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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초 패러독스 - 여성폭력은 결국 남성의 문제다
잭슨 카츠 지음, 신동숙 옮김 / 갈마바람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폭력범죄의 궁극적인 책임은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들에게 있다. 달리 말하면, 가정폭력과 성폭력이 심각한 문제인 이유는 폭력을 겪는 여자들이 너무 많아서가 아니라 너무 많은 남자가 폭력을 행사하거나 용인하기 때문이다. 미묘하면서도 의미심장한 이런 구별은 우리가 이 문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를 깊이 암시한다. (p167)
잭슨 카츠는 미국인이다.성폭력 예방에 앞장서고 있으며, 영화감독, 교육가, 작가, 문화 비평다. 그래서인지 이 책의 주 내용은 성폭력이나, 강간, 폭행과 같은 여성 범죄에 대해 다루고 있으며, 미국의 사회적 배경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책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미국 중심적인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다. 흑인과 백인, 유색인종이 등장하며, 미국 사회가 서로 다른 인종들에게 보여주는 차별과 편견, 그 안에 숨어있는 남성적인 폭력과 폭행에 무감각한 사회의 근본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다양한 이야기는 바로 우리들의 사회의 모습과 흡사하며, 여성 범죄에 대한 문제 인식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된다.
폭력 범죄의 궁극적인 책임은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에게 있다고 말한다. 이 상식적인 이야기가 먹혀들지 않는 건 여성을 향한 범죄이다. 우리 사회에서 남성에 의해 행해지는 여성 범죄들은 여성의 잘못으로 인해 행해지는 범죄가 많다는 잘못된 인식이 있다. 여성의 행실이나 태도로 인해 남성들이 범죄를 저지른다고 생각한다. 그건 남성 스스로 자신의 행동에 대해 합리화 하고, 대수롭지 않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이 대목에서 대통령 후보로 나선 모 국회의원이 보여준 행동이 생각난다.) .하지만, 똑같은 범죄에 대해 여성과 남성을 바꿔 놓으면 상황이 달라진다. 가해자에 대한 질타와 공격이 그대로 노출되고, 가해자의 행동에 대한 처벌을 요구한다. 삐뚤어진 사회의 모습은 바로 우리 사회 안에 감춰진 언어와 문화로 인해 만들어진 잘못된 행동 패턴으로 야기되는 것이다.
책에는 처음 들어보는 단어가 등장한다. 그 단어는 '페미나치 ( feminazi )'이며, 패미니스트를 폄화하는 단어이다. 페미니스트 운동에 대해 미국 사회의 잘못된 인식이 페미나치라는 단어를 사용하였으며, 그것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우리에게 존재한다. 우리 사회에도 페미나치와 비슷한 단어가 있으며,'메X'이라는 용어는 바로 미국의 페미나치와 비슷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여성을 향한 폭력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의 문화적인 혁명이 이루어져야 한다. 한두 사람, 개인의 문제로 치부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 사회에 감춰진 '남자다움','여자다움'이 여성 폭력을 부채질 하는 이유가 되고 있으며, 여성의 자유를 억압하고 두려움에 떨게 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남성의 생활패턴과 여성의 생활패턴이 달라지고, 단체 생활에서 강요되는 많은 문제들, 감춰진 언어적인 폭력은 우리 사회의 삐뚤어진 모습이다.
저자는 에미넴 신드롬에 대해 말하고 있다. 에미넴의 가사는 지극히 여성 혐오적인 가사가 많다고 말한다. 에미넴의 노래가 인기가 있고 상업적일수록 여성의 상처는 깊어지고, 남성은 자신의 여성을 향한 폭력에 대해 무감각해지게 된다. 이런 모습들은 에미넴 뿐 아니라 매스 미디어 안에 보여지는 수많은 장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그들은 폭력적인 장면을 즐기고 있으며, 여성을 향한 언어적인 폭력을 정당화 한다. 매스미디어는 지극히 남성중심적이며, 여성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그것이 우리 사회의 감춰진 불편한 진실이다.
책에서 눈길이 가는 건 미디어의 현재 모습이다. 미국의 경우 같은 범죄에 대해 흑인과 유색인종이 범죄를 저지를 때와 백인이 범죄를 저지를 때 상반된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흑인이 저지르는 범죄는 사람들에게 잊혀지지 않도록 계속해서 내보낸다. 코비 브라이언트,OJ 심슨,마이클 타이슨처럼 그들의 범죄에 대해 지금까지 우리가 기억하는 건, 그들의 범죄가 잔인해서가 아니라 그들이 흑인이고, 그것을 미디어가 계속 소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백인이 저지르는 범죄는 상당히 관대한 편이며, 사람들에게 잊혀지는 경우가 많다.
여성을 향한 범죄는 대부분 지극히 정상적인 남성에게서 일어나고 있다. 후천적이며, 성장하는 과정에서 사회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그 과정에서 습득하게 된다. 여성 범죄를 낮추려면 범죄에 대해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되어서는 안 된다. 잠재적인 범죄자가 될 수 있는 어린이들에게 여성을 향한 범죄에 대해 정확인 인식과 개선이 필요하고, 성교육을 제대로 해야 한다. 또한 가해자와 피해자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갖춰져야 우리 사회에 나타나는 여성범죄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잡히게 되고,여성을 향한 범죄도 줄어들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