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 (일반판)
반디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쓴 저자 반디는 필명이다. 북한에서 조선작가동맹 중앙위원회 소속으로, 1950년 출생이다. 북한 체제에 대해 자신이 써내려간 그동안의 원고들이 북한 탈북자에 의해 전달되었으며, 북한의 전체주의의 실상과 북한 사회, 북한 노동자의 삶을 고스란히 내비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낯설고 이질감을 느끼면서, 단편 소설 하나하나 쉽게 넘어갈 수 없는 그런 책이다. 북한이라는 곳에 대해서 써내려 가면서 1992년을 전후해, 그들의 과거의 모습을 내비치고 있으며, 김일성 체제하에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게 된다.


이 소설을 읽게 되면 북한이나 남한이나 다를 것이 없다는 걸 느낄 수 있다. 감시와 단속 검열을 피부로 느끼면서 살아가는 북한 주민들은 그들의 체제는 주민들의 작은 일탈에 대해 묵과할 수 없다. 통제와 감시 속에서 비리와 부폐가 만연한 곳이지만, 그들이 체제가 굳건하게 유지되고 있는 건 여기에 있었다. 그들도 우리와 똑같이 아이가 태어나고 살기 위해서 아둥바둥 살아가면서, 때로는 사랑을 속삭이고 있었다. 순수한 사랑의 실체에 대해서, 내 아내가 다른 남자와 내통한다는 것에 대해 그냥 지나칠 남자는 없다는 그 사실은 어디에서나 똑같은 것이다.


동지가 아니면 적이었다. 그들에게 동지는 나와 함께 갈 사람이었고, 적이란 나와 반대되는 사람이다. 여기서 '적'은 또다른 의미로 쓰여진다. 빨강 ,빨갱이, 그들의 사상과 체제에 대해 말하는 거이며, 그것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곧바로 체포되어 붙잡혀 간다는 거다. 소위 우리의 법체계에서 볼 수 있는 미란다 법친칙은 그들에게 없다. 규칙을 어기고 행동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이면, 다시 말해 낙인이 찍히면 잡혀들어간다. 그걸 우리는 인권상실이라 부르면서, 북한의 실상이라 부르고 있다. 하지만 그 안에서 살아간다면 그들은 선택권이 없다. 그곳에서 자신들에게 주어진 선택에 대해 받아들이고 살거나 탈출하는 방법이 있다. 중국으로 탈출하거나 동해로 나뭇배에 이끌려 죽음을 무릅쓰고 탈출하는 것이다.


김일성 사망전후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그 당시의 북한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위대한 수령' 의 실체가 무엇인지 피부로 느낄 수 있으며, 그들은 김일성 장례기간에 몸과 마음을 조심하고 또 조심할 수 밖에 없다. 자칫 북한 사상에 반대되는 생각을 내 비치거나 , 어버이 수령 김일성 동지에 대해 욕을 한다면 그것이 바로 죄가 되고 불이익이 된다. 우리가 대통령을 욕하는 자유를 가지고 있는데 반해 그들은 그런 자유조차 없다. 물론 20년이 지난 지금 현재 북한의 모습은 어떨런지. 김정은 수령에 대한 북한의 실상이 갑자기 궁금해졌다.


목숨을 걸고 써서 반출시켰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저자가 쓴 원고지가 외부에 들키는 그 순간 저자는 책속의 단편 소설 <지척만리> 에 등장하는 영민 아버지 명철처럼 한달 노동형으로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소설 속 명철은 한달만에 초죽음이 되어서 해골 모습인채 돌아왔다. 체제 비판에 대한 불온 서적으로 인해 저자는 공개 총살형을 당했을 수도 있다. 요즘 뉴스에서 등장하는 북한의 현실적인 모습들, 저자 반디의 삶을 잠시 엿 볼 수 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궁금햇던 건 북한의 인권실태보다 통일 이후 우리들의 삶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였다. 북한의 인권 실태에 대해서 지상파나 종편을 통해 익히 알고 있었기에 책에 나오는 내용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북한 지도자 김정은이 후계자를 제대로 물려주지 못하고 북한체제가 무너진다면, 통일이 될것인가, 아니면 중국이 북한을 흡수할 것인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북한과 남한이 통일된다면, 급격한 혼란이 생길 것은 자명하다. 여전히 변화를 거부하고 제 1차 산업에 머물러 있는 북한의 모습과 제 4차 산업 혁명을 준비하고 있는 남한의 모습, 통일 이후 북한사람들에게 생활에서 허용되는 것들이 우리의 법체계에서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 소설을 통해 알게 되며, 통일 이후 우리의 법과 제도는 북한 주민들의 생각과 가치관, 그들의 법체계와 충돌할 거라는 건 자명한 사실임을 이 소설을 통해 느끼게 된다. 그럼에도 우리는 통일이 되어야 하며, 그걸 감수해야 한다는 걸 생각하니 아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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