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 소년 만화시편 1
서윤후.노키드 지음 / 네오카툰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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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른을 위한 만화책이 자주 나온다. 만화책은 아이들의 전유물이라 생각하였고, 나 또한 어린 시절, 드래곤볼, 타이의 대모험,쿵후보이 친미,IS(아이즈) 과 같은 만화책과 함께 성장했다. 요즘 등장하고 있는 대표적인 만화책 조선왕조실톡은 만화에 역사를 더한 재미있는 책이며, 역사나, 철학, 문학 작품까지 다양한 책들이 만화로 그려지고 있다. 이 책은 어른들을 위한 만화로서 서윤후님의 시를 만화로 구현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시가 가지고 있는 추상적인 의미를 만화를 통해 시각적인 효과를 더하고 있으며, 독자들은 서윤후님의 시에 담겨진 깊은 의미와 다가갈 수 있다. 여기에 작가가 시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려고 했는지 그 설명도 추가 된다.


<구체적 소년>은 어른과 아이가 등장한다. 어른이 되었지만 어른으로서 기본적인 자격들, 자신은 여전히 아이에 머물러 있는데, 세상은 준비 되지 않은 어른에게 어른이라는 타이틀을 추가하고 있다. 작가는 그런 자신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으며, 어린 시절의 아이의 향기를 투영해 지금의 자신의 모습과 상호 비교한다. 또한 어릴적 자신이 바라본 어른 세계가 이상에 가깝다면, 실제 어른 세계는 이상이 아닌 현실이며, 공평하지 않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반칙이 난무한 그런 사회가 어른들의 실세계라는 걸 깨닫게 된다. 그 안에서 어른 아이로서 존재하는 자신의 모습과 자아와 마주할 수 밖에 없다.


고아 축구단

해가 지면 승부차기도 진다

우리는 운동장에 모여 공을 찬다. 살가운 종아리들을 부대끼며, 그라운드를 누빈다. 경기에 졌으니 배는 물로 채우는 것이 당연하다. 열손가락 넘게 준 실점은 우리에게 장래희망을 주었다.

우천경기에는 마중 나오는 사람이 없다. 관중도 없이, 언제나 우리는 뒷골목에서 유괴한 공을 찬다. 흙탕물을 튀기며 코너킥을 날린다. 아무도 헤딩할 줄 모른다. 쓰다듬어 준 적이 없어 쓸 줄 모르는 머리통들.

우리는 빨아서 널어 본 적 없는 옷을 유니폼으로 입는다. 우리의 얼룩은 축구단 앰블럼이가. 엉덩이에서도 본 적이 있는데, 누가 물려준 건지 알 수 없는 마크를 똑같이 나눈 적이 있나. 경기마다 공정한 호루라기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청력이 생겼다

전적에 무승부가 기록된 이력이 없다. 승부는 두 가지로 나누는데, 모르는 것과 지는 것이 있다. 하나만 잘해도 되는 세상, 라이벌들은 우리를 수군거렸다. 곁눈질하며 골대를 뽑아가기도 했다. 질투는 우리를 훈련시켰다.

골목의 유소년 축구단이 몰려오면, 우리는 자꾸 얼룩이 생긴다. 손바닥을 모으고 구호를 외친다. 서로 모르는 이름을 섞어 지르는 비명, 승부의 좋은 징후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믿는.

우리는 손발이 잘 맞는 용병들. (p89)

 

책에는 혼자, 고독,어른,독립에 관한 시가 자주 나오고 있다. 현실 속에 놓여진 우리들의 모습은 이상적인 삶에 빗겨나 있다. 행복을 원하지만 때로는 행복이 아닌 나 자신과 마주해야 하는 순간이 올 때가 있다. 독립한다는 것에 대한 생각들, 현실 속에 반칙은 언제나 존재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깨닫게 된다. 시 <고아 축구단.에서 고아들에겐 또다른 핸디캡이 있으며, 그건 청력에 이상이 있다는 사실이다. 부모가 오지 않고, 누구도 응원할 수 없는 축구단, 그들은 그럼에도 희망을 안고 뛰고 살아간다. 존재하기에 노력하고 있으며, 한가지만 잘하면 성공할 거라는 생각, 고아 축구단에게 질투는 또다른 에너지이며, 성장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


<구체적 소년>의 마지막 시는 <무사히>였다. 제목에서 눈치채 사람도 있을 것이다. 세월호에 관한 시이며, 가만히 있으라는 어른들의 말에 가만히 있었던 아이들은 그렇게 바닷속에 잠겨 버렸다.그리고는 우리 앞에 놓여진 참사가 언젠가는 잊혀질 거라는 착각, 그것을 이 시에는 보여주고 있다. 남의 일처럼 생각되는 모든 일들이 우리가 잊고 살아간다면, 내 앞에 찾아올 수 있다는 사실을 마지막 시 <무사히>에서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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