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걸어서 여행하는 이유 - 지구를 사랑한 소설가가 저지른 도보 여행 프로젝트
올리비에 블레이즈 지음, 김혜영 옮김 / 북라이프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인간은 긴 거리를 걷거나 달린다. 동물은 생존을 위해 걷고 달리고 날아다니지만, 인간은 온전히 자신을 위해 걷고 달린다. 걷고 달리면, 인간은 스스로 자신에게 주어진 거추장스러운 것을 내려 놓게 된다. 문명의 이기 속에 살아가면서 느꼈던 걱정과 불안, 고민거리, 그런 것들을 걷고 달리면 사소한 것이 거추장스럽다.  많은 이들이 도보 순례를 하고, 긴 거리를 하는 이유는 바로 모험을 좋아하고,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는 것,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을 낯선 곳으로 내보임으로서 나에 대해서 한번 쯤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올리비에 블레이즈도 그런 것을 느껴 보고 싶었다. 스스로 세계일주 프로젝트라 부르며, 일년에 한번 한달동안 세계를 다니는 것이다. 올리비에 블레이즈의 세계일주 프로젝트는 우리의 개념으로 치면 백두대간 종주에 해당된다. 대한민국 전국의 산을 지나가는 것은 왠만한 산악인이라 하더라도 쉽지 않다. 매주 한번씩 산을 올라가고 내려가면서 백두대간을 완성하게 된다. 그의 세계일주 프로젝트도 이와 비슷한 개념인 것이다.


이 책은 올리비에 블레이즈의 세계일주 프로젝트 중에서 일곱번 째 여정까지 기록되고 있다. 세계일주 프로젝트의 첫 시작은 프랑스 남서부 도시 알비의 언덕에 있는 작은 마을 팡플론이다. 그곳에서 일하는 사서는 '책과 도시락의 축제'에 초대하려고 했으며, 그 취지에 맞게 그는 초대에 응했다. 그것이 세계일주의 첫 시작이 된다. 이 작은 마을은 우리에겐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지만, 프랑스 시인이자 소설가인 뤼시앵 파브르(Lucien Fabre)가 태어난 곳이며, 올리비에 블레이즈에겐 낯선 곳이 아니다.그렇게 그의 세계일주의 처음은 7월 4일에 시작해 7월 27일 500km 떨어진 리옹에 도착하게 된다.


그는 도보여행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똑같은 질문을 받게 된다. 왜 도보여행을 하는지, 왜 장거리를 걸어가는지 사람들은 궁금해 한다. 하지만 그의 대답은 한결 같았다. 자신의 한계를 시험해 보고 싶었고, 스스로를 낯선 곳에 떠밀어 버렸다. 누군가 강요했다면 하지 않았을 이길을 스스로 자신이 정한 규칙에 따라 움직였으며, 처음 혼자였던 도보여행은 레미와 함께 하는 도보여행으로 바뀌게 된다. 도보여행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경험들은 그에게 큰 자산이 되고, 성장의 디딤돌이 되었다. 장거리 도보여행은 누구나 해보지 못하는 특별한 경험인 것이다.


도보여행에서 필수는 배낭이다. 처음 64리터 큰 배낭에 등산화가 아닌 쿠션 좋은 달리기용 운동화였다. 등산을 할 때 필수인 스틱은 기본이다. 종이로 된 지도는 자신이 걸어온 곳과 일치하지 않았다. 그는 스스로 디지털 지도를 구해서 도보 여행을 했으며, 디지털 지도는 스위스 국경을 지나는데 요긴하게 쓰여졌다. 도보여행에서 변수는 바로 햇볓과 더위, 날씨였다. 뜨거운 햇빛은 사람을 지치게 하고, 갈증 속에 온전히 자신을 내몰게 된다. 하지만 스스로 그걸 감내하였으며, 물을 스스로 구하게 된다. 도보여행의 큰 장애물은 자동차이다. 사람의 발걸음과 뜨거운 더위와 날씨는 자동차의 유혹이 큰 장애물이 된다. 그럼에도 그는 묵묵히 스스로 걸어갔으며, 때로는 무모한 행동도 서슴없이 하게 된다.


그의 무모함은 바로 베네치아를 지나가는 길에서 나타났다. 다섯번째 여정에서 이탈리아 트레센다에서 베네치아로 가는길, 베네치아로 들어설 수 있는 합법적인 도보 여행은 없었다. 사람이 지나갈 수 없는, 앞에 놓여진 철길을 스스로 건너갔으며, 고속도로 위를 몰래 넘어가게 되었다., 만약 이런 행동을 우리 나라 소설가가 했다면 어쩌면 도덕적인 지탄을 받았을 것이다. 오솔길이 없었기에 그는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게 된다. 문명의 이기가 때로는 스스로의 원칙을 깰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바로 여기에 있다.


소설가 올리비에 블레이즈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나갔다. 지치고 힘든 순간에서 그 상황을 감내하고, 이겨낼 수 있었다.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모험을 하였던 그는 스스로 성장할 수 있게 되었으며, 마흔이 찾아와 느꼈던 두려움과 불확실한 인생, 그는 도보를 통해서 스스로 긍정적인 삶으로 바꿔 나가게 된다.이제 그는 텐트를 금방 쌀수 있게 되었으며, 어디서는 누울 수 있는 준비가 되었다. 그리고 그는 점차 유럽을 벗어나 아시아로 향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세계일주 프로젝트는 헝가리 미슈콜츠가 끝이 아니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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