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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장송 1 ㅣ 장송 1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4월
평점 :
히라노
게이치로의 <마티네의 끝에서> 를 차다가 우연히 발견한 책. 그가 출간한 작품 중에서 많이 알려졌지만,읽었다고 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책이다. 1600페이지, 벽돌책에 가까운 두께, 하지만 이 책은 나의 기대치를 저버리지 않았다. 프랑스
시민혁명이 발발한 이후, 프랑스 상류층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 속 주인공은 위대한 피아니스트 프레드릭 프랑수와 쇼팽이다. 쇼팽과
그의 연상의 애인 소설가 조르주 상드와 사랑하면서 쇼팽이 느꼈을 고뇌가 히라노 게이치로의 손에 의해 탄생되었으며, 에밀졸라의
<나나> 느낌을 소설 속에서 느낄 수 있다.
소설 <장송 1권> 은 쇼핑의 장례식이 먼저 등장한다. 1849년 10월 30일 마들렌 사원에서
쇼팽의 장례식이 열리게 된다. 프랑스 상류층과 어울리면서 30여년간의 짧은 인생을 살아야 했던 쇼팽은 우리들의 기억속에는 위대한
음악가,피아니스트였다. 하지만 이 소설은 그의 위대함보다는 그의 사색과 인간으로서의 존재감에 대해서, 프랑스에서 폴란드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그의 삶 그자체가 드러난다. 소설가 조르주 상드는 가족이 맺어준 카지미르 뒤드방 남작과 결혼하지만 별거에
들어가게 되고, 뒤드방 남작은 형식적인 남편에 불과하였다. 10년 가까이 실질적인 남편은 쇼팽이지만 그의 삶은 불안과 초조함
속에서 자신의 가면을 감추고 살아갔다. 프랑스 상류층에 맞추며 살아가는 그에게 폴란드어를 사용할 때는 자신의 속마음을 말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자 카타르시스였다. 하지만 그것이 쇼팽에게 주어진 운명이었고, 상드 부인을 사랑한다는 건, 상드 부인의 가족을
사랑해야 한다는 것과 동일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상드 부인에겐 모리스와 솔랑주 두 남매가 있다. 상드
부인에게는 솔랑주보다 4살 많은 양녀 오귀스틴이 있다. 모리스와 솔랑즈 사이에 엮일 수 밖에 없었던 쇼팽은 프랑스 상류층과 함게
하면서 , 그들의 혐오스런 행동과 모순을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자신의 그 감정을 겉으로 드러낸다는 건 음악가로서의 삶이 끝날 수
있다는 걸 의미하며, 스스로 감내하고 이겨내야 한다. 그의 모습은 상드 가족에 일어나는 문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열
아홉살이 된 솔랑주,이제 가족이 정해준 신랑과 결혼해야 했던 솔랑주는 약혼자로 정해진 페르낭과 파혼하게 된다. 명목적 이유는
페르낭 가족이 자신과 자신의 가족을 욕한다는 것이며, 솔랑주는 그걸 견딜 수 없었다. 쇼팽은 솔랑즈의 결정에 대해 철없는 아이로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쇼팽이 할 수 있는 건 없었으며, 애인으로서 상드와의 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들지 않기를 원할 뿐이다.
대중들에게 위대한 피아니스트였지만, 그것이 자신의 이미지에 먹칠되지 않기를 원하였으며, 수동적인 자세를 취하는 비겁한
쇼팽이었다. 아버지 역할을 가지고 있지만 관찰자였으며, 그것이 괴로웠다. 솔랑주가 좋아하는 남자 조각가 오귀스트 클레징게르가
솔랑주에게 독이 될 수 있는 걸 뻔히 알고 있었지만 그것을 내색할 수 없었고 방관자 신세였다. 쇼팽은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잇는
사람은 화가 외젠 들라르쿠아였으며, 솔랑주가 쇼팽의 의도에 대해서 양녀 오귀스틴에 대한 질투와 오빠 모리스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진다.
이 소설은 역사 소설이라고 해야 할지, 작가는 이 소설 하나를 쓰기 위헤서 쇼팽에 대한 자료들을
모았다.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가 알고 있지 못하는 쇼팽의 인간미를 이 소살에서 느낄 수 있다.예술가로서 결핵을 앓고 있었던
쇼팽은 항상 힘겨운 삶을 살아가게 된다. 솔랑주를 출세의 수단이자 자신이 가지고 있는 빚을 갚으려 하는 오귀스트의 행동, 그걸
쇼팽은 알고 있었으며, 자칫 상드 부인과 쇼팽 사이의 관계마저 왜곡될 수 있었다. 오귀스트는 쇼팽과 조르주 상드 사이에서 줄다리기
하게 된다.솔랑주의 철없는 상류층 자제로서의 모습이 끼치는 실체가 어떤지 <장송 1권> 에 잘 드러난다.
운명에는
항상 두 종류가 있다고 그는 생각했다. 하나는 노골적으로 그 정체를 드러내며 정면으로 다가오는 것, 항상 미래에 존재하면서
우리를 협박하고, 그것이 현재가 되자마자 사납고도맹렬하게 덮쳐드는 것, 그리고 또 하나는, 오직 과거에서만 발견되어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감회를 불러 일으키는 것, 살의 여러가지 기회의 배후에 잠복해 있다가, 그 전개를 짐작하고 있으면서도 교활하게도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된 뒤에야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것, 병이나 재난, 타인의 악의 등 지금까지 그가 싸워온
것은 모두 전자였다. 결단이 요구될 때는 거의 의식하지 못하다가 나중에야 그를 괴롭히기 시작한 것은 후자였다. 맞설 수 있는
운명에 대해서는 용기 있기 맞서왔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운명은 크게 두려워했다. 결단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의지에 의해 행사되는
권력이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 그것은 훨씬 거대한 모습으로 나타나곤 했다. (p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