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을 잃은 반려인을 위한 안내서
켄 돌란-델 베치오.낸시 색스턴-로페즈 지음, 이지애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7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집에는 그동안 불문율이 있었다. 강아지, 고양이를 집에서 키우면 안 된다는 불문율이다. 털 날리는 걸 싫어하는 부모님,키우는 반려동물이 세상을 떠날때 느끼는 상실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모는 강아지를 입양해서 키우고 있었고, 세상을 떠날 때마다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외로움을 채워주는 반려동물이 마지막까지 함께 마지막까지 하면 좋으련만 그것이 쉽지 않다. 함께 정들었던 그 시간, 주인 없는 빈집에 대한 허전함이 반려동물을 키우지 못하는 이유였다. 그러나 이런 불문율이 올해 초 사라졌다. 설 명절 고양이를 몰래 키우던 동생이 서울에서 노란 빛깔 귀여운 새끼 고양이를 데리고 왔다. 손에 넣으면 부서질 듯 작은 고양이는 처음 보는 나에게 곧바로 안겼으며, 새로운 집,새로운 환경에서 낯설어 하지 않았다. 한 순간 집은 고양이를 중심으로 돌아갔다. 설 명절 나흘동안 우리와 함께 했던 고양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안타깝게도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며칠 정들었던 고양이는 그렇게 예고도 없이 세상을 떠나 버렸고 동생은 생전 처음 고양이 화장을 해 보았다. 작은 항아리에 채워진 고양이 유골은 대통령 선거 당일 집에서 주말 농사 텃밭으로 이용하는 시골 밭 언저리에 뿌려질 수 밖에 없었다. 죄책감은 그렇게 생겨난다. '조금만 더 살다가 가지 그랬어' 자조 섞인 말을 하게 된다. 조금만 조심할 걸, 강아지 마냥 기분이 좋을 때면 등을 곧추 세우고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던 고양이가 문에 부딪칠뻔했던 아찔한 순간들이 떠올랐다. 내가 느끼는 고통과 작은 고양이가 느끼는 고통은 다를 수 밖에 없는데 조심하지 못했고, 방려동물을 처음 키우는 티를 고스란히 보여줬다. 말을 못하지만 친밀함을 느꼈고 내가 자는 공간에서 곁에서 새근새근 잠드는 모습이 귀여웠다.


반려 동물의 죽음을 포함해 모든 중요한 상실은 겪은 후, 많은 이들이 이전에 상실을 떠올립니다. 오 년전에 릴리가 죽었을 때, 수십년전 돌아가신 아버지와 할아버지,옛날 반려동물들의 죽음을 되씹는 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죠. (p28)

이모는 그렇게 첫번째 강아지를 떠나 보내고 그 아픔을 잊기 위해 두번 째 강아지를 입양했다. 두 남매가 외지로 나가 있는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강아지를 키웠지만, 그것이 고통스러웠다. 예민한 성격에 반려동물의 죽음은 고통스러웠고, 이모는 몸이 점점 아파왔다. 함께 지내면서 살았던 기억들 하나 하나 기억나는데, 그걸 지울 방법을 알지 못했던 것이다. 반려동물과 함께 했던 그 순간의 소중함, 상실에 대한 고통을 스스로 감내할 수 없었다. 책에 나오는 이 문장이 공감가는 건 이모의 삶을 잘 알기 때문이다.


걱정과 후회를 많이 하고, "이랬어야 했는데"의 눈으로 세상만사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사후 비판을 잘 하지 않는 사람들에 비해 더 힘들게 상심을 겪어 나갑니다.(p46)

친절은 언제나 좋지만, 이런 때에는 훨씬 더 중요합니다. 우선, 친절이 자신에게 말하게 해야 합니다. 반려동물을 살리거나 다 오래 살게 하기 위해 다른 걸 했어야 했고, 더 잘 했어야 했으며, 무언가 더 했어야 했나 하는 생가이 들 때 -이런 후회는 많은 이들을 괴롭힙니다.-이런 사고의 질주를 저지해야 합니다.(p55)

후회와 죄책감은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는 생각에서 만들어집니다. 함께 하면서 좀더 건강하게 할 수 있었을 텐데, 내가 좀더 일찍 발견했으면, 더 큰 병원에 가면 나앟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맴돕니다. 아낌없이 사랑을 주는 반려동물은 그렇게 우리 곁을 떠날 때 가족이 세상을 떠난 것과 다른 트라우마를 안겨줍니다. 이런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친절해야 합니다. 남에게 친절을 베푸는 것처럼 나에게도 친절한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내 마음 속 감정을 꺼내 이해하고 공감하고, 슬픔과 아픔을 마주하는 것, 그 과정이 반복되면, 상실에 대한 아픔이 조금씩 무디어집니다. 반려동물과 함께 했던 시간일 길어질수록 이 과정은 더 길어지며, 무심코 내 마음이 들켜버립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내 일상에 충실할 수록 상처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시간이 빨라진다는 사실을 이 책에서 말합니다.


책에서 나온 그대로 되면 좋겠지만, 실제로는 사람마다 다 다르다는 사실입니다. 상실된 반려동물에 대한 애틋함이 길어질수록 그 상처는 깊어지고 오래 기억될 가능성이 큽니다. 상처를 잊기 위해서 새로운 반려 동물에게 정성을 쏟게 되며, 우리는 그렇게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삶과 죽음을 마주하면서 살아갑니다. 어쩌면 부모님께서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불문율을 정해 놓은 건 이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관리하는 것보다 죽음을 마주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숨어 있었던 겁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