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일요일들 - 여름의 기억 빛의 편지
정혜윤 지음 / 로고폴리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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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나는 뭘 쓰지"
"왜 써야 하지? 내가 쓸 이유가 하나라도 있는 걸까?"
"정말로 뭔가를 쓴다면 쓸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p41)


작가 정혜윤은 우리에게 정PD 로 더 잘 알려진다. 다양한 책을 썻으며, 이 책은 그리스 이야기가 담겨진 여행 에세이다.글을 써야 하는 이유, 글을 왜 써야하는지 그 답을 얻기 위해서 어릴 적 읽었던 헤로도토스의 <역사> 에 담겨진 델포이 이야기가 그 시작이 되었다. 성장하면서 사회에서 사람들과 살아가면서 자아를 더 많이 생각할 수 밖에 없었던 정혜윤 작가는 그리스의 소크라테스를 통해 답을 찾아갔으며, 소크라테스의 제자 플라톤이 되고 싶었다. 책에는 작가의 질문이 오롯이 담겨져 있으며, 고대 그리스 철학자는 그 질문에 대한 나름대로의 답을 제시하고 있었다.


'죽음이란 새로 태어나는 새싹을 위해 땅에 떨어진 낙엽에 불과하다.' (p83)

그리스에서 리초스 시인의 동상에서 찾아낸 문장은 우리 삶에 대해서 말한다. 그것은 우리의 죽음에 대해 낙엽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있다. 사실 그런 것이다. 죽음과 삶은 순환이 되며, 죽음이란 새싹을 튀우기 위한 거름에 불과하다. 낙엽은 바로 거름이며, 새싹의 먹이가 된다. 영원불멸한 자연의 법칙이며, 그건 인간 또한 자유로울 순 없다. 하지만 인간은 그 진리에 벗어나고자 발버둥 치려고 하며, 자연의 오묘한 법칙은 거스르려는 오만함을 드러낸다.


인생의 의미 말인데요! 절대적인 무의미 말인데요! 저는 제 삶의 의미는 그토록 찾으면서 다른 생명체도 존재에 의미가 있다는 생각은 왜 못했을까요? 다른 생명체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왜 못했을까요? 삶의 의미는 개인적인 것이지만 개인적인 것이기만 한 것은 아니에요. 나를 발견하는 것은 늘 관계속에서니까요.늘 사물들 속에서니까요. 우리 삶은 연결되어 있건만 저는 놀라울 정도로 자기중심적이었던 거에요.(p95)


인간은 참 오만하다. 또한 자기중심적이다. 정혜윤 작가는 그 오만함을 적시한다.절대적인 의미, 인간은 언어를 사용해 동물과 인간을 구분하려 든다. 그런데 ,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움직이는 절대적인 신은 그 오만함을 거부한다. 인간이 죽어서 먼지가 되어 어떤 생명체가 될진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 전생과 현생이라는 개념은 인간만이 가지고 있다. 여기서 생명체의 삶과 죽음을 규정하려는 인간의 행동은 인간만이 인생이라는 걸 알고 있으며, 인생의 의미가 무엇인지 깨닫고 살아가는 유일한 존재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동물과 식물의 마음을 들어가보지도 못했으면서 우리는 그런 생각에 사로잡혀 지금껏 살아왔다.절대적 의미는 무엇이고, 상대적 의미는 무얼까, 정혜윤 작가의 생각 속에서 나의 생각을 담아본다.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본다는 것은 늘 빛과 관련되어 있었어. 어둠 속에서 빛으로 나간다. 혼란스러웠던 것을 명백하게 한다. 은폐되었던 것을 알아본다. 이 세상을 아름답게 빛나게 하는 것에 마음을 연다. (p110)


책이란 무엇일까요. 제게 책이란 손에 꼭 쥐고 있는 작은 토템이에요. 기운이 없으면 좋아하는 책을 펼쳐서 그 페이지에 나오는 좋은 기운으로 하루를 보낼 때가 있어요. 우연히 본 문장이 저의 그 날 운세인 거예요. 침대 옆에 가잔 오랫동안 두었던 책은 2014년,2015년 무렵엔 크레타인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영혼의 자서전> 과 <카잔차키스의 편지>였어요. 내면에도 숲이 있고 강물이 흐르고 격랑이 일고 잔잔해지는 자연이란 것이 있다면 그 책은 제 내면의 생태환경 중 드높은 하늘로 올려놓고 싶어요. 고도가 높아서 공기는 희박하지만 쨍그렁 소리가 날 만큼 맑은 하늘 아시죠? (p141)


책에서 작가의 그리스 여행 이야기보다는 작가의 문장에 더 눈길이 갔다. 여행을 통해서 그동안 담아내고 있었던 저 밑바닥에 있는 작은 질문들이 다양한 감정으로 퍼져 나간다. 오롯히 작가의 상념과 경험이 더해져서 그것이 융합되어서 겉으로 드러나는 문장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언어의 퍼져나감이 느껴진다.잔잔한 강물을 일렁 거리는 언어가 가지는 의미 부여, 그것이 바로 이 책에 담겨져 있다. 책이란 그런 거다. 내가 읽었던 책들은 나와 관련되어 있을수록 깊이 들어가고, 강렬한 인상으로 기억된다. 현재 내 상태에 따라 책에서 보여지는 문장도 달라질 수 밖에 없다. 같은 책을 읽어도 조금씩 달라지는 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책에 토템이라는 의미를 부여함으로서 책에 대한 정의가 달라지게 된다. 주관적인 생각과 감정이 오롯이 담겨진 작가의 상념이 고스란이 전해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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