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쯤인지 모르겠는 오늘
이보람 지음 / MY(흐름출판)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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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쓰는 모국어는 한글이다. 나는 세상의 모든 걸 한글로 바꿔 쓸 수 있을 있고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이 착각이었다는 걸 금방 알게 되었고, 잘못된 생각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내가 쓰는 언어는 나의 정체성과 틀을 만들었고, 그 틀에서 벗어날 수 없는 나자신을 보게 된다. 대한민국에서 한글을 모르면 불편하다는 걸 알게 되었으며, 내가 필요한 것을 하나 둘 배워 나가게 된다. 세상이 만들어 놓은 개념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한가지 개념은 배우지 말았어야 했다. 어른이라는 개념, 나이가 들면 누구에게나 찾아왔으며, 나이의 무게 만큼 어른이라는 개념이 가지는 무게도 점점 더 느끼게 된다. 어른과 아이 그 경계선에서 흔들리는 나 자신을 알게 되었고, 나 스스로 좌절하는 순간도 마주하게 된다. 12년 동안 배우지 못했던 것을 살아가면서 경험을 통해 알게 되면서 내가 선택한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나날보다 그렇지 않은 나날이 많았다.



이 책을 읽게 된것도 그런 이유였다. 흔들리는 나.사고뭉치인 나를 위로하고 싶었다. 너만 흔들리고 살아가는 건 아니라고, 다른 이들도 흔들리면서 조금씩 성장하며 살아간다고, 그 말을 듣고 싶었다. 위로라는 건 무엇일까. 당장 해결할 수 없어도 누군가 너랑 똑같은 마음을 가지는 이가 있다는 게 위로의 의미인 걸까... 말하지 않아도 눈빛만으로 니 마음 안다고 해주는 그런 한 사람이 나에게 필요했다..그 사람의 마음을 들으면서 그 사람이 남겨놓은 글을 통해 내 마음을 그 사람에게 기대고 싶었던 것이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20여개 캡쳐했다. 그중에서 나머지를 지워 나가면서, 저자도 어른이 주는 무게를 피부로 느끼면서 살아가고 견디며 살아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자신에게 지어진 어른의 무게감을 내가 사용하는 한글을 사용해 표현하고 있었다. 내가 쓰는 한글은 나의 마음을 표현하기에 딱 적당한 도구였다. 하지만 그것이 때로는 독이 되었다. 나에게 익숙한 그 언어는 다른 사람도 익숙한 언어라는 걸 깨닫게 되고, 우리는 그 익숙함에 갇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면서 오해를 만들어 간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나는 내가 쓰는 언어의 본질을 나 스스로 다 알고 있다고 착각하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또한 나의 생각과 나의 행동이 달라지면 나는 더 좌절하게 된다. 나에게 익숙하지 않은 언어나 중국어, 일본어로 무언가를 표현하고 감정을 드러낸다면 이렇게 좌절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건 외국어니까 나 스스로 표현의 한계를 느끼면서 내려 놓게 되고, 내가 사용하는 언어와 나의 행동이 일치되지 않는 상황, 그 안에 존재하는 모순됨에 대해 나 스스로 견디며 살아갔을 것이다.


망설어야지, 멈춰야지. 그걸 생각하고 있지만 그걸 실행하지 못하는 작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내가 사용하는 언어와 한국인이라는 정체성, 나의 생각과 나의 행동이 어긋나면서 나는 더 힘들어 한다. 내가 생각하는 아이라는 개념과 내가 생각하는 어른의 개념, 그 개념이 나의 행동과 불일치 하면 할 수록 나는 더 힘들어지고, 더 아플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작가는 어른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책 이곳 저 곳 심어 놓았나 보다. 자신은 어른인 걸까, 아니면 아이인걸까, 그 안에서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작가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나는 내 마음이 작가의 마음과 같다는 걸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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