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임당이 난설헌에게 - 조선시대를 뜨겁게 살았던 센 언니들의 열띤 수다!
박경남 지음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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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소설의 표지를 보면 책에 대한 특징을 이해할 수 있고, 대체로 맞는 편이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렇지 않았다. 처음에는 신사임당의 삶에 대해 현대적 관점에서 쓰여진 가벼운 소설이라 생각하였으나, 이 책은 역사 이야기 가득한 인문학이다. 사극이나 드라마, 교과서에 자주 언급되고 있는 신사임당의 삶에 대해 우리는 신사임당을 자애로운 어머니, 현모양처의 대명사로 만든 그 이유에 대해서, 그 출발점에서 시작된다. 일본인이 근대화 하는 과정에서 여성의 이미지를 주입시킨 것이 바로 남성에 순종하고 예법에 따르는 여인상, 현모양처를 조선에 도입하였으며, 우리는 그것을 따라가게 된다.. 물론 신사임당에 대한 이미지를 부각시킨 것은 우암 송시열이 첫 시작이었으며, 서인의 영수 율곡이이의 업적을 부각 시키기 위해 신사임당의 예술가적인 업적을 돋보이게 하였고, 19세기 이후, 신사임당에 현모양처와 자애로운 어머니상을 더하게 된다. 이 책은 그런 남성 중심주의적인 여성의 모습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순종적이며, 유교적인 삶을 살아간 신사임당의 모습을 거부하고, 실제 신사임당은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 과정을 찾아가고 있다.


허난설헌은 신사임당이 세상을 떠난지 12년후 1563년 태어났으며, 조선중기 여류시인이다. 허난설헌의 남동생이며 홍길동을 쓴 허균은 익히 잘 알고 있다. 그녀의 업적과 예술적 가치는 조선시대에 빛을 드러내지 못하였으나 명나라 사신 주지번에 의해 허난설헌의 시가 소개될 수 있었고,그로 인하여 그녀의 작품세계는 사후 난설헌집이라는 책으로 발간되었다.하지만 허난설헌의 실제 삶에서 김성립과의 결혼이후 요절하였던 이야기와 자유로운 삶을 살고자 했던 허난설헌의 삶을 엿볼수 있으며, 조선시대의 억압된 사회의 모습을 고스란히 알 수가 있다.


이렇게 이 책은 신사임당과 허난설헌의 맞수다의 형식으로 이어지며, 조선시대 여인상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지게 된다. 정절을 요구하는 조선사회의 시대상, 여성으로서 누군가의 아내가 아닌 자신의 이름으로 '나'라는 존재를 보여주는 것은 상당히 힘들었다는 건 그 당시 유교사회였던 조선의 특징이다. 신사임당은 처가와 이원수의 본가에 도리를 다했지만, 평범한 조선시대 여성들처럼 살아갈 수 없었고, 율곡 이이가 16살이 되던 해 세상을 떠나게 된다. 신사임당 사후 외할머니 곁에 머물러 있으면서 율곡 이이가 불교에 귀의한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신사임당이 세상을 떠나고 신사임당의 유언은 지켜지지 않은 채 첩을 들였던 이원수의 삶과 흔들릴 수 밖에 없었던 율곡 이이에게 불교는 그의 삶을 지탱해주었으며, 대학자로 거듭날 수 있었다.


이 책의 특징은 신사임당과 허난설헌의 이야기 뿐 아니라 조선시대 여성으로 살아가면서 다양한 활동을 했던 이들의 이야기가 등장하고 있다. 드라마 여인천하에 나왔던 문정황후와 윤원형, 윤원형의 첩실이었던 정난정의 이야기가 눈길이 가며, 조선 중기에서 조선 후기로 넘어가면서 여성의 활동은 점차 확대되어 간다. 20세기 초 등장하였던 시인이자 서양화가였던 나혜석의 삶 속에서 근대 신여성으로서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또한 직접 독립운동을 하였던 여성 독립운동가의 역사 이야기도 알 수 있으며, 일제시대 황해도에서 태어나 조선후기의 사회상의 모순을 직시하였던 소설 <인간시대>를 남긴 강경애의 문학세계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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