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6월
평점 :
"소설은 허구라는 장치를 통해 진실을 드러내고자 한다."
소설의 정의이자, 소설이 우리에게 필요한 이유이다. 소설은 어쩌면 우리 삶을 구현하면서, 그 안에서 허구와 진실을 섞어
놓는다. 그 안에서 우리는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따지지 않는다. 단지 소설이 가지는 의미와 메시지를 읽어나갈 뿐이다.
누군가의 이야기가 될 수 있고, 앞으로 먼 미래의 내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걸, 소설을 통해 되새김 하게 되며, 그 안에
담겨진 메시지를 읽어나간다. 프레드릭 배크만의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도 마찬가지이다.
이 소설은
그동안 출간된 프레드릭 배크만의 소설과 달리 200페이지가 채 되지 않은 작은 소설이다. 소설은 우리 삶의 시작과 끝에 대해서
주인공 할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손자 노아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우리 삶을 투영하고자 한다. 어릴 적 노아의 전부였던 할아버지는 삶의
끝에서 점점 기억을 잃어가게 되는데, 노아와 함께 하면서, 두 사람은 과거의 기억을 공유하고,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놓아버릴
수 밖에 없는 현실과 마주할 수 박에 없다. 수학을 좋아하는 할아버지는 수학을 통해 세상을 이해할 수 있다는 큰 믿음을 간직하고
있으며, 노아에게 수학을 가르쳐 주게 된다. 노아는 할아버지를 통해서 원주율을 배웟으며, 할아버지는 원주율 소숫점 아래
200자리까지 기억하고 있다. 아직 어린 노아에겐 할아버지가 가지고 있는 수학 실력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두 사람이 가진 기억을
서로 교차하면서 할아버지의 기억을 끄집어 낼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노아에겐 할아버지가 자신의 곁에서
사라진다는 것에 대해 잘 모르는 듯 하다. 할아버지의 기억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걸 인지 하지만 그것이 할아버지의 죽음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데, 어쩌면 그것이 더 나은 건 아닐런지 생각해 보았다. 할아버지의 기억 속에 남아았는 노아
할머니에 대한 기억들, 그 기억들은 노아의 질문을 통해 재현되고 있으며, 할아버지는 할머니와 처음 만났던 과거 속으로 점점
들어가게 된다. 기억이라는 건 어쩌면 자신에게 가장 좋았던 기억을 가장 오래 기억하고 있으며, 그것을 내려 놓고 있는 건
아닐런지, 노아와 할아버지의 대화 속에서 느낄 수 있다.
소설 속 또다른 주인공 노아의 아버지 테드가 있다.
테드와 할아버지 사이의 대화는 무언가 아슬 아슬하다. 테드에게 아이 취급을 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은 점점 기억을 잃어가고 있는 그
실제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테드를 여전히 노아와 같은 어린이로 바라보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과 그건 모습이 불편할 수 밖에 없는
테드의 입장, 두 사람은 어쩌면 앞으로 나 자신이 마주하게 될 미래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사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감동은 느껴지지 않았다. 테드와 노아 사이의 모습은 허구적인 요소가 개입되어 있다. 우리 삶에서 할아버지와
테드의 모습이 가장 현실적으로 와닿는다. 할아버지가 기억을 잃어가고 있다는 사실 속에서 점점 더 과거로 향하고 있는 할아버지의
모습, 같은 말을 반복하면서 아들과 적대적인 모습을 형성하게 되는데, 그 과정 하나 하나를 보면서, 아버지의 죽음 이후 테드가
바라보는 아버지의 모습과 노아가 바라보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다를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