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티멘털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우연히 꺼내든 소설 <장송> 은 히라노 게이치로의 작품세계에 입문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그가 쓴 책들을 읽을 수 있었다. 국내에 익히 알려진 일본 작가들 중에서 그의 작품 세계에 대해 많이 알고 있는 국내 독자는 많지 않은 듯 했다. 이 책도 마찬가지였다. 이 소설에 대한 리뷰가 20개가 채 되지 않는 사실이 의외였으며, 히라노 게이치로는 국내보다는 일본에서 더 많이 알려진 듯했다. 그의 문체나 스타일이 미시마 유키오가 다시 돌아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의 작품은 철학적면서 현학적인 내용을 품고 있다. 또한 히라노 게이치로에 대한 관심의 연결고리는 미시마 유키오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되었으며, 앞으로 히라노게이치로의 신간에 대해 쭈욱 읽어볼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의 작품이 철학적이던, 난해하던 상관없이..


소설 <센티멘털>은 네편의 단편 소설로 이루어져 있으며, 히라노 게이치로의 실험적인 성향이 드러난다. 여기서 실제 이 책의 원제는 센티멘털이 아니며, 소설 속에 등장하는 두번째 단편 소설 <다카세가와>였다. 센티멘털은 소설 다카세가와> 속에 등장하는 소설가 오노와 잡지 기자 유미코의 대화를 이어주는 음악 <In a Sentimetal Mood> 에서 따왔으며, 이 음악이 두 사람을 이어주는 매개체라고 볼 수 있다.



책에는 앞에서 말했듯이 네편의 소설이 등장한다. <청수>,<다카세가와>,<추억>,<얼음덩어리> 이며, 네번의 소설에는 죽음과 히라노 게이치로의 자아와 실험정신이 엿보인다. 작가 자신이 생각하는 죽음에 대한 생각이 소살 속 주인공들을 통해 드러내고 있으며, 죽음이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이고, 사람들은 삶과 죽음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형태로 나타나는지 이 소설을 통해 엿볼 수 있다.


나는 그저 알고 싶었다. 이런 저런 생각 끝에 ,나의 죽음은 아마도 수은처럼 용해되기 쉬운 금속 같은 것일게라고 결론을 내려보았다. 지금은 액체상태로, 조그맣게 팽창되어 괴어 있다. 맑은 물이 뚝뚝 떨어질 때마다 나는 그것이 흩뿌리는 죽음의 비말을 맞는 것이다. (p14)


그는 여자를 안음과 동시에 지나가버린 시간 전부를 안고 싶었다. 그리고 그녀의 육체를 그녀가 살아온 시간의 물질적인 발현으로서 안았을 때, 그것이 그대로 역시 시작도 끝도 모르는 채 그저 흘러가기만 하는 시간의, 완전히 우연일 뿐인 어떤 세월의 조형인 그 자신의 육체와 녹아들기 위해서는, 두 사람은 하나의 나무에 열리는 두 개의 열매처럼 같은 시간을 같은 나이로 살고 있어야만 했다. (p61)


소설 <다카세가와> 속에 등장하는 오노와 유키코는 육체적인 사랑을 속삭이고 있다. 두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미묘한 감정들, 그 감정들은 두 사람의 나이가 같음으로서 극대화 된다. 서로의 몸을 받아들이고, 함께 하면서 느끼는 그 감정은 유키코의 마음을 여는 계기가 된다. 자신의 유산 에 대한 사실을 오노에게 드러내고 그 안에서 자신의 감정과 생각, 트라우마에 대해 말한다. 의도치 않은 유산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게 되고, 그 안에서 유키코는 자신에게 주어지는 물체와 물건에 대해서 죽음에 대한 기억들을 채워 나간다. 공허함, 차가움, 냉소적인, 고통, 그런 것들은 유키코의 내면에 숨어 있으며, 이 소설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에서 느꼈던 은밀한 성적 속삭임을 엿볼 수 있다.


소설 <얼음 덩어리>에는 두 사람이 등장한다. 자신을 길러준 어머니가 친어머니가 아니라는 걸 눈치챈 소년과 불륜을 저지르는 한 여인, 이 두사람은 커피숍이라는 한 장소에서 만나게 된다. 세상이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스스로 문을 닫아버리는 소년의 감춰진 욕망와 친어머니와 새어머니 사이에서 흔들리는 자아상을 이 소설에서 엿볼 수 있으며, 불륜을 저지르는 주인공이 바라보는 자신에 대한 생각과 그 안에 감춰진 죄책감이 숨어있다. 불륜을 저지르기 전 자신이 생각했던 불륜에 대한 가치관과 혐오스러움이, 자신이 스스로 불륜의 당사자가 됨으로서 스스로를 합리화 하려는 움직임을 느낄 수 있다. 반면, 이제 중학생이 되었던 소년이 커피숍에서 만난 여인을 바라보면서 그 여인에게서 자신의 친어머니를 생각하게 되었고, 두 사람은 서로 각자의 착각 속에 내몰려 서로의 행동과 실수가 교차되어진다. 두 사람 사이에 감춰진 생각과 무의식은 그들은 서로 말하지 않지만, 행동으로 연결되며, 그 행동은 뭔가 어색함으로 이어지게 된다. 서로의 착각은 두 사람이 다시 만날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되며, 여인은 중학생이 된 소년에게서 사랑이라는 따스한 감정을 눈치채게 되었다.그것은 두 사람을 이어주는 기억으로 발현된다.


이 소설에 대해 히라노 게이치로 답지 않은 소설이라 말한다. 그만큼 그가 썻던 소설과는 다른 특징을 엿볼 수 있으며, 말그대로 실험적인 작품들이다. 우리의 생각과 가치관 행동을 언어로 표현한다는 것이 때로는 무모하고 도전적이라는 걸 이 소설을 통해 한번 더 깨닫게 되고, 우리의 생각 중 일부분이 하나의 소설 속에서 드러냄으로서,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 찾아 나갈 수 있는 연결이 만들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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