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어쩌면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
정희재 지음 / 갤리온 / 2020년 2월
평점 :
판매중지


"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어떤 삶을 살고 싶었는가?"


이 세가지 질문 속에서 나는 어떻게 살았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도시라는 공간에 살아가면서, 익명의 사람들과 스쳐가는 사람들,그렇게 우리는 살아가는 것이다.  나 스스로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을 잠재적인 위험으로 인식하며 살아가는 건 아닌지 고민하게 된다. 누군가 나에게 호의를 베풀 때 저자처럼 나 또한 무의식적으로 그 사람의 차림새를 보게 된다.깔끔한 복장을 하고 있다면, 대체로 그 호의를 감사하게 받아들이게 되고, 그 반대였다면 정중하게 거절했을 것이다. 내 마음 속에 숨어있는 방어적인 행동은 나의 인생에서 선택의 기준이 된다. 돌이켜 보면 내가 호의를 배푸는 입장이 된 적도 있었고, 어떤 사람은 호의를 거절한 적도 분명 있었다. 그 사람의 마음 속 숨어있는 방어기제. 선입견과 편견은 우리 마음 속에서 어쩔 수 없는 본능적인 요소였다.그렇게 우리의 일상을 꺼내고 있었으며, 내가 놓치고 있었던 과거의 모습을 기억나게 한다.


"내 후배야."

"아, 그래."

"내 새끼들, 어여 밥해 먹자." (p26)


잊혀져 버린 시골인심, 언제부터인가 밥정이 그리워진다.시골에서 추운 겨울 군고구마를 먹었던 기억들. 패스트푸트에 길들여져 살아온 우리들은 함께 밥을 먹고 함께 말을 하는 것에 대해 조금은 거부감을 느끼며 살아간다. 낯선 이에게 조심스러워 하고, 접근하지 않는 삶. 나를 보호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불편한 것이다. 처음 보는 이에게 다가가고 마음을 전달하는 것, 그것이 나에게 어색한 삶이었던 것이다.  과거의 기억은 언제부터인가 사라지고 말았다. "엄마아~"  그 말 한마디, 그 마음이 나에게 필요하다는 것을, 처음보는 누군가에게 '"어머니" 가 아닌 "엄마"라고 부른다면 그 느낌은 어떨까 생각해 본게 된다.


아직 거두지 못한 마음.

아직 지우지 못한 기억.

가을 모기처럼 제때 물러날 줄 몰라 철부지가 됐던 기억.한 번쯤 있다.

마음의 시차에 가슴앓이하며 억지로 철이 들었던 기억이. (p147)


나는 철이 들고 있는 걸까. 철이 든다는 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가끔은 아이들이 부러울 때가 있다. 과거의 기억에 구애받지 않고 현재를 온전히 살아가는 아이들의 모습,그렇게 아이들은 과거의 기억을 내려놓고 ,현재와 미래를 향해 살아간다. 현재에 몰입하지 않고, 미래에 대한 걱정이 내 마음 속에서 꿈틀거리고 있어서 그런 건 아닐런지, 나의 과거의 기억에서 자유로워지려면 나의 현재의 삶을 가득 채워야 한다는 것, 미래의 삶에 희망을 채워야 한다는 걸, 그렇다면 나 스스로 과거의 끈을 내려놓을 수 있는 것이다.


한밤에 시골 국도를 두시간 반 정도 걸은 적이 있었다.하필이면 휴대폰 전원이 다 닳아서 택시를 부르지도 못했다. 가끔씩 자동차 한대가 슁--내달릴 뿐.지나가는 사람도 없는 시골길.도시에선 흔하디 흔한 가로등 하나 없고.구름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별빛은 희미하기만 하다 (p205)


생각이 났다. 내가 사는 곳에서 풍기온천을 지나 소백산 죽령을 넘어가면서 단양 대강면까지 혼자 달린 적이 있었다. 왕복 50km 의 거리를 혼자서 달릴 수 있을 거라는 착각에 빠진 나. 작은 가방 하나 메고, 그렇게 자신감에 넘처서 달렸다. 하지만 소백산 죽령은 만만치 않은 곳이다. 단양과 영주의 경계선을 넘어 막걸리가 유명한 단양 대강면에 도착해 다시 죽령을 넘어왔다. 그런데, 죽령 꼭대기에서 내리막길에서 다리가 풀려 버렸다. 예기치 않은 채력고갈.. 그렇게 터덜 터덜 걸어 내려왓던 기억들, 안개 가득한 소백산의 전경이 생각난다. 하필이면, 그날 예기치 않은 비가 내렸던 기억들.. 정희재님의 이야기를 들어보면서 나의 과거를 꺼내게 된다. 지금 생각하면 "미쳤지,미쳤어" 그랬을 텐데. 그런 무모함이 있었기에 지금도 기억하는 건 아닐런지, 그러면서 나 스스로 위로하게 된다.


이 책은 위로의 글이다. 도시라는 공간에서 개성없는 모습을 보이는 그런 닫힌 공간은 삭막함을 잉태하게 된다. 성냥갑 모양의 아파트 모습, 어느 도시를 가던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으며, 현기증을 느낄 때가 있다. 그런 사회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서, 살아남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왜 우리는 점점 더 삭막할 수 밖에 없는지, 저자의 생각과 시선을 엿볼 수 있다.그리고 나의 살아가는 방식은 어떤지 되돌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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