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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물 검역소
강지영 지음 / 시작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조선의
역사를 공부하게 되면, 조선이 멸망한 이유가 등장한다.쇄국정책과 양반의 외세를 끌어들인 이야기, 일본의 침략이 조선멸망의 이유로
손꼽히게 된다. 여기서 조선 멸망의 결정적인 원인이 된 쇄국 정책을 보면, 양반들의 행동에 대해 혀를 끌끌 찰 수 밖에 없다.
백성이 죽던 말던 자신의 안위만 생각하면서 결국 나라를 망하게 된 원흉이 되었던 그들의 삶, 만약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간다면
나는 그들을 욕할 수 있을까, 그것에 대한 대답으로 "아니다(NO)" 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제레드 다이아몬드가 쓴
<총균쇠>에서 나왔듯이 유럽인들이 아메리카에 들어와 새로운 신문물을 이용해 인디언을 몰살했던 것처럼 조선의 왕과 양반들
또한 두려움과 공포를 느꼈을 것이다.
이 소설은 그렇게 서양의 신문물에 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되어 있는 조선의 역사적 사실에
작가의 상상력을 더한 픽션이 소설 속에 그려져 있으며, 살인 사건의 범인을 찾아 나가게 된다. 여기서 신문물이란, 서양의 물건이
왜국이나 청나라에서 조선으로 들어올때 그 물건을 왕에게 진상하기 전 전염병이 있는지, 없는지 검사하는 곳이며, 그 물건의
쓰임새를 확인해 보고서를 올리는 조선의 공공기관이라 할 수 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 함복배는 어릴
파평윤씨와 함익현 사이에 태어난 아이며, 어릴 적 배냇 벙어리라 불릴 정도로 말을 하지 못했다. 함복배가 말을 틀수 잇느 그 순간
집안에 경사가 일어났으며, 총명하기 그지 없었던 함복배는 시서결을 읋으면서 총명함을 드러내게 된다. 함복배가 20살이 되던 해
제주도에 있는 <신문물 검역소> 소장으로 들어오면서, 조선에 들어오는 물건들을 하나 둘 조선의 조정에 보고서의 형식으로
올리게 된다.
곤도미
연하고 얇은 가죽을 단련해 만든 물건으로 반 자 정도 되는 길이입니다.
손가락 두개가 들어가면 조금 넉넉할 정도의 이 물건은 서양에서 바느질을 할 때 손가락에 끼고 쓰던 골무로 추측되옵니다. 조선에서는
많은 과부나 간나한 여인네들이 생활고를 덜고자 삯바느질을 하는데, 이 때 이 물건이 요긴하게 사용될 것으로 사료됩니다. 곤할
곤, 인도할 도, 어루만질 미 자로 곤도미라 이름 지었으며, 이는 가난을 어루만진다는 뜻으로 궁핍한 생활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강인한 조선의 여인들을 달래줄 귀한 물건이라 생각됩니다.
함복배는 하나의 꿈이 있었다. 자신의
정인이었던 이연지, 이상도의 여식이었던 연지와 함께 사는 것이 첫번째 꿈이며, 왕에게 눈에 띄어 제주 목사가 되어 출세하고
싶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화란에서 온 벨테브레, 인조 시대에 조선에 난파되어 겨우 살아온 발테브레(박연)를 이용하였다.
서양에서 들여오는 물건들을 함복배 혼자서는 다 알수 없었다. 서양에서 야릇한 용도로 쓰이는 물건들이 엉뚱한 곳에 쓰여지게 되고,
그것을 본 박연은 기절초풍하게 된다. 두사람은 서로 말이 통하지 않았기에 손짓발짓, 그림을 써가면서 박연은 함복배에게 그 물건의
쓰임새를 설명하였고, 함복배는 박연을 통해서 그 물건의 쓰임새를 추정해 보고서의 형식으로 만들어 나가게 된다.
두
사람이 같이 일하는 <신문물 검역소>.. 제주도에 살인 사건이 벌어지게 되었다. 제주도에 살고 있는 처녀들이 하나둘
죽었으며, 시신은 동물들의 먹이가 된 채 흉물스럽게 발견되고 말았다. 제주도에 갑자기 나타난 과객 송일영, 함복배는 그가 제주도에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살인사건의 유력한 범인으로 보았으며, 그의 주변을 살피게 되었다. 살인 사건의 범인을 찾던 도중에 세번째
살인사건 부호군을 지낸 이경헌의 막내딸 이단분의 죽음, 이단분이 남겨놓은 시계가 결정적인 증거물로 나타났으며,그로 인하여 이단분과 마지막에 만났던 이연지가 유력한 범인이 되고 말았다.
소설은 미궁에 빠진 살인 사건의 범인들을 찾아가던 도중에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하고 있다. 사람을 죽여 제주도로
유배형에 처해진 코길이(코끼리) 선생,기방에서 일하는 남자이면서 여자인 기수영, 제주도에 지도를 그린다면서 갑자기 나타난
송일영까지, 그들은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되었으며, 함복배는 그들의 알리바이를 찾던 도중에 결정적인 단서는 구하고 범인을
찾게 된다.. 물론 소설 속에서 함복배는 제주 목사가 되었으며, 연지와 결혼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