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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 스피어
김언희 지음 / 해냄 / 2017년 7월
평점 :
1. 法性圓融無二相(법성원융무이상) 2. 諸法不動本來寂(제법부동본래적)
3. 無名無相絶一切(무명무상절일체) 4. 證知所知非餘境(증지소지비여경)
5. 眞性甚深極微妙(진성심심극미묘) 6. 不守自性隨緣成(불수자성수연성)
7. 一中一切多中一(일중일체다중일) 8. 一卽一切多卽一(일즉일체다즉일)
9. 一微塵中含十方(일미진중함시방) 10.一切塵中亦如是(일체진중역여시)
11.無量遠劫卽一念(무량원겁즉일념) 12.一念卽是無量劫(일념즉시무량겁)
13.九世十世互相卽(구세십세호상즉) 14.仍不雜亂隔別成(잉불잡란격별성)
15.初發心時便正覺(초발심시변정각) 16.生死涅槃相共和(생사열반상공화)
17.理事冥然無分別(리사명연무분별) 18.十佛普賢大人境(시불보현대인경)
19.能仁海印三昧中(능인해인삼매중) 20.飜出如意不思議(번출여의불사의)
21.雨寶益生滿虛空(우보익생만허공) 22.衆生隨器得利益(중생수기득이익)
23.是故行者還本際(시고행자환본제) 24.叵息妄想必不得(파식망상필부득)
25.無緣善巧捉如意(무연선교착여의) 26.歸家隨分得資糧(귀가수분득자량)
27.以陀羅尼無盡寶(이다라니무진보) 28.莊嚴法界實寶殿(장엄법계실보전)
29.窮坐實際中道床(궁좌실제중도상) 30.舊來不動名爲佛(구래부동명위불)
위의 문장은 화엄일승법계도이다. 내가 사는 곳에 부석사가 있다. 의상대사가 창건한 부석사는 한국 화엄종의
근본도량이다. 부석사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최순우님께서 쓰신 베스트셀러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서서' 였다.
그 책은 부석사의 아름다움이 그 책에 담겨져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부석사에 대해 제대로 느끼고자 하려면, 부석사로
가는 길을 스스로 걸어봐야 하며, 그 안에서 의상대사가 이곳에 부석사를 지은 이유를 알게 된다. 부석사 입구에 들어서면 사천왕이
보이고, 경건한 마음으로 부석사 내부를 감상할 수 있게 된다.
화엄일승법제도와 부석사를 뜬금없이 등장시킨
이유는 이 소설에 등장하는 두 인물 장현도와 장현도의 운명을 바꾼 소녀 공바라 때문이다. 두 사람 사이를 연결시켜주는 건
'화엄일승법계도'였으며, 우주의 원리와 부처의 가르침이 소설속에 등장한다. 불교와 부처, 우주에 관한 이야기라 해서 이 소설이
딱딱하거나 지루할 거라는 착각은 접어두고 가벼이 읽어 나갈 수 있다. 도리어 작가의 상상력과 생각이 참 독특하고 재미있다.
불교적인 상상력을 매개체로 해서 공부잘하고 춤 잘 추는 엄친아 장현도와 장현도의 운명을 바꾼 공바라를 등장시키고 있으며, 5인조
아이돌 그룹 지오의 리더 장현도가 가수 생활을 접고 성형의사가 된 그 과정이 흥미롭게 펼쳐지고 있다.
장현도가
아이돌 가수가 된 것도 운명이었고, 성형의과 원장이 된 것 또한 운명이었다. 정현도를 따라 다녔던 사생팬 강도희는 기자가 되어,
10년째 두문불출했던 장현도를 인터뷰하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오게 된다. 사생팬 강도희가 알고 싶었지만, 알지 못했던 그 한가지,
사생팬으로서 장현도의 모든 걸 알고 싶었던 그녀는 결국 장현도의 감춰진 치부를 드러내게 되었고, 그것은 이 소설의 시작이었으며,
전체 줄거리가 되고 말았다. 가수에서 성형의과 원장이 될 수 밖에 없었던 그 뒤에는 실종된 공바라를 찾고자 하는 장현도의 의지가
숨어있었으며, 장현도는 공바라가 남겨놓은 메시지를 목걸이 펜던트를 통해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었다.물론 장현도의 목에 걸린 펜던트를 강도희가 모를리가 없었다.
이
소설에는 불교적인 소스가 소설 곳곳에 숨어있다. 공바라라는 이름 속에서도 나타나며, 아이돌 가수로 활동하던 시절 발표한
<화엄일승법제도> 에도 남겨져 있다. 그 안에 숨겨진 장현도의 운명은 고아라의 숨겨진 과거 이야기가 있으며, 공바라는
자신을 잊어야만 장현도가 스스로 구제될 수 있다는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남기고 실종되고 말았다. 하지만 장현도는 메시지를 거부하게
된다. 그리고 2015년 9월 14일 공바라와 만날수 있을거라는 기대감에 지금까지 장현도이면서, 장현도가 아닌 채 존재하게
되었다. 우주라는 거대한 존재 안에 살아있는 인간, 인간의 시공간을 뒤틀어 놓는 '매직스피어'는 누군가의 탐욕이 숨어있다. 그
탐욕으로 인해 공바라의 부모가 죽었으며, 공바라 또한 실종되고 말았다. 그리고 그 어두운 그림자는 서서히 장현도 곁으로 찾아오게 된다.
이
소설은 불교와 우주, 양자역학까지 다루는 독특한 주제를 가진 소설이다. 작가의 상상력 속에 우리가 풀지 못하는 시간과 공간,
존재에 관한 물음표들, 그 물음표에 대해 불교를 통해 얻고자 했으며, 장현도라는 인물과 공바라, 두 인물의 운명과 과거를
들여다보면서 공바라의 실종과 공바라의 부모님 공영수와 진명주의 죽음 뒤에 감춰진 음모, 그렇게 소설 속의 심연의 공간으로 빠져들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