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공 1970, 그녀들의 反역사 - 개정판 이매진 컨텍스트 8
김원 지음 / 이매진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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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다른 책을 고르다가 문득 선택한 책이다. 800페이지 가까운 이 책은 상당한 두깨를 가진다. 우리 민중의 역사 1960년대~70년대 공순이로 살았던 여공의 일상을 그려내고 있으며, 그들의 삶에 대한 이해, 거시적인 관점이 아닌 미시적인 관점에서 여성의 삶을 보여준다. 세세하면서 그 당시 착취의 대상인 여성으로서의 모슴과 함께, 때로는 능동적이면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여성의 모습이 함께 나오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 사회의 갈등의 원인이 무엇일까 한번 생각해 보았다. 농촌에 살았던 가난한 농부의 자식으로 태어나 밥그릇 줄이기 위해 서울로 무작정 상경해야 했던 스무살이 채 되지 않은 여성의 삶, 유교적인 잔재로 인해 집에서 여성은 천시되었고, 무시 당했다. 남성을 위한 우리 사회에서 여성은 아픔의 흔적으로 남아있게 된다. 배우지 못하였고, 서울로 무작정 상경하였지만 살아남기 위한 생존 방법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중산층 가정집의 식모로 들어가면서 그들은 사회적 편견에 고슿란히 노출되었으며, 식모는 도덕적인 타락으로 인식되었으며, 암묵적인 범죄자라는 프레임이 덧씌워지게 된다. 임상수 감독, 전도연 주연의 하녀는 고인이 된 김기영 감독의 하녀 시리즈를 리메이크한 영화로서 1970년대 가난한 여성으로서의 삶이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살기 위한 그들의 몸부림, 착취당하고, 무시당하면서 그들이 했던 생존의 욕구는 사회적인 배척을 낳게 된다. 특히 1970년대 80년대 신문 기사에서 단골로 올라오는 뉴스는 식모에 관한 범좌나 살인,자살에 관한 뉴스가 주를 이루고 있다.


지금 우리가 잘 살고 있는 건 1960년내 ~70년대 산업화 과정으로 인해 만들어졌다. 김민기 양희은의 민중 노래는 그렇게 탄생되었으며, 그들은 가난한 여공의 삶을 노래로 노래로 표출하였다. 또한 YH 무역, 동방방직, 경공업 중심의 사회적인 구조에서  가난한 농촌 생황에서 벗어나 서울로 상경했던 어린 소녀들은 하루 10시간이 넘는 노동을 감내해야 했으며, 비인간적인 처우에 고스란히 노출 되었다. 다락방 구조의 가내 수공업 형태, 여공은 서울 달동네 판자집에 살아가면서 생계를 위한 일을 하게 된다. 하루 12시간 공기가 통하지 않는 좁은 공간에 20명이 모이면서 허리 한번 펼수 없었던 그들은 여성으로서의 기본적인 권리를 누릴 수 없었고, 허리 한번 필 수 없는 상태에서 장시간 노동을 감내해야 했다. 화장실을 오가는 것 조차 힘들었던 그들의 삶, 부산과 마산 수출 자유지역은 값싼 노동력을 활용한 대한민국 여성 노동자를 이용한 수출을 위해 존재했다. 여공은 집안의 생계의 일부분이 아닌 전부였으며, 자신이 벌어놓은 돈을 대부분 시골로 보내야 하는 아픔을 가지고 있다.


책에는 김호선 감독의 영자의 전성시대가 소개된다. 그 당시 여공의 삶을 보여주는 영화이며, 그들의 애환이 이 영화 속에 드러난다. 가수 남진 나훈아는 여공의 우상이 되었다. 고향을 가고 싶지만 갈 수 없는 여공의 삶을 남진 나훈아는 노래로서 위로해 주었고, 노래를 통해 여공들은 자신의 처지를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다.여기서 저자는 여공의 삶 깊숙한 곳에 자린 또다른 시선을 보여주고 있다. 공부하고 싶었지만 공부할 수 없었던 여공은 대도시로 무작정 상경하였다. 여공 ,식모, 급사(관청에서 심부름 하는 일) ,청소부, 보모와 같은 노동집약적이면서 단순한 일 이외엔 할 수 있는게 많지 않았다. 여기서 월급의 차별 대우는 현존했으며, 그런 상황에 대해서 여공 스스로 자신의 처지에(남성은 힘든 일을 하니까 돈을 많이 받는 것이며, 상대적으로 여공으로서 자신은 적은 월급을 받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또한 장시간 노동을 하느 것조차 당여하다고 생각한 여공들이 상당히 많았다.) 대해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사회 구조를 가지고 있다. 자신의 이익을 채워주지 않는 정책을 만들어 내는 보수 정당을 찍어주는 이유를 이 책을 통해 이해하게 된다.


