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흔들릴 때, 인도 - 나를 만나러 혼자 떠난 사십오일 간의 배낭 여행
박재현 지음 / 책과나무 / 2017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도로 여행을 가는 건 사실 비효율적이다. 지저분하고, 물갈이 해야 하고, 공기도 나쁜 인식을 가진 인도라는 곳, 그럼에도 사람들은 인도에 가고 싶어하고, 인도에 매력을 느끼게 된다. 대한민국에서 한글을 쓰는 사람들과 나와 비슷한 모습을 하는 한국인들과 함께하는 그 시간보다 낯설고 물설고 , 때로는 위험하기도 한 인도 여행을 ,그것도 배낭여행을 하는 이유는 무얼까, 저자는 인도 배낭여행을 한다고 하니 주변에서 정신나갔다 말할 정도로 말렸지만, 인도 여행을 포기할 수 없었다. 중년의 나이에 떠나는 배낭여행, 박재현씨는 인도라는 낯선 곳에서 자신의 마음 속 불안과 두려움과 마주하게 된다.


여행이란 어떤 의미일까, 사람들은 여행을 많이 다닌다. 그리고 여행은 청춘이 누릴 수 있는 하나의 즐거움이라 생각한다. 설레임과 두려움을 느끼고 떠나는 여행에서 길을 잃고 때로는 중요한 귀중품을 잃고는 멘붕에 빠지는 일도 생겨난다. 그럼에도 지나고 보면 아무 문제 없었다는 걸, 계획 된 삶을 살지 않아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걸 여행에서 얻고자 하는 건 아닐런지, 인도에서 처음 보는 한국인과 여러번 마주쳤으며, 두 사람은 계획에 없는 동행을 하게 되었다. 한국이었다면 이상하다고 생각하였겠지만, 낯선 곳에서 두 사람은 서로에게 의지 할 수 있었고, 여행을 공유하게 된다. 35살 지연씨와 중년의 나이를 간직하고 있는 박재현씨의 만남, 그 안에서 설레임을 느낄 수 있다.


저자는 인도 여해에서 소똥과 오토바이를 조심하라고 말한다. 무질서가 일상인 곳, 2억 마리의 소들 중에서 1억이 도로를 지나다닌다. 자동차와 오토바이와 소가 같은 길을 다니는 모습들, 그 모습들은 30년 전 우리들 삶 속에도 분명 있었다. 경제가 발전되면서 동물이 지나가는 길과 차가 지나가는 길을 나누면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인도인들의 삶이 낯선 이유는 어쩌면 그들은 인간과 동물이 공존하면서 무질서하면서 자연스러움을 추구하고 살아가고 있는데 반해, 우리들은 동물과 사람을 나누고, 질서에 연연하면서 인공적인 삶을 받아들이면서 살아가는 건 아닌지, 그 두 가지 상반된 모습 속에서 우리 삶을 되돌아 보게 된다.


삶과 죽음이 자연스러운 나라 인도, 그들에게 있어서 죽음이란 삶의 일부분이다.갠지스 강에서 나무 장작을 피워서 세상과 작별을 하는 그들의 삶, 죽음에 대해 지나치게 슬퍼하지 않고, 산다는 것에 지나치게 즐거움을 추구하지 않는다. 살아가는 그 순간에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그들은 달콤한 삶과 쓸쓸한 삶이 함께 공존하지만 크게 분노하지 않고, 크게 아파하지 않으면서 평온하게 공존한다. 우리의 시선에 지극히 열악한 삶이지만, 그들은 얼굴을 찡그리지 않는다. 누군가 나에게 툭 던지는 말에 대해서 그들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반면 우리들은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문제를 삼고 있다. 저자는 45일간의 인도여행에서 자신을 돌아보았으며, 세상을 관조하는 방법을 터득하고 다시 한국으로 왔다.


여행지에서 짧은 영어로 대화하려면 질문은 가급적 상대가 알아듣도록 배려해서 말해야 하고, 대답은 가급적 주의깊게 신경써서 들어야 한다. 안 통하는 언어로 소통하려면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가급적 짧게 줄여야 하고, 상대의 말은 가급적 놓치지 않고 다 들으려고 애써야 한다. 말이 불편하면 내 속에 있는 욕구와 욕심은 적당히 포기해야 하고, 참을 만한 불평불만은 왠만하면 억누르고 견뎌야 한다, 여행지에서와는 다르게 너무 편한 말이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때론 잘 통하는 말이 마음을 안 통하게 만들었다. 결국 여행지에서도, 집에서도 언어가 문제였다. 여행지에서 쓰는 언어는 불편하고 짧은 영어였는데, 아내와 내가 싸울 때 쓰는 언어는 너무 편하고 긴 우리말이었다. (p23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