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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과 씨름한 영혼 ㅣ 문학나무 소설선 45
곽정효 지음 / 문학나무 / 2017년 1월
평점 :
역사책을
읽을 때 한국사와 세계사의 기술 관점에서 차이가 느껴진다. 세계사 기술은 대체로 인물보다 사건에 초점을 맞춘다. 그 나라의
역사적 사건에 대해 사건의 의미와 세계사의 변환점, 하나의 사건으로 인해 세상은 어떻게 바뀌게 되었는지, 기술하는 것이 특징이다.
한국사의 경우 사건보다 인물에 더 초점을 맞추고, 그 안에 애국심을 부여할 때가 많다. 여기에는 승자와 패자가 등장하고, 좋은
사람과 나쁜사람이 들어간다. 이런 과정들은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생각의 틈을 주지 않는다. 설민석 역사 강의를 보면 그런
특징이 도드라진다. 세종대왕과 안중근, 안창호, 역사 속의 주요 인물에 대해서 위대한, 존경스러운, 반드시 라는 수식어를
붙임으로서, 역사를 교묘하게 바꿔 놓고, 역사에 대해서 다양하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밖에 없다.역사에 대해 말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이 책이 종교 책이 아닌 역사 책이기 때문이다. 일제 강점기 시절, 조선의 상황을 그려내고 있으며, 독립 운동가
최재형의 삶을 소설로 묘사한다.
최재형은 함경도의 노비 출신이다. 양반과 노비의 신분적 차이, 흉년으로 인해 노비를 포함해서 조선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는데, 양반 지주들을 자신의 곳간을 채우는데 여념이 없다. 최재형은 역사속에서 1860년 태어났으며, 그가 9살 되던 해
러시아 시베리아로 떠나게 된다. 그러고는 조선의 상황은 외교권은 일제에 의해 빼앗겨 버렸고, 최재형은 새로운 길을 걷게 된다.
그에게 있어서 조선에서 배고픔 속에서 죽으마, 시베리아의 추위 속에서 죽으나 매한가지였다. 조선 땅에는 희망을 기대할 수 없고,
시베리아에서 살아가면 희망을 찾을 수 있고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최재형이 지나쳐 온 유럽의 스페인의
모습은 새로운 세상이 와 잇는 착각이 들었다. 그리고는 자신이 조선이라는 땅에 갇혀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노비로서 재산을
가지지 못했던 신분적 한계, 스페인을 지나치면서 방치되어 있는 땅에 들풀이 자라는 걸 이해할 수 없었다. 저 넓은 땅을 쌀농사를
지으면 배부르게 살 수 있는데, 스페인 사람들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고, 그것이 자신에게 기회가 될 거라 생각하였다. 꼬맹이
시절부터 배를 타면서 망망대해를 떠돌아 다녔던 최재형은 에스키모인과 유럽인들의 물물 교환을 유심히 보았다. 금과 모피가 아주
중요하고 돈으로서 가치가 있었던 유럽인, 에스키모인에겐 괴혈병을 예방할 수 있는 유럽인들이 가지고 있는 생활품이 필요했다.
서로에게 필요한 물건을 교환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을 꼬맹이 최재형은 알게 되었으며, 그것은 충격이었다. 여기서 선장과
최재형의 인연은 자신의 인생 깊숙히 연결된다. 자산가가 되어서 돈을 벌고 싶었던 최재형, 선장의 딸 아나스타시아,선장은 자신의
딸과 최재형을 연결하고 싶었으며, 결혼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아나스타시아는 병약했으며, 요양원 신세를 질 수 밖에
없었다. 최재형은 자신의 반려자로 선택한 사람은 엘레나이다.
헤이그 특사 파견은 조선의 을사조약의 부당함을
전하기 위해 파견되었다. 하지만 조선은 일제에 외교권이 박탈된 상태였다. 조선의 자주권이 상실된 상태에서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얻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한가닥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헤이그에 도착하지만, 강대국들은 아시아의 변방 조선에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최재형은 그제서야 깨닫게 된다. 조선이 일어나려면 강해져야 하며, 자주 독립 선언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통감하게
된다. 러시아에 대한 지식이 많았던 최재형은 러시아와 일본 관계를 이용하게 된다. 최재형은 의병활동을 뒤에서 지원하였다. 하지만
한가지 사실은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자신의 아내 엘레나에게 말하지 않았던 역사적 사건은 안중근이 이토히로부미 저격
계획이었다. 일본은 러시아에서 독립운동을 하는 조선인을 색출하고 싶었지만, 러시아가 가지고 있는 힘은 일본인들의 활동에 제약이
가해졌다. 최재형이 연해주에서 독립운동을 지원할 수 있었던 던 건 이런 이유이다. 하지만 최재형은 이토 히로부미 저격 사건으로
인해 일본 헌병의 요주의 인물이 되었으며, 일본인에 잡혔으며, 처형되었다.
내가 배우는 역사는 과거를 향하고
있다. 100년 이전의 역사는 피부로 와닿지 않고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 모를 때가 많다. 역사가들은 그 당시 살았던 이들의
역사적 사료를 이용해 그 당시를 재현하고, 역사를 새롭게 바라보고 있다. 여기서 왜곡이 발생하는 건 역사의 해석 기준이 바로 현재
우리의 언어와 문화와 생각, 가치관을 바탕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친일이나, 공산주의에 대한 가치관, 유대인에
대한 생각들이 일제 강점기 시절에 그들이 똑같이 생각하고 있는지 알길이 없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그럼으로서 우리는 역사를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추정과 의문이 더해지고, 그것이 사실이 되는 오류를 범할 때가 있다. 이 책 또한 최재형의 삶을 기술하는
과정에서 그 오류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