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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류시화 지음 / 더숲 / 2017년 2월
평점 :
류시화는
질문하고 있었다. 인간으로 태어나 인간이 가지고 있는 세상에 대한 질문들, 그 질문들에 대한 해답을 스스로의 삶을 통해 찾아
나가고 있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오만함과 고정된 관념들이 인간을 가두고 있으며, 인간과 자연을 분리시킴으로서 인간은 불행한
존재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삶을 살 수 밖에 없다. 남이 가지는 생각과 가치관을 다른 사람에게 주입시키려 하는 인간이 가진
습성이 또다른 인간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자아를 흔들고 있으며, 나와 너를 분리 시키는 걸 당연하게 생각한다. 인간이 동물과
차별화 함으로서 인간은 스스로를 위대한 존재라 생각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인간이 가지는 그런 불완전한 속성에
대해 알기 위해서 류시화는 여행을 떠나게 된다. 투우장에서 소가 안전하다고 느끼는 그 장소, 사람에게 보이지 않는 구역이 있으며,
그곳을 퀘렌시아라 부른다. 소는 그 곳에서 기운을 얻고 숨을 고르면서 기운을 얻게 된다. 퀘렌시아는 회복의 장소라 부르며,
피난처, 안식처라 부른다. 동물들은 퀘렌시아에 대해 본능적으로 알아 차리며, 겨울철 동면을 들어가는 개구리의 삶의 특징을 찾아
나간다. 인간만이 퀘렌시아의 존재를 놓치며 살아가며, 류시화는 그걸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나게 된다. 퀘렌시아를 찾지 못하는 인간은
본질적으로 불행한 삶을 살아갈 수 밖에 없으며, 자신을 파괴하고, 남을 파괴하는 속성을 지니게 된다.
매년
한번 인도를 떠나는 이유는 바로 그곳에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같은 장소 같은 위치임에도 그곳은 항상 고정되어 있지 않다. 처음
갔던 류시화와 두번째 갔던 류시화가 다르듯이, 같은 장소에 머물러 있는 이들도 매 해 달라지게 된다. 이렇게 여행을 하면서 인간의
삶을 고찰하게 되고, 모순을 찾아가게 된다. 직진으로 나아가는 것을 효율이라 부르는 인간의 오만함, 우회하면서 가는 것 또한
지름길이라는 걸 류시화는 인도 여행을 통해 깨닫게 된다. 사람들의 살아가는 방식을 통해 류시화는 자신의 오만함을 내려놓게 된다.
새는
날면서 뒤를 돌아 보지 않는다. 뒤를 돌아 보는 순간 죽을 수 밖에 없다. 인간만이 뒤를 돌아 보며, 그 안에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려 한다. 자유로워지고 싶어하는 인간이 자유롭지 못하는 건 좋은 일, 나쁜일이 나타날 때마다 돌을 모으기 때문이다. 인간은
좋은 일이 떠오르면 웃고, 나쁜 일이 떠오르면 운다. 그런 기억들을 모으는 인간은 자신을 옳아매게 대고 결국 자유의 날개를
잃어버리게 된다. 자유를 찾기 위해서 인간이 할 수 있는 건 자신의 기억을 묶어 놓는 모든 것을 내려 놓아야 한다. 그것이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과거에 묶여 있으면 안된다.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새들을 부러워하고 새가 되고 싶다면 과거가 아닌 현재를
살아야 한다. 과거의 상처나 기억들을 오래 들고 있을 수록 인간의 삶의 무게는 점점 무거워지고, 자유의 날개는 꺾이게 된다.
공감 능력은 인간의 잔인성을 억제해 준다. 타인의 처지에 공감하려는 본능적인 성향을 외면하면 사람들을 사물화하게 되고, 서로를 사물로 대할 수록 세상은 더 위험해진다. (p120)
인간이
가지는 잔인함은 동물과 함께 공존할 때 잘 드러난다. 동물과 더불어 살아가는 인간은 동물을 사물화 함으로서 동물에 가하는 학대를
정당화한다. 그런 모습은 인간이 가지는 잔혹함의 단적인 모습이며, 인간은 동물 뿐 아니라 인간에게조차 사물화하려는 모습을 감추고
있다. 그럼으로서 사람을 고의적으로 다치게 하고, 자기 자신을 파괴하는 건 여기에 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건 인간은 자신의 눈앞에 보이는 모든 걸 사물화 하기 때문이다. 동물 뿐 아니라 인간조차도 인간은 사물화 한다.
류시화는
우리에게 또다른 질문을 하고 있다. 인간다움이란 무엇이며,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개념들이 늘어날 수록 인간은 불행해지고, 소멸되어 간다.류시화의 생각에는 우리의 행복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