가? 고전적인 질문이지. 물론 존재해. 실제로 여기 있으니까! 거짓이라 생각해도 고통이 네게 그 실재를 웅변하잖아! 신이 죽었다고 악마까지 순순히 죽어주진 않는다는 게 안타깝기 짝이 없는 이 세상이 현실이야. 하긴 신 따윈 애당초 존재하지 않아. 신의 전능성. 그게 뭐지? 응? 인간에게 불가능한 온갖 것의 반대. 결코 그 이상은 아니야. 너는 지금 이 절망적인 상황에서 네 힘으로는 절대 도망칠 수 없어. 그렇다면 신에게 기도하는 수밖에! 기도하고,기도하고 하염없이 기도해! 신이란 인간의 무력함의 한 표현일 뿐이야. 그 윤곽이 맺어지는 곳이 바로 인간의 한계인 셈이지. 하지만 그건 망상이야, 안 그런가?"


"신은 형이상학적이야. 그러나 악마는 반드시 실재해! 악마야말로 수육受肉된 말이라고! 예수그리스도라는 발상의 뛰어난 점은 초기 라틴 교부들이 그것을 알아채고 대항할 필요를 느꼈다는 거야. 그래! 처음부터! 그걸 아나? 악마의 부재를 못 견디는 것은 다름아닌 인간 자신이야! 인간은 내면의 위험에 말을 부여해 밖으로 몰아내지 않으면, 어떻게 해도 그것을 자기 자신과 혼동해 버리는 참으로 딱하고 비참한 동물이야. 살인범, 강간범, 방화범,절도범, 자신이 그런 인간이 아니라고 믿으려면 자신 외의 그런 존재가 절대적으로 필요해! 그게 바로 악마야! 입밖으로 나온 말은 어딘가에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영원히 인간들의 세계를 공전하지. 사람들은 그러다 누군가 불시에 그리고 손을 뻗거나, 혹은 자기 자신의 뜻하지 않게 그 역할을 떠맡아버릴까봐 두려워해. 악마는 실재해! 없다면 억지로라도 날조해야 하고! 그에 관해 말하고, 그와 대적하고, 그를 처벌함으로써 인간은 비로소 스스로의 선성善性을 맹신할 수 잇어. 이해하겠나? 악마는 평화라는 백일몽 속에서만 꿀 수 있는 꿈 중의 꿈이야!" (p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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