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함무라비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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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사람이 한 권의 책을 읽으면 간간히 궁금할 때가 있다. 이 책도 그런 경우이다. 우리가 쉽게 다가가기 힘든 엘리트의 대표적인 직업 판사에 대해서 알고 싶었고, 문유석 판사의 저서 중에서 먼저 읽었던 건 <개인주의자 선언>이다. 그리고 이제 <미스 함부라비>를 읽게 되었고, 기대가 커서 그런지 그닥 재미있지는 않았고 별로였다. 소설을 한 번도 써보지 않은 글쟁이가 여기 저기 다른 작가들이 쓴 소설 기법을 짜집기 한 듯 그런 느낌이 먼저 들었으며, 중간 중간 법과 우리 사회, 판사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가 더 나았던 것 같다.


소설 속 주인공 박차오름 판사는 중앙지법 초임판사로 20대 후반이다. 엘리틔 전형의 출세길을 걸어왔던 박차오름은 운좋게도 자신이 과거 중학생 시절 알았던 임바른 판사와 한 둥지에서 일하게 된다. 한세상 부장 판사와 임바른 판사, 초임판사 박차오름 판사까지, 중앙지법 44부에서 우리 삶 속에 보여지는 수많은 갈등과 문제들을 해결하고 있다. 박차오름 판사는 아주 당돌하다. 중앙지법 출근 첫날부터 박차오름은 사고를 쳤다. 지하철 2호선에서 성추행을 하던 세진대 교수 고OO 교수에게 니킥을 날렸던 것이다. 현행범으로 잡히게 된 교수는 그렇게 재판에 넘겨지고, 니킥 판사 박차오름, 당돌한 판사, 미스 함무라비 라는 수식어가 박차오름 판사에게 붙었고 그녀는 하루 아침에 주인공이 되었다.


그렇게 부장판사 한세상과 판사 입문 3년차 임바른 판사, 그리고 초임 판사 박차오름,박차오름은 여성들에게 정의의 사도라 부르는 그런 슈퍼 히어로였다. 강한자에게 강하고 , 약한 자에게 약한 모습을 보여주며, 저신의 옷차림에 시선을 가지고 있는 수많은 남성들에 대해서 자신의 당찬 모습을 오롯히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박차오름을 보는 한세상 부장판사는 걱정 스런 시선으로 박찰오름을 바라보고 있다. 그건 그녀의 당찬 모습이 법원 내에 존재하는 규칙에 대해서, 사회 속에 존재하는 법이 이상과 현실이 동떨어져 모순이 드러날 때 무력감을 느끼게 되고, 좌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박차오름의 어린 시절 경험이 지금의 당돌한 박차오름을 만들었으며, 공격적인 성향을 드러내게 만들었던 것이다.


판사로서 재판에 임하는 박차오름은 재판 과정에서 우리 인간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 왜 억울함을 느끼는지 그 과정을 그려 나간다. 치매에 걸린 노인과 재산 분배 과정에서 생기는 갈등 문제, 부부 간의 이혼으로 인해 두 딸의 양육권을 가지려 하는 아빠의 마음, 상습 폭행으로 주폭 노인이 되어 버린 한 노인이 법정에 서면서 그 사람의 마음 속에 나약함이 숨어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문유석 판사는 말한다. 우리 사회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들을 보호하는 시회 시스템이 먼저라는 것이다.


이 소설에 눈길이 갔던 이야기는 전관예우에 관한 이야기였다. 저자는 우리 사회에 전관예우는 존재하지 않으며, 판결에 크게 지장을 주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건 검찰과 법원이 다른 체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최근 불거진 대통령 탄핵 파면 사건에서 전관예우 변호사가 수십억대의 돈을 받았던 이야기가 나오고 있고, 여러 판결들이 국민의 시선들에 합당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동안 검찰에 대한 불신이 법원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 이유가 바로 전관예우 문제일 것이다..또한 판결에 있어서 인간이 마주하는 인지적 오류와 편향에 대해 문유석 판사의 생각도 엿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은 박차오름 판사와 같은 그런 사람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제 세상을 떠난 노무현 변호사가 보여줬던 강자에 강하고 , 약자에 약한 그런 모습을 박차오름 판사를 통해 느꼈으며, 그녀가 판사 초임에 마주할 수 밖에 없는 그런 인간의 고뇌가 느껴진다. 자신의 어린 시절 기억을 재판 과정에서 피고와 원고의 재판 과정에서 느꼈으며, 그것이 판결에 있어서 큰 어려움으로 이어지게 되고, 소설 속에서 미스 함무라비라는 타이틀을 안겨준 교수가 자살시도함으로서 법복을 벗으려 하는 박차오름과 그 재판에 대한 책임을 지고 판사에서 물러나는 한세상의 모습이 겹쳐지고 있다.


판사는 기록을 다루는 직업이다. 최근 대통령 탄핵에서 10만 페이지 분량의 사건 기록물을 판사들은 정말 다 보는 걸까 의구심이 들었다. 문유석 판사는 여기서 자신에게 놓여진 재판 기록물은 다 보며, 반복된 기록물은 빨리 넘겨가며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들에게 고무 골무는 필수품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야근을 밥먹듯 하는 판사가 하는 일, 사건을 모두 정리하지 못해 집에 가져 가다가 택시 위에 놓고 간 에피소드들, 판사에게 있어서 기록은 일상이며, 그 기록이 사라지면, 사직을 쓸 수 밖에 없는 숙명을 가지는 직업이라는 사실도 알게 된다. 물론 도덕적 책임을 가지는 경우 또한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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