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은 왜 무너졌는가
정병석 지음 / 시공사 / 201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사는 고장은 선비의 고장이라 부른다. 요즘 유네스코 문화 유산 등자를 위해 다양하게 홍보를 하고 있으며, 조선시대 선비의 지조와 기개, 그들의 문화를 널리 알리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하는게 있다. 개인으로서 선비의 고고함은 지금 우리가 배워야 하지만, 집단으로서 선비의 모습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조선 시대 유교의 이념을 받아들이면서 율곡이이와 퇴계이황이 정립해 놓은 성리학을 바탕으로 하여, 이성계가 처음 계획했던 조선의 모습과 달리 조선의 국력은 점점 더 쇠퇴해게 된다. 그들은 세상의 변화에 대해 나와는 무관하다 생각하였으며, 앞을 내다 보지 못했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의 사회상을 병폐, 폐단이라 부른다. 어쩌면 그들은 자신의 권리와 기득권을 지키는 것이 변화와 포용하는 것보다 더 어려웠는지도 모른다. 또한 지금 우리는 조선 시대 양반들의 모습이 우리와 무관한 듯 보이지만, 지금 현재 시끌 시끌한 대한민국 사회를 보면 남의 일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여기서 조선이 멸망한 이유에 대해서 학창 시절 세가지 이유를 알고 있다. 쇄국 정책과 당파 싸움, 양반의 수탈, 이 세가지를 조선의 멸망의 요인으로 보는 것이다. 하지만 이 세가지가 모두 조선의 멸망의 근원적인 이유가 되지 못한다. 그건 조선이 그동안 외침을 받으면서 굳건히 버텨온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조선이 멸망한 이유에 대해서 저자는 선비와 사대부, 농업 중시하고 상공업을 경시하는 사회 풍토에 있다고 말한다. 상업을 멀리하고 외부와 차단된 폐쇄적인 사회 문화와 구조, 조선시대에도 외국인과 교류가 있었으며, 중국에 뒤쳐지지 않는 문화와 과학 기술이 있었음에도 멸망한 이유는 바로 조선시대 왕실과 그들을 둘러싼 기배계층에 있었다. 특히 고려 시대 귀족들은 조선시대로 넘어와 지배계층을 형성하였으며, 그들은 자신의 안위만 생각한 채 조선시대 신분 제도의 상위층에 머물면서 다양한 특혜를 누려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눈길이 갔던 건 인쇄술의 발달이었다. 구텐베르크보다 먼저 발달한 조선의 금속인쇄술은 1239년 고려의 고종 때 <남명천화 상송 증도가>를 금속활자로 인쇄하였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여기서 구텐베르크는 자신이 발명한 인쇄술로 구텐베르크 성서를 만들었으며, 유럽 사회는 구텐베르크 이전과 이후로 나뉘게 된다. 알파벳과 기호를 활용하여 필사를 하던 중세시대에서 금속활자를 활용하여 책을 찍어냈으며, 그들은 문화적인 변혁을 이루었던 것이다. 반면 조선시대의 금속활자 기술은 그렇지 못하였다. 금속 인쇄는 조선의 왕실 소유였으며, 책을 인쇄하는 것 또한 종류별로 100부 이내였다. 그건 그 당시 종이의 원료인 닥나무가 귀하였으며, 지식은 중인이나 평민이 아닌 왕실과 지배계층, 양반의 전유물이 되었던 것이다. 그들이 상공업을 경시하고 농업을 중시하며 특권을 형성하는 가운데 그들의 입장에선 그런 것이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였다,


여기서 문제가 생긴 건 세상의 변화이다. 조선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 특히 일본은 서양 문물을 받아들였으며, 일본에 대해서 우리는 미개한 국가라고 생각하였지만, 일본의 실제는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일본은 해양 국가로서 서양 문물을 받아 들였으며, 자신을 지킬 수 있는 힘과 다른 나라를 침범할 수 있는 힘이 있었다. 여기서 중국만 바라보고 중국의 우월함와 유교의 이념과 가치관이 팽배한 조선 사회에서, 조선의 신분 제도 또한 조금씩 변화하고 있었다. 조용한 나라, 기름진 땅을 가진 나라 조선을 조선보다 힘이 강한 나라가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 조선의 힘이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면 버틸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조선 후기 우리나라는 자신을 지킬 수 잇느 힘이 없었다. 조선시대 사대부들은 임진왜란 이후에도 변하지 않았으며, 부국 강병은 자신들과 무관하다고 생각했다. 부역의 의무와 세금을 내지 않았던 양반들의 의식결여, 힘들고 고통스러운 것은 조선시대 백성들의 몫이 되었으며, 지금 우리가 자랑하고 있는 조선시대의 뛰어난 문화와 제도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였다. 특히 조선의 법률이 담겨진 <경국 대전> 이 시행되었음에도 조선시대를 지배하고 우선하였던 건 관습법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조선의 멸망은 다시 재현될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한 나라의 오만함이 나라의 멸망을 초래하였으며, 그건 지금도 똑같은 모습으로 재현되고 있다. 소통하지 않고, 자신만 생각하는 모습, 부국강병이 없다면 나라도 없으며, 외교권이 박탈된 을사늑약이 다시 우리에게 찾아올 수 있다는 걸 이 책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