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품 작가정신 소설향 11
정영문 / 작가정신 / 2006년 3월
평점 :
절판


이 소설은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 어쩌면 작가의 의도된 행동은 아닐까 생각될 정도이다. 정영문 작가의 <하품>은 1999년에 출간된 소설이며, 다시 우리 곁에 등장하였다. '나'는 이유없이 기분이 좋지 않았다. 하필이면 그 날, 동물원에서 우연히 알게된 사내를 만나게 된다. '나'는 그 상황에서 빠져 나와야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상대방은 나와 대화하지 않으려는 '나'의 모습에 대해 이기적인 행동이라 말하고 있었으며,'나'는 그와 대화를 시작하게 된다 여기서 '나'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었다. 상대방과 대화 하지 않고 빠져 나온다면 상대는 나를 이기적인 사람이라 생각할 것이다. 소설 속에서 '나'는 미움 받을 용기가 없엇으며, 의도치 않게 상대와 대화할 수 밖에 없다.


-자네도 많이 늙었군
-그래, 아니라고 하기에는 너무 늙었지. 늙을 대로 늙었지, 더 늙을 수도 없게 늙었지, 그가 말했다. (p10)

이 문장에서 느껴지는 것은 '지극히 지루함'이다, 우리는 의미 없는 대화를 할 때, 나를 기분 나쁘게 하는 대화를 이어나갈 때 지루함을 느끼게 된다. 첫머리에 등장하는 문장에서 비슷한 단어가 동어 반복되며, 그 반복되는 단어에서 '나'는 '그'에게 코가 꾀었다는 표현이 적절한 만큼 지루한 대화가 반복되고 있다.


-먼저 시작한 건 자네였지, 끝을 낸 건 나였고 그가 말했다
-그래, 내가 먼저 가슴에 칼을 찔렀지, 내가 말했다
-그리고 내가 배에 칼을 찔러 끝을 냈지, 그가 말했다.
-아니, 그건 자네가 잘못 알고 있네, 끝을 낸 건 그의 목에 칼을 박은 나였어, 내가 말했다.
-자네는 잘못 알고 있어도 한참 잘못 알고 있군, 그리고 우길 걸 우겨야지,그가 말했다. (p26)


대화 속에서 누군가 한사람은 옳고 누군가는 틀렸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런 무의미한 대화, 나의 생각이 옳다고 생각하는 그들의 대화는 소설 속에서 계속 이어진다. 내가 만나는 사람과 무의만한 대화를 하면서 느껴지는 것은 서로 자신이 내뱉은 말에 의미를 부여하고, 옳다고 생각한다. 물론 상대편도 똑같이 반박하며 대화를 이어 나간다. 두 사람의 대화 속에서 지쳐갈 수 밖에 없는 상황, 작가는 그것을 즐기고 있는 듯 보여진다. 이 소설은 그렇게 결말 없는 대화가 이어질 수 밖에 없으며,결론이 없는 상태가 연속된다.


돌여켜 보면 그렇다. 서로가 내가 뱉은 말이 옳다고 여겨질 때 어떤 참사가 일어나는지 이 소설은 보여준다. 나는 옳고 상대방은 틀렀다는 생각이 연속되어짐을 바라보면서 , 책을 읽은 독자는 지쳐만 간다. 소설 속 주인공인 '나' 또한 마찬가지이다. 우연히 만나게 된 그 사람의 대화 속에서 그 사람의 대화를 거절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우유부단함 모습들, 그럼에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나'의 내면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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