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밤의 제주는 즐거워 - 심야 편의점에서 보고 쓰다
차영민 지음, 어진선 그림 / 새움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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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편의점이라는 공간, 그 공간에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24시간 누구나 이용가능한 곳이라는 특성 때문에 남과 밤, 가리지 않고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는, 서민들의 역할들 톡톡히 도와주는 다양한 사람들이 찾는 편의점, 소설가로 익히 알려진 차작가의 일상이 궁금했다.


제주도 애월읍에는 작은 편의점이 있다. 익히 이효리가 사는 곳을 알려진 이곳에는 처음엔 C편의점 한곳이 있었다. 시골이라는 특성으로 인하여 반경 10km 이내에 달랑 편의점 한 곳 있는 이곳에 C편의점 뿐 아니라 G 편의점이 들어섰다. 글을 쓸수도 있고, 가정 생계를 책임질 수 있는 이곳에서 심야 알바를 하고 있는 차작가의 일상은 대부분 진상들과의 만남, 수학여행으로 학생들이 많이 찾는 곳이어서 그런지 학생들의 일탈도 엿볼 수 있었다. 차작가와 학생의 힘겨루기, 물건을 사려는 학생과 안 팔려는 차작가의 눈물 겨운 이야기도 느끼게 된다


서민들의 삶은 그렇게 팍팍하다. 자본주의 시스템은 기계에 길들여진채 여러개의 바퀴가 맞물려 아무런 문제 없이 지나가길 원한다. 하지만 인간세계가 어디 자본주의 세계와 일치 할 수 있을까. 편의점 세계에서 편의점 본사와 지점 사이에 보여지는 뭔가 엇박자 나는 현실들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된다. 물건을 사고 파는 과정에서 생기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들, 야간 알바를 하면서 종종 만나는 취객들을 보면서, '그들은 왜 저러는 걸까' 가 아닌 '뭔가 사정이 있겠지' 그런 생각도 해 보게 된다. 글을 모르고 법을 모르는 사람, 차작가는 그 사람을 이승만이라 부르고 있으며, 그 사람이 처한 딱한 사정에 대해 모른 척 할 수 없었던 차작가의 마음 씀씀이도 엿볼 수 있다.


편의점에는 항상 여러 사람들이 들어온다. 특히 본사에서 암행관찰 차 내려오는 이들, 그들은 편의점 곳곳을 체크하면서 평가하소 점수를 매기고 있다. 그 점수에 따라 본사에서 내려오는 혜택도 달라지며, 차 작가의 매서운 분석기법은 그 사람들에게서 좋은 평가를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번번히 빗겨 나간다. 하필이면, 자신이 일할 때 나타나지 않고, 낮알바와 야간 알바가 교차되는 그 시점에 나타나는지, 알쏭달쏭할 수 밖에 없다.


편의점에 나타나는 불청객이 있다. 개님과 고양이님, 고양이님에게는 유통기한 지난 삼각김밥이 특효약이다. 편의점 앞에 어슬렁 거리면서 , 때로는 고양의 무술을 엿볼 수 있고, 언제나 작가의 무료함을 덜어준다. 정을 붙였던 고사장은 그렇게 홀연히 따나 버리고 말았다.여름철이면 찾아오는 벌레들과의 사투,  12시 자정이 되면 꼬르륵 꼬르륵 유통기한 지난 삼각김밥은 차작가의 일용할 양식이 된다. 냠냠냠, 하지만 그것도 언젠가는 신물이 나고, 식초 냄새만 보면 울렁 거리는 것이다.


새벽이면, 손님들은 점점 뜸해지고, 차작가는 자신의 일을 시작하게 된다. 노트북을 켜고 와이파이를 에너지로 삼아서 글을 써내려가는데, 간간히 누군가 훼방을 놓으면, 마음이 급해진다. 쓰다가 만 글과 문장들, 그것을 마무리 지으려는 차작가의 모습이 자꾸만 상상할 수 밖에 없다. 그렇게 한곳에서 3년 넘게 성실하게 일하는 차작가의 모습, 주변에서 시급을 올려줄께 해도 가지 않는 건, 편의점 사장 김사장의 배려가 아닐런지, 자신의 시간을 온전히 쓸 수 있고, 월급을 꼬박꼬박 챙겨주는 편의점 김사장의 이야기는 그렇게 편의점 김사장에서 김사장 형으로 바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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