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나와 영원의 당신 - 불안 속에서 더 나은 순간을 찾으려 애쓴 시간들
손현녕 지음 / 빌리버튼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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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나이테, 나이테가 한줄 한줄 세기면서 많은 걸 생각하고, 많은 걸 선택하게 된다. 앞만 보고 달리며, 많은 걸 쏟아 붙지만, 나의 기대치와 현실은 언제나 서로 엇갈리게 된다. 사람들과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서 인정하면서도 벗어나려는 나의 마음, 살아가면서 포기한다는 게 참 어렵다. 당연한 것만 늘어나면서, 그만큼 주름이 깊어간다는 걸 알면서도 시간을 붙잡으려는 나의 마음, 작가 손현녕의 글 속에서 나의 잊혀진 상념들을 다시 끄집어 낸다.


어깨동무
관계에 의존하지 않는 것부터 시작이다. 어쩔 수 없이 관계를 맺어야 하는 세상이지만 그것에 의존하고 나의 감정과 기분, 아니 나의 하루를 온통 관계에 쏟아버리고 나면 초조함과 두려움에 벌벌 떠는 내 초라한 모습만 남을 뿐이다. (p26)


살아가면서 관계는 참 어렵다. 관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인생살이, 적당한 관계를 맺어야 하지만, 그 '적당한'의 의미조차 모를 때가 있다. 초라함 속에 감춰진 건 어쩌면 가까워진 관계 속에서 내 마음을 누군가에게 다 쏟아부엇기 때문에, 기대치가 커서 그런 건 아닌지..


따스한 언어
아픈 사람을 알아보는 건 더 아프거나 아파본 사람이다. 제 아무리 이해하며 다 안다고 말해도 겪지 않았다면, 진실로 와 닿지 않을 낭비의 말일 뿐, 겪고 또 겪고 찢어지고 넘어진 사람은 말없이 당신을 바라보며 안아줄 것이다.(p85)


아파본 사람은 그 아픔의 깊이를 알 수 있다. 얋은 위로는 그 사람에게 똑다른 낭비가 될 수 있다. 대로는 어줍잖은 위로가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사실, 그렇게 우리는 나의 마음과 상대방의 마음을 더하고 빼는게 참 어려운 듯 하다. 서로의 이해관계 속에서 나 자신은 안 그런 듯 하지만, 나의 선택은 언제나 나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으며, 나의 경험의 정도에 따라 그 사람에게 위로의 깊이도 달라지게 된다.


동력
세상은 인간의 부끄러움과 부러움을 야금야금 빨아대며 몸집을 키운다. 나보다 잘난 상대를 보며 대놓고 부러움을 느끼거나, 아닌 척 뒤로 숨어 스스로를 부끄러워 한다. 어쩌면 그 힘으로 모두가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지도 모른다.(p97)


어릴 때의 부끄러움과 어른으로서의 부끄러움은 다른 것 같다. 어릴 때 부끄러움은 흘러가는 강물처럼 사라진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서 마주하는 부끄러움은 고여있는 물과 같다. 되새기고 또 되새기면서 기억 속에 저장하려는 우리의 삶,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그것을 기억해 내고 나는 그로 인해 상처를 얻게 된다.


이별
우리는 서서히 멀어지고 있음을 알아채지 못했고 갑자기 닥쳐온 공허함 앞에 어쩔 줄 몰라 하며 길 잃은 강아지 마냥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었다(p150)


이별은 마음을 아프게 한다. 서서히 다가오는 이별이란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그런 이별일 것이다. 찾아올 것 같지 않은 이별, 준비되지 않은 이별일수록 공허함은 더 커지며, 그 끈을 놓치 않으려 한다. 이별에 대한 기억을 지우는 약이 있다면 좋으련만 현실에서 그런 약을 찾을 수 없다.


아량
어떤 종류의 인간관계든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은 나에게 꼭 맞는 사람이 아니라, 나와 조율할 수 있는 아량을 가진 사람이다.(p194)


인간관계는 그런 것 같다. 나와 맞는 사람이 아닌 나와 조율할 수 있는 사람, 나와 소토이 가능한 사람, 수많은 자기계발서는 소통을 밑바닥에 놓고 시작한다. 그런데 소통이 불가능한 사람, 절대 조욜이 불가능한 사람과는 어떻게 해야 한다는 그 말은 없다. 이럴 때 헤어지는게 답이지만 , 현실은 헤어질 수 있는 경우보다 헤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어쩌면 행복한 사람보다 불행한 사람이 더 많아지고 있는 건 이런 이유가 아닐런지.나와 조율할 수 없는 그런 사람과 헤어지고 싶다.


월요일의 메모
매주 월요일이 오면 작은 메모지를 한장 꺼내요. 그리고 이번 주에 하고 싶은 일,먹고 싶은 음식, 가고 싶은 곳, 보고 싶은 영화,보고 싶은 사람, 듣고 싶은 음악 등 소소한 희망사항을 써보는 거에요. 그리고 일주일이 지나면 메모지에 달성 여부를 적고 자물쇠가 달린 상자에 메모지를 고이 넣어둬요.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 흘러 손자,손녀가 무릎에 앉아 그 상자 속 메모지를 읽어보는 순간을 상상해요(p254)


추억을 담자. 나의 일상의 일부분을 작은 냅킨에 담아내자. 한 주 한 주가 모여서 1년이 되어도 50개가 채 되지 않는다. 하지만 10년이 지나면 500개로 늘어난다. 그것이 20년이 지나 30년이 지나면 역사가 된다. 색이 바랜 종이하나 조차 추억이 되고,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 손자 , 손녀와 대화를 할 수 있는 건 내가 현재 할 수 있는 작은 것 하나 실천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지금도 시간은 흘러가고 있다. 매 순간 주어지는 현재라느 순간은 과거가 되고, 미래는 다시 현재로 옮겨진다. 매순간 최선을 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잠깐의 여유,시간의 공백을 가지며 살아가는 건 어떨지, 나에게 주어진 삶을 앞당기지 않는 것,그것이 때로는 지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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