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우리는 나선으로 걷는다
한수희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3월
평점 :
판매중지


인생에서 후회하지 않으며 산다는 건 쉬운걸까, 쉽지 않은걸까. 내 앞에 걸어간 이들도 후회하며 살아왔을 것이고, 나 또한 그런 삶을 살아간다. 물론 내 뒤에 삶의 동앗줄을 잡고 따라오는 이들도 그러하다. 서점에 보이는 자기계발서에는 직선으로 갈 수 있는 방법들이 나오는데 우리 삶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나선으로 걸어가는 우리의 인생, 어쩌면 지그재그 내 맘대로, 내가 의도치 않은 무언가에 끌려서 걸어가는 건 아닌지, 이 책을 통해서 그걸 느낄 수 있다.


한수희씨는 97학번 올해 마흔이다. 마흔의 무게감을 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으며 살아가는 저자의 삶의 스펙트럼이 때로는 내가 살아가는 지금의 모습과 겹쳐질 때가 있다. 내가 생각했던 것과 봐 왔던 것들은 한번 더 읽게 되고, 정독하게 된다. 어쩌면 그래서 좀더 쉽게 이해하고 공감했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혼자 여행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순간순간 거리에서 개똥을 밟거나 비둘기 똥을 맞는 것 같은 불운과 불행과 외로움을 어떤 보호막도 없이 호로 대처해야 한다. 그 때 당신은 앞서 내가 했던 것과 같은 질문을 던질 것이다. 내가 대체 여기서 뭘하고 있는 거지? 편안한 집과 가족과 친구들과 익숙한 동네를 떠나 왜 그 많은 돈을 들여 여기까지 와서 이러고 있는 거지? (p22)


돌이켜 보니 그랬다. 20대 청춘을 달리기에 미쳐 전국을 다녔던 것 같다. 돈이 없으면 없는데로 버스 터미널에 쪽잠을 자며 광주로 전주로 강원도로 서울로 다녔다. 8월 여른철 뜨거운 퇴약볕에 달려봤고, 겨울철 눈보라를 맞으면서도 달려봤다. 돈 쓰러,고생이란 고생은 다하며 다녔던 그 시절, 뭔가 전혀 남아있는 것 같지 않은 것 같은데, 그게 나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었다. 다른 이들보다 참을 수 있었고, 기다릴 수 있었다. 그게 때로는 나의 발목을 잡고, 후회로 남아 있을 때도 있지만, 그건 나의 인생이며, 내가 걸어온 삶인 거다. 다른 이들이 해보지 못햇던 걸 할 수 있었던 건 어쩌면 20대의 삶을 달리기에 미쳐 있었던 건 아닐런지.. 저자의 이 문장 속에서 나의 경험을 생각하게 된다.


지금보다 더 나이가 어릴 때는 나 역시 사람들과 거리를 조절하는 법에 대해 무지했다. 때로는 너무 가까이 있었고, 때로는 너무 멀리 있었다. 때로는 빨리 또는 느리게 상대의 등을 두드리곤 했다. 그래서 상대를 숨 막히게 하거나 낙심하게 만들었다. (p59)


인간관계란 무얼까. 거리를 유지한다는 건 참 어려운 것 같다. 지금보다 더 어릴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러하다.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 나와 상대의 거리, 그 사람과 다른 사람의 거리, 나와 다른 사람의 거리가 항상 어긋나게 되면, 뭔가 문제가 생겨난다. 나와 상대의 거리와 상대가 바라보는 나의 거리가 어긋남으로서 생기는 불일치와 모순,사는 것은 단순하면서도 단순하지 않다. 어릴 땐 인간관계와 거리에 상관없이 살아왔으면서, 지금은 인간관계에 관한 이야기들을 더 많이 알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서툰 나, 그것이 나에겐 자책과 후회,어리석음으로 남게 된다.조금만 더 가까이 다가갈 걸, 조금만 더 멀리할 걸, 그 두가지 경우의 수를 적절하게 선택하는 건 쉬우면서도 참 어렵다.


책에서 <어른의 슬픔>과 <중년의 각오>가 눈길이 갔다. 내 나이를 느끼기 시작한 건 프로야구를 통해서이다. 내 또래의 야구 선수가 은퇴하는 걸 바라볼때, 아직 더 할 수 있을텐데, 왜 은퇴를 하는 걸까 의구심이 들게 된다. 저자도 자신의 나이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마흔이라는 나이에서 느껴지는 어른의 개념과 중년의 개념. 40이 되면, 나머지 인생은 덤으로 생각한며 살라고 한다. 나는 여전히 욕심히 많은데, 덤이라면 나도 욕심을 내려 놓아야 하는 걸까, 욕심을 내려놓으면 시야가 넓어지고 세상을 바라보는 생각도 깊어진다는데, 나는 여전히 그렇지 못하고 있다.


걷기를 실천하는 저자의 인생 속에서 인생의 무게를 느낄 수 잇었다. 걷기를 통해서 달리기를 통해서 자신의 인생의 무게를 조금은 덜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 자신을 짓누르는 무언가에 대한 답을 얻으려 하는 건 아닐런지. 세상을 살아가면서 아는게 많아진다는 건 어쩌면 질문도 더 늘어난다는 건 아닐런지, 이 책은 그렇게 질문으로 시작해서 질문으로 끝난다. 그리고 나의 인생은 배움으로 시작해 배움으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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