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넘어 인문학 - 미운 오리 새끼도 행복한 어른을 꿈꾼다
조정현 지음 / 을유문화사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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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그림책을 읽은 기억은 없습니다. 시골에서 자연이랑 놀다가 동화책을 접하게 됩니다. 청계천에서 산 세로로 된 글씨, 낡고 누런 종이에 표지 또한 초록색 단색의 동화책이 제가 처음 접한 전래 동화책입니다. 읽고 또 읽고 다시 읽었던 동화책은 이사하는 과정에서 사라졌으며, 골동품이 되었습니다. 그 책이 어떤 책인지 알고 싶지만 여전히 기억이 나지 않고, 출판사도 기억이 나지 않아 아쉬움이 남아있는 나만의 동화책입니다. 저자도 그런 추억이 있었던 겁니다. 국민서관에서 산 60권짜리 소년소녀세계문학전집,저자는 그 책을 여러번 읽었고, 동화책에 대한 여운이 남아있었던 겁니다. 동화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독서를 즐기는 사람이 되었고 동화와 인문학을 말하고 있습니다.


책 제목만 보면 동화와 인문학을 연결하였으니 쉽게 쓰여진 인문학일 거라는 착각을 불러옵니다. 그러나 이 책의 수준은 높습니다. 17개의 동화 이야기를 바탕으로 우리 삶을 말하고 있으며, 17가지 인문학이 등장합니다.그리고 인문학의 가치를 동화와 연결짓습니다. 하나의 동화에 하나의 인문학이 들어있는 셈입니다. 첫 장에 소개 되는 동화는 이솝 우화의 <당나귀와 아버지와 아들>입니다. 동화 속에는 아버지와 아들, 당나귀가 나오는데, 주변 사람들의 말을 듣다가 그만 당나귀를 물에 빠트리느 최악의 상황을 만나게 됩니다. '귀가 앏은 부자 관계'가 등장하는 동화가 바로 <당나귀와 아버지와 아들> 입니다. 주변사람들에 휘둘려 자신의 생각과 가치관을 내세우지 못하고는 최악의 상황을 만들어 나가는 것, 그런 사람은 우리 주변에 상당히 많다는 걸 느낍니다.한병철의 <피로 사회>속에서 이솝우화가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지 배우게 됩니다.


가장 눈길이 갔던 책은 피터팬입니다.<피터팬>을 쓴 작가 제임스 매튜 배리의 이름은 몰라도 우리는 피터팬을 잘 알고 있습니다. 호기심 강하고 모험심 강한 피터팬과 웬디 남매,그리고 후크 선장이 등장합니다. 어른의 잔소리를 듣지 않고 자기가 원하는데로 놀수 있는 곳 네버랜드에 웬디를 유혹하는 피터팬, 웬디는 네버렌드에서 고아들의 엄마가 됩니다. 어이와 어른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피터팬 증후군'으로 잘 알려진 동화 이야기 속에서 몸은 어른이지만 어이가 되고 싶은 현대인들의 생각이 잘 나타나 있는 동화가 피터팬입니다. 점점 더 진짜 엄마가 되어가는 웬디, 그제서야 웬디는 깨닫게 됩니다. 웬디는 자신의 진짜 엄마를 걱정하게 된 것입니다. 이 책에선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합니다> 가 등장하며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실존적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됩니다.


어릴 적 동화를 읽게 되면, 우리는 세상이 동화 속 이야기 그대로 될 것 같은 착각에 빠집니다. 동화 속 권선징악과 인과응보, 상식이 존재하는 동화 속 세상, 그러나 어른이 되면서 동화 속 이야기가 비현실적이라느 걸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는 어릴 적 우리의 동심은 언제부터인가 지워지게 되었고, 동화 속에 존재하는 지혜조차 점점 흐릿해집니다. 사회적 모순 속에 던져진 나라는 존재에 대한 회의감, 동화가 추구하는 어린 시절의 순수함은, 어른이 되어서 반드시 버려야 할 가치로 전락된다는 걸 깨닫게 될 때 씁쓸해집니다. 그럼에도 동화를 찾는 건 어쩌면 여전히 살아가야만 하는 우리에게 희망을 줄거라는 기대감이 아닐까,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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