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솔지 소설
손솔지 지음 / 새움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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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태어나 내가 먼저 사용하는 언어는 한글이다. 만약 나에게 한글이 없었다면, '이런 과학 기술을 받아들일 수 있으며, 편리한 삶을 살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하게 된다.에 대해서 '아니다' 라고 대답할 것이다. 언어라는 건 나에게 개념을 부여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나가는 욕구와 욕망의 도구이다. 그러하기에 언어는 우리에게 축복이면서 지옥문이다. 언어로 인해 우리는 점점 더 복잡함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새로운 개념에 신조어를 더해 세대 차이를 이끌어낸다. 우리 사회에 갈등과 반목이 일어나고 있는 그 밑바탕에는 언어의 사용의 차이에 있으며, 그건 결국 소통할 수 없는 상황을 야기시킨다. 수많은 자기 계발서에서 행복해지려면 단순하게 살라고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단순하게 살아가면 수많은 개념이 나를 둘러싸지 않게 되며, 그러면 나와 주변 사람들 사이에 갈등은 적어진다. 개념은 생각을 낳고, 생각은 행동으로 이어지는 우리에게 단순함은 모든 것에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


언어에 대해 말하고 싶은 건 작가 손솔지에 대해서, 그녀가 쓴 소설 <휘>에 대해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영어와 한글의 차이는 한글자가 하나의 의미로 쓰여질 때가 많다. 그게 한글이 가지는 장점이면서, 약점이기도 하다. 한글은 하나의 단어에 하나의 개성과 의미를 품고 있으며, 그걸 사용하는 한국인은 풍요로운 개념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 하나의 단어는 하나의 의미를 품고 있으며, 같은 단어임에도 문장 속에서 다른 의미로 쓰여진다.외국인의 입장에는 그것은 상당한 괴로움으로 다가운다. 그걸 하나 하나 구분짓고 문장속에 사용한다는 것은 어쩌면 50미터 상공에서 번지점프를 시도하라는 것보다 더 어려울 수 있다. 작가 손솔지의 두번째 작품 <휘>에는 여덟편의 단편소설이 있으며, 그 단편은 휘,종, 홈,개,못,톡,잠,초 였다. 한단어 단편 소설에는 각자 개성이 담겨져 있으며, 손솔지의 내면 세계를 엿볼수 있다. 이 책을 읽기 전 광고쟁이 정철의 <한글자>를 읽었기에 이 책은 낯설지 않았다.


첫번째 이야기 <휘>. 이 소설 속 주인공은 자신의 이름에 대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네 이름 속에는 휘파람 소리가 나'에 담겨진 이름에 대한 의미 부여. 아버지와 주인공, 마담이라 부르는 이의 관계를 엿볼 수 있다. 이름 속에 감춰진 인간의 욕구. 서로의 이름을 확인한 다는 건 서로에게 친근함에 다가가는 첫 관문이다.하지만 서로에게 이름을 알려고 하지 않으면서 굳이 알려주려고 하지 않는 주인공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누군가를 경계하면서 그 안에 꿈틀거리는 방어 본능, 아버지의 과거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다.


<종>에는 누이가 등장한다, 나와 누나와의 관계.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이지만, 서로를 억압하고 감시한다. 누이는 주변 사람들에게 오빠라 부르고 있다. 아버지는 누이를 괴롭혔고 성적 폭행을 일삼고 있으며, 주인공 또한 아버지와 똑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 소설 속에 존재하는 가족이라는 개념 속에 숨어있는 우리의 일상, 그들은 누이를 어머니와 동일시 하였으며, 분노의 표현이었다.


<홈>에서는 수능을 코앞에 둔 고3 아이들을 다루고 있다. 그들은 이름이 아닌 성적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고 있다. 일년 365일 또한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아닌 수능이 기준점이 된다. 1월 1일은 1월 1일 새해 첫날의 의미보다 '수능으로 부터 며칠전' 인지가 더 중요하다. D-169, D-141,D-128 에 감춰진 수험생의 일상이 여기에 나오고 있다. 일호와 11등, 10등이 그들의 정체성을 더 정확하게 나타낸다.  소설 속 수험생의 일상은 비극적인 운명에 놓여졌으며, 학교가 학교에서 일어난 자살 사건을 어떻게 바라 보는지 알게 된다.


작가 손솔지의 작품 세계는 독특하다. 여느 작가들이 제목에 자극적인 제목을 달아 독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하지만 손솔지는 그런 보편적인 규칙에 벗어나 있다. 첫 번째 소설 <먼지 먹는 개>도 그러하고, 두번 째 소설 <휘>도 그러하다. 작가의 내면세계를 가득 품고 있으며, 그것이 궁금해진다. '진실을 담은 거짓말'을 이  책에 담아내고 있다. 그리고는 개성과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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