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바다 - 미술여행작가 최상운의 사진과 이야기
최상운 지음 / 생각을담는집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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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바다는 나그네로서의 바다였다. 내가 지나간 바다에 대한 강렬한 느낌이나 인상은 취미와 연결되어 있었다. 거제도 몽돌 해수욕장, 포항 호미곶, 여수 바닷가, 강화도, 부산해운대에 대한 기억들은 바로 나의 취미 마라톤이었다. 특히 겨울철 포함은 상당히 매서운 칼바람을 4시간 내내 느꼈으며, 가혹한 바다란 어떤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지,자연에 맞선다는 건 얼마나 무의미하고, 한심한 짓인지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 칼바람을 느끼기 위해 다시 포항으로 찾아가는 나 자신을 바라보게 된다. 바다는 여전히 우리에겐 미지의 영역이면서, 자연에 순응하게 만들어 준다.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얼마전 읽었던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속의 풍경 때문이었다. 거친 바다 위에서 삶의 터전 그 자체였던 공간에서 늙은 어부는 작은 돛단배에 의지해 청새치를 잡고 있었다. 늙은 어부가 바라본 그 청새치는 바다의 거친 모습에 대해 담고 있었으며, 삶에 대한 집착과 청새치를 가져가기 위해 상어와 맞서야 했던 노인의 고단함이 묻어나 있다. 소설 <노인과 바다>의 문장 속에서 느껴지는 흔적을 찾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쿠바를 찾았으며, 저자도 쿠바에서 늙은 노인의 흔적을 찾아 바다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책은 그렇게 다양한 문학 작품이 있다. 그 중에서 첫번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가 있다. 카잔차키스가 쓴 <그리스인 조르바>,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버지니아 울프의 <등대로>,허먼 벨빌의 <모비딕>의 한 장면은 바다를 가리킨다. 작가가 가본 그 장면이 문학작품에 녹여 있으며, 그가 바라본 바다는 어떤 바다였는지 찾아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내가 사는 대한민국의 가까운 바닷가를 가보고 싶어졌다. 제주도의 새끼섬 비양도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으며, 제주도의 화강암에 대해 한 번 더 보고 싶어졌다. 우도에 살고 있는 소들은 우도의 주인이 되었으며, 마라도엔 말이 살아간다. 그들에겐 각자 섬에 대한 특별한 기억이 존재하며, 그것은 섬에 대한 다채로움을 느끼게 한다.


산토리니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여행지 이아 마을이 있다. 코앞에 보이는 바닷가, 깍아지는 절벽위에 터전을 잡아 살아가는 그들의 삶은 몇번의 지진이 발생했음에도 그들은 그곳을 터전삼아 살아가고 있다. 그들에게 있어서 무서운 건 지진이 아니라 삶에 대한 터전을 잃는 것이 더 두려운 건 아닐런지, 이아 마을을 바라보면서 우리네 대청도와 백령도에 살아가는 어부들의 삶을 바라보게 되었다.


군산 선유도 바닷가에 있는 작은 배와 어떤 노인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헤밍웨이가 <노인과 바다>를 썻을 때 그 심정이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바다에서 보여지는 노인의 삶은 앞으로 우리가 스쳐 지나가는 고단하고 외로운 삶이 될 수 있음을 은연중에 넌지시 말하고 있다.


시칠리아의 에트나 화산 가까이에 있는 역은 또다른 운치를 보여주고 있다. 기찻길은 플랫폼과 바다의 경계였다. 플랫폼과 기찻길을 사이에 두고 보여지는 푸른 바다는 기차가 오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지루함을 덜어준다. 기차가 연착되어도 그들에겐 지루함 따위는 잊을 만큼 그들이 쳐다보는 바닷가는 흥미로움 그 자체였다. 반면 고대의 도시 튀니지 카르타고를 가기 위해 머물렀던 기차역은 외로움과 쓸쓸함, 허전함을 느끼게 된다. 그 기차역의 이름은 carthage hannibal이며, 작은 플랫폼은 한적한 느낌 그 자체였다. 홀로 외로움을 느끼며, 기차역을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이방인의 모습이 자꾸만 스쳐 지나간다.


이 책은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딱인 책이다. 문학과 예술과 사진이 함께 들어있는 책 속에서 책에 담겨진 작가의 사진 한장은 누군가에겐 독특한 상상력이 될 수 있다. 그 사진 한장을 간접적으로 느끼고, 가보고 싶어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은 작가의 생각과 가치관에 대해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다. 그리고는 문학 작품 속의 한 문장을 온전히 내 것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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