여공의 동경의 대상은 언제나 예쁜 여대생의 모습이었다. 엘리트 여성의 실제 모습과 자신의 모습은 비교될 수 밖에 없었으며, 화장을 짙게 하는 이유는 여공의 숨어있는 욕망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여공들은 조금씩 힘을 가지게 된다. 고용주와 그들의 착취 속에 내몰렸던 여공은 산업적 교회 단체와 협력하면서 계모임과 소모임을 만들어 나갔다. 소모임은 노조로 이어졌으며,  서로의 생각과 가치관을 공유하게 되었다. 혼자서는 할 수 없었지만 함께 연대하면 살아날 수 있다는 생각은 새로운 깨달음으로 이어졌으며, 고용주와 자신을 착취하는 대상을 욕하는 행위에서 벗어나 독서를 통해 자신의 삶을 개척하고 바꿔 나가게 된다. 돌이켜 보면 그 당시 인문학 저서들이 붐을 이루었던 건 그 시절의 여공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어렵고 이해하기 힘든 인문학 저서를 통해 그들의 삶을 바꿔나가기 위해서, 배우지 못한 욕구를 충족 시키기 위한 하나의 행동이었다.


현실과 이상의 간극을 알 수 있다. 그 당시 여공에 대한 담론이 여공을 대변하지 못했다. 정치인과 고용주, 남성적 지신인이 만들어 놓은 프레임은 여공의 삶을 점점 궁지로 몰아가게 된다. 여공으로서 일을 하면서 생리불순, 동상과 관절이상, 폐질환에 노출될 수 밖에 없었던 그들의 삶은 안타깝고 서글플 수 밖에 없다. 돌이켜 보면 그들의 모습은 바로 나의 부모님의 모습이다. 한집에 여섯 이상의 자식을 낳았으며, 초등학교 기성회비를 내지 못해서 눈칫밥을 먹으면서 살아야 했던 이들은 그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출했으며, 무작정 서울로 상경하게 된다. 그곳은 그들의 희망과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였다. 1970년 평화시장에서 피복공장 재단사였던 전태일 분신 자살,여기서 여공에 대한 희생적 담론이 숨어져 있으며, 책에는 전태일의 어머니였던 이소선 여사의 삶이 나온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여공의 삶은 지금까지 새로운 형태로 바뀌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박정희 정권은 그들에게 판자촌 동네는 불편하고 외면하고 싶었던 곳이다. 개발이라는 명목하에 판자촌이 철거 되고, 달동네는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고 있다. 경찰들은 호시탐탐 여공을 감시하였으며, 그들의 노조설립에 노골적인 반대 입장을 표면하게 된다. 최근 이모 의원이 망언을 하였던 어용 단체라는 단어의 밑바닥에는 그들의 엘리트적 의식과 함께 1970년대 가난한 이들의 삶에 대한 무지로 인해 비롯된 것이다. 또한 최근 탄핵되었던 대통령의 생각과 가치관의 밑바닥에 숨어있는 비판은 여공과 관련한 정책들이 감쳐줘 있으며, 책에는 유신체제 시절 '새마음 운동'의 실체가 나오고 있다. 책에는 이재오 의원의 여성 노동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YH 무역 사건과 연계되엇던 이가 이재오 의원과 김영삼 전대통령이다. 이재오 의원이 새누리당을 탈당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 바로 그 사람 때문이다. 한 공간에서 서로 다른 생각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었던 두 사람은 함께 화합할 수 없었고,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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