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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보드 위의 댄서 - 두 다리를 잃고서 인생의 춤을 배우기까지
에이미 퍼디 지음, 문은실 옮김 / 자음과모음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에이미
퍼디가 쓴 <스노보드 위의 댄서> 를 중학교 때 읽었다면, 감동적이다, 슾프다, 멋지다, 대단하다 고 말했을 것이다.
에이미 퍼디가 보여준 인생 스토리는 그 누구도 시도할 수 없는 일이고,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찾아온
최악의 순간, 여느 미국인들과 비슷한 학창시절을 보냈고, 돈을 벌었던 에이미 퍼디에게 찾아온 시련을 극복하는 것, 그것만으로
대단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이 책을 읽고 난 뒤 내가 느낀 건, 왜 우리가 읽는 책들은 왜 이렇게 천편일률적인가였다.
최악의 상황에 대해 주저앉지 않고 용기를 가지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성취하는 것, 그 안에 감추어진 감동에 대한 포장된 이야기들,
그것이 진실인지 아닌지 의심하게 된다. 에이미 퍼디의 스토리에서 무언가 작위적이고 성공의 법칙에 벗어나지 않는 스토리를 재생하는
듯 했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것들은 보여지지 않았으며, 항상 긍정적이고, 행복한 것처럼 보여지기 때문이다. 그것은 현실과
동떨어질 수 밖에 없으며, 그가 가지고 있는 고통을 피부로 느낄 수 없었다.
이 책은 스노보드를 좋아하는
에이미 퍼디의 인생 이야기이다. 여느 고등학생처럼 비슷한 삶을 살았던 에이미 퍼디는 고등학교 졸업 후 시작한 일은 마사지 세라
피스트이다. 마사지 세라피스트는 스포츠 마사지의 일종이며, 에이미 퍼디는 스노보드를 즐기는 20대 아가씨였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어느날 자신의 컨디션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평소와 다르게 몸이 무거워지고, 잠을 자도 피로가
가시지 않았다. 그리고 가족들에게 자신의 상황을 알리게 된다. 가족들은 에이미에 대해서 꾀병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에이미 퍼디의
상황은 가볍지 않았고,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신장 이상으로 인해 에이미 안에 존재하는 피가 장기로 쏠리게 되었고, 에이미는
폐혈증 쇼크가 오게 된다. 박테리아성 수막염이 걸리고, 의식은 있었지만, 자신이 죽을 거라는 걸 인지하게 된다. 점점 더 늪으로
빠지게 된 에이미는 결국 아버지가 준 신장으로 죽음의 늪에서 살아나오게 되었고 회복되었다. 하지만 그녀의 두 다리가 절단되고
말았다.
여기서 이 책을 읽으면서 어색한 걸 느끼게 된다. 다리가 절단되는 그 순간에 스노보드를 할 수 있을까
없을까 고민하는 에이미의 생각이 의심스러웠다. 다리를 절단하지 않으면 죽을 수 있는데, 다리가 절단되는 정도에 따라 스노보드를 못
탈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그런 상황이 있다면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하고 모든것을 내려 놓을 텐데, 스노보드를 생각하는
에이미의 생각은 상당히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다행스럽게도 에이미는 무릎 아래 정강이는 잘려지지 않았고, 의족을 활용해 스노보드를
즐길 수 있게 된다. 또다른 문제가 생겼다. 그 누구도 의족을 찬 아가씨에게 스노보드를 가르쳐 주지 않았고, 그런 경험을 가진
강사들도 많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지만 에이미는 포기 하지 않았고, 걷고 일어나고 재활하는 과정에서 스노보드를 탈 수 있게 된다.
그렇게 에이미 퍼디의 노력과 도전 정신은 TV 를 통해 알려졌으며, 또다른 기회가 찾아왔다. 유명한 가수 마돈나가 에이미
퍼디에게 연락이 온 것이다. 그리고 에이미 퍼디는 의미있는 삶을 살기로 결심하게 된다. 자신과 똑같이 무언가 도전하고 싶지만 할 수
없는 장애인들을 위한 비영리 단체를 만들었다. 장애인이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후원하는 것이 에이미 퍼디의 또다른
도전이었고 새로운 인생의 시작이었던 것이다.그렇게 의족을 신고 다시 스노보드를 할 수 있었던 에이미 퍼디. 2014년 소치
올림픽에 스노보드가 정식 종목이 되었고, 에이미 퍼디는 미국 국가대표가 되어 패럴림픽에 출전하게 된다. 에이미 퍼디의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있다. 댄싱 위드 더 스타에 출전에 결선에 올라가는 귀염을 토하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감정은 왜 우리 사회에 장애인에 대해서 백인이나 아름다운 여성, 멋진 남성에게 기회가 주어지느냐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 현존하는 편견과 차별, 똑같은 장애인임에도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여러번 찾아오지만, 누군가는 그런 기회조차 오지 않고 또다른
상처와 좌절을 경험 하게 된다. 에이미 퍼디와 비슷한 삶을 살았던 이가 한국에 있다. 교통사고로 화상을 입었던 이지선씨, 그녀가
화상을 입었던 그 당시 대증에게 화제가 되었던 건 이지선씨 화상 이전 모습이다. 아름다운 여성이 화상으로 인해 인생이 뒤바뀌는
안타까운 상황들이 우리는 더 안타까웠으며, 에이미 퍼디에게 보여주는 관심 또한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