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우리 할머니 - 25세 손녀가 그린 89세 할머니의 시간
정숙진.윤여준 지음 / 북노마드 / 2016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주인 없는 외할머니가 사시는 시골집에 가면 디딜방아가 있다. 나의 어린 시절 썻던 부엌과 물을 길어 오르던 우물가에는 예전에 나의 기억속 추억들은 아련하게 남아있으며, 그땐 그랬지 그런 생각하게 된다. 편리한 생활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과거의 추억이 잊혀졌으며, 할머니에 대한 기억들도 조금씩 사라지게 된다. 그렇게 나이를 먹으면서 당연하였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 되면서, 내 곁에 있었던 소중한 사람들과 헤어진다는 것에 대한 아픔이 밀려와 나에게 새로운 아픔으로 전달이 되었다.


책에는 나의 기억 속 외할머니에 대한 기억과 시골집의 모습들, 지금은 썰렁하게 남아있는 외할머니가 사는 동네의 모습이 교차되었으며, 책속의 두 사람, 외할머니 정숙진님과 외손녀 윤여준 씨 사이의 소중한 만남이 교차되면서, 외할머니 정숙진님의 이야기가 오롯이 담겨지게 된다.


4남매의 막내딸로 태어나 남부러울 것 없는 생활을 살았던 저자는 1950년 6.25 를 기점으로 크게 바뀌게 된다. 의사였던 아버지 밑에서 경기여고를 졸업하고, 이화여대 2회 신입생으로 입학하였다. 그 당시 이화전문학교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이화 여대는 지금과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으며,학교 수업은 일제 시대 의 교육방식을 가지고 있다. A반과 B반으로 나뉘어 수업을 받았으며, 가정학과를 나와 1950년 5월 이화여대 졸업 후, 미국 유학길에 오를 계획에 부풀어 잇었던 저자의 인생이야기, 한달 뒤 한반도에 터진 6.25 전쟁으로 큰 올하버니와 형부를 잃어버렸으며, 미국 유학길을 포기하고, 대구로 피난 갈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대구에서 부산으로 밀려나면서 , 영화 국제시장의 실제 모습이 저자의 눈앞에 펼쳐졌으며, 영화 속 이야기보다 더 참혹했으며, 살기 위해서 길거리에서 장사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전쟁이 잠잠해지면서, 대전에 정착하였던 저자의 인생이야기, 그곳에서 동료 교사였던 남편을 만나 연애를 하고 남몰래 사랑을 꽃피우게 된다. 두 사람 사이에 알콩달콩 사랑이야기. 생물 선생님이었던 남편은 낚시를 하면서도 직업병이 있었다.물로기를 잡아서 아가미과 부레의 특징에 대해 말하는 남편의 모습이 저자의 기억 속에 또렷히 남아 있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이 책을 읽으면서 먼가 이질감을 느꼈다. 나의 외할머니와 비슷한 나이의 저자의 인생 이야기는 나의 기억 속 할머니의 인생과는 너무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가난을 면하기 위해서 외할아버지에게 시집왔던 외할머니의 인생이야기는 고달픔 그 자체였다. 그래서인지 나의 어린 기억 속에 할머니에 대한 기억 중에는 밥풀 흘리지말아라, 가려 먹지 말아라,부모님 말씀 잘 들어라 였다. 하지만 저자의 인생이야기는 전쟁이라는 하나의 공통점만 가지고 있었을 뿐, 외할머니의 인생과는 다른 인생을 살아왔던 것이다. 하지만 마지만 책을 다 덮고 나서 이상하며 마음이 아련하게 찐하게 남아있다. 나의 외할머니의 인생과 저자의 인생, 서로 다르지만 비슷한 나이에  이제 얼마 남아있지 않은 인생의 끝자락을 마주하면서, 행복이란 무엇이며, 인생의 마지막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나의 부모님의 나머지 인생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다양한 감정과 느낌들이 내 머릿 속을 어지럽히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