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망각의 기술 - 우리가 잊는 것이 우리 자신을 만든다
이반 안토니오 이스쿠이에르두 지음, 김영선 옮김 / 심심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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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기억한다. 기억을 매순간 기억을 통해 나 자신을 규정짓는다. 기억은 나에게 새로운 삶을 잉태하고, 기억은 내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되돌아보게 한다. 때로는 어떤 것은 기억하려고 하고, 어떤 건 망각하려고 한다. 좋은 일은 오래 기억하고 싶어하며, 나쁜 일들은 기억 속에서 지우고 싶다. 하지만 실제 기억은 우리가 의도한 데로 결정되지 않으며, 그것은 우리를 고통스럽게 한다. 누군가는 절대적인 기억력을 자랑하며, 어떤 이는 소숫점 아래 몇천자리까지 기억해 자신의 기억력을 세상 밖으로 드러내곤 한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들이 기억됨으로서 우리는 후회를 하고, 때로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 때 그 안에 존재하는 기억은 우리가 죄책감을 느끼는 동기이며 힘들게 하는 이유가 된다.


책 제목 '망각의 기술'에 주목해 보자. 제목만 보면 이 책은 우리의 기억을 어떻게 하면 지울 수 있는지 그런 책이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은 기억 그 자체에 관한 이야기이다. 우리는 어떻게 기억을 하고, 뇌는 어떻게 작동하는지, 기억은 어떤 형태를 가지고 있으며, 기억의 작동원리를 설명한다. 인간의 뇌에서 이루어지는 기억은 내 눈앞에 보여지는 것들이 대상이 된다. 기억은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으로 이루어진다. 단기 기억은 잠시 스쳐지나가는 기억이다. 장기기억은 하루에서 일주일 정도 기억되는 뇌 활동의 일종이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오래전에 있었던 것을 기억하는 것, 그 기억을 원격 기억이라 부르며, 좋은 기억은 더 오래 남아있게 된다. 시냅스와 뉴련이 의해서 우리는 기억되며, 아기가 태어나 네발로 기어다녔던 기억을 우리가 잊고 있는 건 그 때의 뇌세포가 파괴되고 새로운 뇌세포로 교체되었기 때문이다. 성장하면서 우리가 네발로 기어다니는 것이 어색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억되지 않는 것들은 우리에게 낯선 형태로 보여진다.


책에는 작업 기억이 나오고 있다. 지금 현재 디지털 세상과 현대인들은 작업 기억들로 둘러 쌓여있다. 의도치 않은 소음과 사선 사고들은 모두 작업기억에 해당된다.누군가 불식간에 나의 영역을 침범하고, 인터넷을 작동해 포털 사이트를 열면 보이는 뉴스들은 모두 작업 기억이다. 작업 기억은 휘발성이 강하며, 거의 대부분 사라지고 만다. 특별한 뉴스, 특별한 사건들만이 우리에게 기억으로 남게 되며, 반복된 자극은 해마와 대뇌 피질에 의해서 기억의 형태로 오랫동안 기억 응고가 이루어진다. 그런 과정이 책에 나오고 있으며, 기억은 감정을 포함하고 있으면, 내것이 될 수 있다. 그것이 좋은 감정이든 나쁜 감정이든 우리에게 기억으로 존재한다.


우리에게 놓여진 문명의 이기들은 다양한 형태로 기록된다. 스마트폰, 컴퓨터, 공책. 이런 것들은 우리의 뇌가 해야 하는 활동을 대신하며, 뇌가 포화 상태가 될 수 있는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 여기서 기억활동을 하는데 있어서 대뇌피질은 항상 보호받아야 하며, 대뇌피질의 상태에 따라 우리의 건강도 크게 좌우된다. 특히 내 눈앞에 놓여진 작업 기억들은 대뇌피질을 훼손시킬 수 있으며, 스트레스도 마찬가지이다. 그것들을 날려 버리고 망각해야 하는 이유는 우리 몸의 건강을 위해서이다.


아직 우리가 무언가를 기억하고 망각하는 기억 매커니즘은 완벽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여전히 우리는 뇌를 연구하고 있으며, 뇌의 작동원리를 알고 싶어한다. 나를 고통스럽게 하는 기억들을 바꾸려 하는 우리들의 노력, 그것은 앞으로 현재 진행형이며, 책에서 치매와 알츠하이며, 가벼운 건망증의 차이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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