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요 - 단 하루도 쉽지 않았지만
케리 이건 지음, 이나경 옮김 / 부키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케리이건은 호스피스에서 일하는 채플런이다. 삶의 마지막 순간, 환자와 만나고 대화를 하며, 위로와 위안을 주는 직업, 환자의 이야기와 비밀을 들어 주는 직업이 채프런이다. 하버드 신학대학교를 나와 결혼 후 첫 아이를 낳으면서 환각, 망상, 자살충동, 정신 불안, 긴장증 등 정신질환을 겪었던 케리이건은 호스피스에서 만난 환자들을 만나면서 그들에게 위로와 위안, 삶에 대한 희망을 주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우울과 상실감을 극복하게 된다.


어릴 적 아이들은 예뿌고 순수하다. 그러나 아이가 한살 두살 먹으면서 언어를 배우게 되고, 점점 더 비밀이 늘어나게 된다. 아이들이 거짓말을 하는 그 순간부터 생겨나게 된 아이들의 비밀, 어른들 또한 아이들처럼 비밀을 간직하며 살아간다. 사람들 사이에서 자신이 비밀을 가지고 있는 건, 그 비밀을 드러냄으로서 자신이 또다른 상처를 받거나, 기존에 내가 가진 것을 잃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과 공포에서이다. 특히 내 주변에 가장 가까운 사람에 대한 사랑을 잃게 된다면 사람은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되고, 회복하지 못하는 상황이 빚어지게 된다. 케리 이건은 그렇게 환자들의 감춰진 비밀을 끄집어내는 직업을 가지고 있으며, 환자의 비밀을 지켜나간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삶에 대한 무게와 죄책감, 수치심을 케리이건을 통해서 털어 놓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책에는 참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다. 자신의 어린 시절 경험한 최악의 실수, 그 실수를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지 않는다. 어린 시절 겪었던 나쁜 경험과 추억을 내가 사랑하는 아이들이 알게 된다면, 그것은 슬픔과 고통이 될 수 밖에 없다. 실수로 인해 임신을 하고, 예기치 않은 임신으로 낳게 된 아이, 그 아이에게 그 사실을 말할 수 는 없다. 그들은 삶의 끝에 도착해서야 비로서 케리이건에 털어놓는다.


가끔 사랑은 불완전할 뿐 아니라 아예 없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가족 중에서는 종종 끔찍한 일이 벌어진다. 자주, 내가 믿고 싶지 않을 만큼 더 자주, 환자들은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을 때리거나 성폭행한 경험을 말한다. 부모에게 거부 당했을 때의 느낌을 이야기한다. (p46)


죽어가는 사람들은 그 현실을 날마다 직면한다. 그래서 그들은 몸에 관한 가장 좋은 기억을 이야기한다. 하굣길에 과수원에서 몰래 다먹은 사과의 맛과 달아날 때 가슴과 다리에 느껴지던 터질 듯한 감각, 스키니 디핑(아무것도 입지 않은 채로 바다나 강, 수영장에서 헤엄치는 것을 가리키는 말) 을 처음 했을 대 몸에 닿은 물의 느낌, 아기 머리에서 맡은 냄새, 야외에서 사랑을 나눴을 때 맨살을 스치던 바람의 느낌.(p85)


사랑
"아무도 다 큰 어른에게 사랑을 쏟지 않아요.
근데 알아요? 나이가 들수록
사랑은 더 많이 필요하답니다."(p215)


말하지 못했던 많은 이야기들, 그것은 자신의 추억이 될 수 있으며, 순간적인 일탈행위도 있다. 사회의 규범에 어긋나지만, 크게 벗어나지 않은 행동들, 그런 기억들은 자신만이 간직하고 있는 기억들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이야기들을 누군가에게 쉽게 꺼내지 못한다.. 더군다나 내 가까운 사람에겐 말할 수 없다. 사랑하는 이가 내에 대한 생각과 기억, 이미지들, 도덕적이지 않는 자신의 모습에 때로는 충격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케리 이건은 그런 이야기들도 들어 주고 있다. 털어냄으로서 무게를 덜어내도록 하는 것, 삶의 끝에서 살아날 수 있도록 도와 주지 못하지만, 그들의 마음의 무게는 덜어줄 수 있다. 그들을 통해서 케리 이건은 살아야 할 이유가 무엇이며, 겸손과 위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아픔과 고통에 대한 치유와 위로를 얻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왜 우리나라엔 채플런이 없는 걸까 그 것이 의아했다. 그들처럼 치매환자가 있고, 뇌졸증이나 폐렴, 암, 불치병에 걸린 이들이 많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들을 누군가에게 말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게 된다.우리에게도 케리 이건과 같은 호스피스 채플런이 필요하다는 걸 한번 더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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