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김신회 지음 / 놀(다산북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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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한다는 건 참 힘든 것 같다. 나의 단점을 인정하고 밖으로 내보이는 것, 나의 주변 사람의 단점을 인정하지 못하는 나를 마주하게 된다. 그럴 땐 나 자신이 싫어진다. 누가 나를 위로해 줬으면 하는데, 그 누구의 위로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느낄 때, 나약한 나 자신과 마주한다. 잘못된 선택으로 후회하고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그 마음, 그런 나 자신의 마음을 읽고 있었다. 아니,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말하고 있었을 뿐, 나는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 착각이 나에게 위로를 주는 건 나만 그런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건 아니구나, 나보다 더 힘든 삶을 살아가는 누군가 내 주변에 있구나 느낄 때이다. 나보다 힘든 사람이 세상에서 버티며 살아갈 때, 나는 스스로 좀 더 버틸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얼른 문제가 해결되어 같이 깔깔거리고 싶은 마음, 더 이상 답답한 이야기는 듣고 싶지 않은 마음, 적어도 내 주변에는 행복한 사람들만 있어서 나 역시 그 에너지 속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런 이기심이 위로가 필요한 순간 딴짓하게 된다. 그리고 나와 다른 사람에게 다란 생각과 마음이 있다는 걸 까먹게 한다.(p16)


그런 거다. 그랬던 거다. 나의 속마음이 들키는 순간이다. 내 주변 사람들은 나에게 영향을 준다. 나와 가까운 사람들이 불행해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 나 자신의 마음 속에는 불편함이 자리잡고 있다. 내가 행복해지려면, 내가 불편하지 않으려면 내 주변 사람들이 행복해져야 했다. 그러면서 때로는 질투를 느끼는 나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힘들어 하는 이에게 의미없는 위로를 건내는 건, 내 마음이 답답하고 불편해서였던 건 아닌지, 나의 속마음이 들켜 버렸다.


얼마전 엄마가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늘 당당하던 엄마는 갑자기 도화지 같은 얼굴을 하고,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하고, 질문을 해도 대답하지 않거나 대화 자체를 피했다(p75)


나는 우리 가족에 대해 얼마나 알까, 보노보노는 어느날 아빠가 사라졌고, 어수룩해 보이는 아빠가 고래 무리에서 '공포의 존재'가 되었다. 여기서 나의 가족에 대해서 모른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래야만 가족이 내 마음을 모르는 걸 비로소 인정할 수 있게 되니까 말이다. 사소한 오해와 갈등, 그 안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가족은 서로 모든 걸 알고 있을 거라는 착각 속에 살아가기 때문이다. 착각에서 벗어나게 되면, 마음이 평온해지고, 나 스스로 지혜로워 질 수 있다. 강해 보이는 부모님이 언제부턴가 나약한 존재였다는 걸 느끼면, 나는 비로서 나의 욕심을 덜어낼 수 있다.


포로리 아빠- 노인네들하고 한 약속은 어기는 게 아냐.

포로리- 어긴게 아니라 잊어버린 거에요.

포로리 아빠 - 노인네들하고 한 약속은 잊어버리는 거 아냐. 젊은이들한테는 다음 날, 내년도 있겠지만 노인네들에게는 지금 뿐이라고.(p105)

시간이란 무얼까, 시간이란 나에게 주어진 하나의 개념이며, 영원할 거라는 착각 속에 살아간다. 그러나 살다보면 그게 착각이라는 걸 느끼는 순간이 찾아온다. 내 주변에 내 또래 친구들이 세상을 떠날 때, 나의 친척이 세상을 떠날 때 비로서 느끼게 된다. 시간은 유한하며, 노인 뿐 아니라 내 주변 사람과의 소중한 약속은 꼭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 사람이 없어서 약속을 지키지 못할 때 우리의 마음이 슬퍼지고 아파지는 건 여기에 있다.


지혜로워진다는 건 참 어렵다. 언젠가 갑자기 어른이 되어 버린 나 자신, 그러나 내 마음 속엔 여전히 아이가 숨어있다. 그걸 인정해야 내 마음이 평온하다는 걸 알지만, 여전히 나는 그렇지 못하고 살아간다. 흔들리고 아파하고, 슬퍼하면서, 때로는 혼자서 이상한 아이가 되어 버린채 방치되어 있는 나 자신을 봐라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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