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물
김주욱 지음 / 황금테고리 / 2017년 1월
평점 :
절판


이 소설은 표지가 인상적이다. 그리고 한장 한장 넘기면 이 소설 속 감추어진 이야기에 접근하게 된다. 또한 이 소설은 어쩌면 좋아하는 사람보다 싫어하는 사람이 더 많지 않을까. 우리 사회의 음지를 비추고 있으며, 인간의 행위 자체에 대해서 왜 저런 행동을 하는 걸까, 그들이 그런 행동을 하면서 무엇을 얻고자 하는걸까 궁금하게 된다. 인간의 욕망과 일탈행위에 대한 7가지 단편이 여기 담겨져 있다.


밥솥은 우리가 배고픔을 해결해 주기 위한 문명의 이기이다. 과학 기술의 발달로 인해 장작불 연기 풀풀 나는 무쇠솥에 밥해 먹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아무나 지을 수 없는 밥>에서 밥솥은 다른 용도로 사용된다. 주인공은 밥솥에 하얀 밥울 짓지 않는다. 밥의 주재료가 쌀이 아닌 플라스틱이다. 플라스틱 사출 성형 공장에 일하면서 눈에 보이는 플라스틱 알갱이가 먹음직스러웠고, 그걸 입에 우걱 우걱 채워 넣는다. 주인공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플라스틱 재료를 활용해 밥을 짓게 된다.


남자 다섯은 여행을 떠난다. 그곳은 전라도 고흥 여자만이란 곳이다. <추억의 여자만>에서 그들이 여자만에 간 이유는 단 하나였다. 그곳에 가면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걸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여자만에는 인간의 욕망이 숨어있다. 그걸 보고 싶어했던 다섯 사내남자들, 그들에게 가로막는 무언가가 있다. 그리고 그들에게 그것이 여자만의 추억이 되어 버렸다.


인간의 몸에 있는 털은 생존을 위해 존재한다. 우리 몸 곳곳에 존재하는 털들, 그것은 인체의 신비이다. 현대 사회에서 털은 거추장 스럽고 제거해야 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겨드랑이 털은 미용을 위해 거추장스럽고, 그걸 남겨 놓는 건 다른 사람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한 가닥 터럭> 속에 있는 털은 그 자체로 인간의 성에 대한 욕구이다. 자신의 등에 나 있는 점 하나에 붙어 있는 털 하나. 그것은 이성에게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주인공은 자신의 등에 나 있는 한 가닥의 터럭을 재거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지만,그것은 쉽사리 제거되지 않는다. 한가닥의 터럭에 숨겨진 남자의 집착은 그 남자의 운명이나 숙명은 아닐런지.


한국인들은 참 욕을 잘하는 것 같다. 동방예의지국이라 부르는 대한민국에서 수십개, 수백개의 욕이 등장하는 건 참 아이러니한 현상이다. 소설 <개새끼>의 개새끼는 두가지 의미로 해석된다. 흔히 강아지를 속된말로 쓰이고, 때로는 사람같지 않은 사람에게 이런 단어를 쓰게 된다. 주인공 소년은 엄마와 함께 사는 남자에게 이 단어를 쓰고 있으며, 자신은 그 남자에게 벗어나기 위해 돈을 모르고 있었다. 그러나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작가는 말하고 있다. 소년이 사는 곳은 달동네 비슷한 곳이며, 반지하에 비가 오면 수해가 빈번한 곳이다. 박태환 선수와 같은 유명한 수영선수가 되고 싶었던 소년은 하지만, 그 꿈은 멀어질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이 매트릭스 안에 감춰놓은 돈 때문에, 그 돈이 그 소년을 집어 삼키고 말았다.


편의점 일상, 도시에서 편리함에 익숙한 현대인, 그러나 우리 사회는 모두에게 편리한 삶을 보장하지 못한다. 누군가는 편리하게 살지만, 누군가는 힘겨운 삶에 그 편리함을 감당하는 일을 담당한다. 편의점 알바를 하는 여직원을 본 주인공은 그녀를 보기 위해 자신도 그곳에 일을 하기 시작하였다. 여성과 교대하는 그 시간 편의점 야간 알바를 시작하였다. 그러나 주간 알바를 하는 여성은 그만 일을 그만 두었고, 남자는 상심하게 된다. 마지막 편 <허물>에는 뱀이 두 마리 등장한다. 주인공은 박원장이라 부르며, 자신의 몸에 대해 혐오감을 드러내고 있다. 뱀은 그런 자신의 혐오감을 감춰주는 목적이며, 두 마리의 뱀이 자신의 몸을 감싸는 걸 상상하게 된다. 미용실에 존재하는 은밀한 일탈, 손님이 없는 그 사이 미용실에는 또다른 일들이 일어난다.


일곱가지 소설 작품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의 환경을 비추고 있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인간이 만들어 놓은 규칙들, 그러나 그 규칙은 결코 가난한 사람의 삶을 보장해 주지 못한다. 누군가는 제도를 악용하며, 착취를 한다. 그리고는 그들은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며 살아간다. 작가는 그런 인간의 감춰진 음지의 속살을 드러내고 있으며, 인간의 공허감 속에 숨어있는 수치와 욕망을 같이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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