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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코리아 - 파란 눈의 미식가, 진짜 한국을 맛보다 ㅣ 처음 맞춤 여행
그레이엄 홀리데이 지음, 이현숙 옮김 / 처음북스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그레이엄
홀리데이는 영국 럭비에서 태어나 26살 되는 해 한국 익산에 영어 선생님으로 부임하게 된다. 한국에서 경험했던 독특한 냄새와
분위기는 1년간의 짧은 한국 생활이었지만, 그의 인생에 새로운 전환점이 되었다 베트남을 거쳐 지금 현재 세네갈에 머물고 있는
그레이엄 홀리데이는 한국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었고, 다시 한국에 돌아와 한국의 문화와 음식을 찾아다니게 된다. 대한 민국 곳곳에
숨어있는 음식들을 맛보면서 ,그는 한국적인 음식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20년만에 다시 찾아온 한국은 과거의 모습이 많이 사라지고, 전통이 단절된 왜곡된 현대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한국인의 정서와 문화, 음식에 대한 기억들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엿볼 수
있다. 과거보다 외국인이 더 많이 찾아오는 한국사회에서, 진정 한국적인 것은 퇴색되어 갔으며, 과거의 소중했던 자산들이 낡았다는 그
이유만으로 파괴하고 철거하게 된다. 그의 기억 속 골목길 안의 음식점들은 사라지고, 커피숍과 같은 현대적인 양식의 소비문화가 자리하게 된다. 또한 한옥 일색의 한국에 대한 기억들을 이젠 꺼낼 수가 없었다. 아파트 일색의 서울 도심에서 꾸며진 한옥집은 잘 사는 부자들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바뀌고 말았다,.
우리는
애국심이라 말하지만 저자는 대한민국 안에 보여지는 애국심에 대해 국수주의라고 말한다. 일본에 대해 언급하는 것과 독도와 동해에
대해 말하는 것에 대해서 외국인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말한다. 독도를 일본 땅이라 말하거나 동해를 일본해라 말하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에게 화와 분노를 불러들이는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사실 반성하게 된다. 한국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한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외국인은 매운 걸 싫어하고, 마늘과 고추, 생강과 같은 톡쏘는 것에 대해
외국인이 혐오스러워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글로벌 대한민국을 표방하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과거의
전통을 보존하고 잘 지켜나가는 것이다. '현대적'이라는 단어는 모든 것을 바꿔 놓고 있으며, 단절과 파괴를 정당화 한다.
외국인을 불러 들인다고 그들의 문화를 모방하고 복제해 한국에 옮겨놓는 어리석은 행동을 반복하고 있다. 실제 그들이 보고 싶은 것은
그레이엄 홀리데이와 같이 가장 한국적인 것, 한국적인 문화와 색채와 분위기를 느끼고 싶었던 것이다. 과거의 모습이 변하지 않는
한국적인 모습들이다. 연탄 난로 위에서 석쇠에 올려놓은 고기 내음새, 생강 뿌리(?)처럼 거친 할머니의 손에서 탄생되는 한국적인
음식을 그레이엄 홀리데이는 맞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가 한국을 찾아와 마주했던 건 그의 생각과 다른 한국의 정서와 분위기였다.
책에는
대부분 한국 음식에 대해 나온다. 안동 소주에서 강원도 메밀전병, 전라도 전주비빔밥과 안동 비빔밥의 차이, 메밀이 강원도에만
있다는 착각은 이 책을 읽게 되면 그 상식이 무너지게 된다. 저자는 여전히 내장 음식들을 잘 먹지 못한다. 우리가 즐겨 먹는
순대국을 시체국이라 말하는 그 안에서 한국 음식에 대한 호불호가 나누고 있으며, 한국인들도 잘 먹지 못하는 홍어에 대한 기억을
저자도 간직하고 있다.안동에서 느꼈던 안동 수주에 대한 기억들, 춘천 닭갈비, 대구 막창, 부산 자갈치 시장에서 느꼈던 아지매들에
대한 기억들이 이 책에 고스란히 나온다.
가장 한국적인 음식은 무얼까, 우리가 생각하기에 김치, 메주,
청국장을 한국적인 음식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그것은 다른 나라에서 한국으로 건너온 음식이며, 발효로
인해 만들어지는 음식들은 다른 나라에도 있다고 언급한다. '전주비빔밥'이 가장 한국적인 음식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그가
다녀온 전세계 곳곳에서 전주비빔밥과 비슷한 요리를 찾아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갈하면서 운치있는 전라도의 향토음식 전주비빔밥, 그
음식에 대한 기록이 이 책에 나온다.
그가 처음 본 한국에 대한 기억들, 그리고 20년 뒤 다시 찾아온
한국은 많이 달라졌다. 드라마 속 한국의 이미지는 실제 한국과 많이 달랐으며, 외국인의 눈에는 그 모습에 대해 상당히 혐오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중산층 가정에서 소비를 즐기고, 외모와 부 이 두가지를 다 갖춘 이들의 모습 속에서 이혼과 갈등이 반복되는
드라마속 이미지는 전혀 한국적이지 않았다. 각 지역에 보여지는 슬로건은 의미불명함 그 자체이다. 길거리에서 스마트폰과 셀카를 찍는
한국인들의 모습도 마찬가지이다. 그는 그렇게 21세기 한국의 모습을 기록해 놓고 있으며, 다시 20년 뒤 2035년이 되면
지금의 모습이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