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열대
해원 지음 / CABINET(캐비넷)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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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분단이라는 현실은 우리에게 북한이라는 곳은 어떤 나라인지 , 그 나라의 실체에 대해 궁금하다. 북한의 첩보기관은 어떤 곳이며, 그들이 실제 하는 일은 무엇일까에 대한 호기심, 여전히 달러벌이에 앞장서는 북한체제는 체제를 어떻게 유지하고, 어떻게 달러를 벌어들이는지 그들의 행적 하나 하나에 대해 궁금하다. 이 소설 속 주인공 권순이(권소좌)는 북한 첩보기관 35호실에서 호송업무를 도맡아 하고 있으며, 북한에서 멕시코로 가는 과정에서 배가 침몰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고 말았다. 배 안에 실었던 것은 실제 화물이 아닌 소녀들이었으며, 권순이는 혼자 살아남았다는 현실에 대한 죄책감과 조국에 대한 염증, 이 두가지 갈림길에서 북한이 아닌 제 2의 삶을 살아가는 과정이 소설 속에 펼쳐지고 있다.


혼자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던 권순이가 머물러 있는 곳은 농장으로 감춰진 마약상이었다. 그곳에서 용병이 되었던 순이는 그곳의 조직을 지키기 위해서, 자신이 북한의 특수요원으로서 길렀던 능력을 이곳에서 써먹고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만나게 된 남한 사람,순이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장덕진은 남한 외교부 소속이었으며, 북한 화물선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순이에게 접근하게 된다.


순이는 살인병기였다. 눈앞에 누군가를 죽이는 것에 대해 꺼리낌이 없었다. 여자라고 얏보는 이들에게 그에 응당한 처분을 내린다. 피가 낭자한 그 순간에도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능력을 유감없이 보여주면서, 그녀의 능력은 콜롬비아 마약 카르텔에서도 신뢰를 얻게 되었다. 마약 공장 동물 농장을 운영하는 디에고 모레노와 그의 오른팔 카를로스, 농장에는 불우한 삶을 살고 있는 소녀 리타 몬테너가 있었으며, 리타는 자신을 보호해 주던 사람들이 하나 둘 죽어가는 것에 대한 분노와 복수심을 가지고 있었으며, 순이를 통해서 자신의 목적을 이루고 싶어했다.


순이는 리타의 목적을 정확하게 알았다. 하지만 결코 리타가 자신과 같은 길을 걷는 것에 대해 좋아하지 않았다. 피를 보면 그 피에 대해 끊을 수 없는 중독에 사로잡히게 되고, 자신의 행동에 대해 자기 합리화 하게 된다. 순이가 살인병기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이유였다. 장덕진이 순이에게 접근한 이유도, 순이의 절친 허작가가 순이 옆에 찾아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살인병기 순이는 내 편이면, 유용한 도구이지만, 돌아서면 위험한 병기나 다름 없었다. 그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던 순이는 결코 리타가 자신과 같은 길을 가는 걸 원치 않았다. 하지만 그 운명은 순이가 의도한 것과 다른 양상으로 펼쳐지게 된다.


이 소설에서 보여지는 콜롬비아 사회는 법보다는 총과 칼이 우선한다. 경찰이 가진 공권력도 마약상 앞에선 무용지물이다. 그 안에서 장덕진과 순이의 미묘한 관계가 펼쳐지게 되고, 순이는 자신의 마음이 점점 장덕진에게 기우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순이는 북한도 싫었고 남한도 싫었기에 중립국 스위스로 떠나고 싶었지만, 그 꿈은 현실이 될 수 없었다.



소설은 5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가독성이 좋아서 금방 읽을 수 있다. 남한과 북한이 분단이 되어버린 특수한 상황, 그 안에서 순이라는 존재는 체제에 대한 의심, 북한에 대한 신뢰, 남한에 대한 의심이 공존한다. 자신에게 따스하게 접근해 오는 장덕진이라는 인물과 자신의 가족을 살리기 위해 순이를 노려야 하는 허작가, 콜롬비아 마약상을 이용하는 미국 CIA, 북한 체제가 가지는 특수한 모습에서 순이의 마지막 모습은 씁쓸함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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