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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은 전혀 사소하지 않습니다 - 아내폭력에서 탈출한 여성들의 이야기 ㅣ 대한민국을 생각한다 30
한국여성의전화 지음 / 오월의봄 / 2017년 3월
평점 :
이
책은 가정 폭력에 관한 이야기가 여덟편 나옵니다. 책의 목차 를 보면서 마지막 부분 <당신의 용감한 이야기> 에
눈길이 갑니다. 왜 용감한 이야기라고 말하는 걸까요. 피해자는 분명 여성이며, 어머니일텐데, 그건 자신의 아픈 개인적인 사생활을
드러낸다는 건 조심스러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건 어쩌면 불이익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의 여서을 향한 차별과
편견이 현존하고 있다는 걸 이 책을 통해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뒤 왜 우리 사회에 가정폭력이 만연하는 걸까 생각해 봤습니다. 행복하기 위해 결혼하였는데,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지 못하고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여성들의 모습, 그 안에는 남성 우선주의 사회, 가부장적 사회제도가 숨어 있습니다. 또한
가정 폭력에 시달리고 있음에도 그곳에서 빠져 나올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 없기 때문입니다. 독립할 수 없고, 이혼하면,
이혼녀라는 꼬리표가 붙게 되는 대한민국 사회의 현실, 그래서인지 주변 사람들을 보면 가정 폭력에 시달리고 있음에도 그걸 주변
사람에게 말하지 않고 쉬쉬 거리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들의 문제이고, 쉽게 고쳐지지 않는
겁니다.
사실 법과 제도를 통해 가정 폭력 예방은 조금씩 고쳐 나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경제적인 조건이 여성들의 발목을 잡고
있으며, 친정 식구들이 도와주지 못하거나 말하지 않음으로서 가정폭력은 여성의 몫이며 어머니의 몫으로 현존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 가정폭력을 도와주는 상담센터나 일종의 도피처가 되는 쉼터가 있지만 그것이 현실적인 문제들을 해결해 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가정 폭력에 시달리는 여성 중에는 결혼 후 아이를 낳고 남편과 이혼을 하고 다시 사회에 나가고 싶지만 그게 쉽지 않으며, 법과
제도는남편의 폭력을 묵인해 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 사회에 가정 폭력이 만영하고 있으며, 남성은 폭력을 행하고
있음에도, 그것의 심각성을 못 느끼며 살아가는 겁니다.
남자들은 상대적으로 약한 여성들에게, 특히 아내에게 폭력을 행하는 걸까 생각해 봤습니다. 그건 사회에서
자신이 통제 할 수 있는 것보다 통제할 수 없는 것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런 사회적 열등감과 무능함을 자신의 아내에게 표출하고
있으며, 때로는 가정 폭력을 화풀이로 정당화합니다. 여기에서 가정 폭력을 당하는 며느리를 챙겨줘야 하는 시어머니조차 아들의 폭력을
정당화하고 있으며, 그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여섯 번째 이야기 - 잃어버린 시간> 순영씨 이야기 에서 안타까움을 느꼈습니다.무능한 아버지와 가장의 역할을 오롯히
해내야 했던 순영의 어머니의 삶. 뇌종양에 걸린 순영의 동생 병철. 하지만 순영의 인생은 가난한 인생입니다. 아버지의 죽음과
할아버지의 죽음, 어머니와 동생 병철의 죽음으로 인해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아픈 청소년 시기를 지나고 나서 남편을 만나게
됩니다. 결혼 후 순영의 남편에 대한 집착과 의심은 남편의 폭력을 불러왔으며, 순영은 결국 쉼터의 도움을 통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게 됩니다. 어린 시절의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순영의 인생은 결혼 후 남편에게 이어졌으며, 남편은 순영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함으로서 극단적인 생황이 생겨났던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