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한번도 읽어진 적 없는 문장이다
임중효 지음 / 아우룸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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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용하는 언어는 묘할 때가 있다. 때에 따라서 장소에 따라서, 나의 감정에 따라서 그 언어는 다르게 해석되어진다. 같은 단어 같은 문구, 같은 문장은 때로는 사람에 따라 불공평해지고, 차별하곤 한다. 때로는 나를 분노하게 하고 때로는 위로하고, 그걸 느낄 때면 참 묘하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다. 시라는 것도 그러하다. 내 감정이 기쁘거나 평온할 땐 그냥 남의 언어, 남의 글일 뿐인데, 내 감정이 요동치고 아플 땐 자세히 들여다보게 된다. 시가 내마음을 이해하는 것도 아닌데,이해해 줄거라고 착각하게 되고, 누군가 힘들 어 하는 걸 보면 때로는 오만함과 자만심에 빠져 그 사람에게 얄팍한 단어 몇개 문장 몇개를 꺼내 위로 하곤 한다., 정작 자신이 아플 땐 스스로 감당하지 못하고 해결하지도 못하면서, 남의 일엔 자신의 오지랖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그걸 우리는 꼴깝이라 부르고 있는거다.



너에게 미움을 샀다
가격표가 없다
물어봐도 너는 말이 없다
아주 단단히 너에게
미움을 샀구나
너를 무지하게 좋아하지만
무지하게도 난 널 잘 몰라 (p83)


어쩜 지금 내 마음을 너무나도 잘 드러내고 있다. 22개의 단어 속에 내 마음이 담겨져 있다. 내가 미워하는 그 사람은 나를 미워 하고 있는 건 아닌지, 그런데 나는 그 사람을 잘 모른다. 나이도 모르고, 고향도 모르고, 그녀의 취미가 무언지도 모르고 있다. 어쩌면, 어쩌면 서로 만나지 말았어야 하는데, 그렇다면 서로의 감정을 건드리지 않았을 거고, 서로 엮이지도 않았을 거다. 바보 같이 내가 만들어 놓은 작은 구멍 하나에 그녀가 들어옴으로서 그 구멍은 점점 더 커져간다. 자책하고 후회해도 소용없다는 걸 알고 있지만, 사람 마음이 그렇게 단단하지 못한 것 같다. 왜 나에게 다가온 것일까, 나는 왜 그녀에게 다가간 것일까. 냉정하지 못한 나 자신, 그 때 선택하지 말았어야 했다. 내 마음을 그녀에게 드러내지 말았어야 했던 것이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너와
나는 주파수가 조금 달랐었나봐
우린 항상 서로 맞추려고
애를 썻는데 그럴수록
서로에게 잡음만 들려 주었나봐
비오는 날 날씨 말고
음악을 들려줄 걸 우린 아마
주파수가 조금 달랐을 지도 몰라
지지직 어제와 오늘의
중간 쯤에서 잡히지 않는다
잡음만 가득하다.   (117페이지)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서로 다른 주파수..그건 우리의 살아온 환경이 다름에서 시작되었던 거다. 성격이 다르고 마음이 다르고, 그걸 억지로 끼워 맞추려다 보니 어긋날 수 밖에 없다. 조상들은 돌 하나 하나 서로 맞는 돌을 맞춰가면서 집을 짓고, 성을 짓는다는데, 사람 마음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한다는 건 참 어렵다는 걸 깨닫게 된다. 서로가 다르다는 걸 인정하지 못하고, 서로가 이해할 수 없다는 걸 느끼지 못하고, 그렇게 우리는 잡음만 생성한 채 그동안 지내왔던 거다. 왜일까, 왜 그랬을까..너와 나의 다름을 , 그 차이점을 우리는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책에는 말하고 있다. 아무리 힘들고 지쳐도, 그럼에도 삶을 포기해서는 않된다고.. 힘들면 힘들다 말하고, 울고 싶으면 울라고 말한다. 아프다고 괜찮은 척 참지 말고, 힘들어도 괜찮은 척 참지 말고, 힘들면 누군가에게 기대서 자신의 힘든 걸 말하면 된다고, 그리고 툭툭 털고 새로 시작하면 된다고 말한다. 남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닌 나 자신을 위해 살아간다는 게 무언지 시집을 통해 느낄 수 있었고 배워 나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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