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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수많은 이름으로 불어온다
청민 지음 / 첫눈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가끔은
길게 이야기 하지 않아도, 설레는 책이 있다.어떤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을까 설명하지 않아도, 알게 되는 책, 때로는 뻔한
이야기지만 다시 듣고 싶은 책이있다. 이 책은 어쩌면 그런 책이 아닐까, 항상 우리 일상에 존재하는 많은 이야기들, 비슷한
스펙트럼을 공유하면서, 우리는 알게 모르게 사랑을 하게 된다. 이성간에 사랑이 아니더라도, 내가 태어나 먼저 마주하게 되는 사랑,
나의 부모님과 나의 주변 사람들, 그 사람들에 대한 기억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나 스스로 그 사람에 대한 사랑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중학교 3학년 엄마와 고등학교 1학년 아빠가 만나서 태어난 아이 청민, 청민이 4살 되던 그 때 남자 아이가 태어난다. 톰이었던
여자아이 청민과 달리 남자 아이였음에도 여자 아이 같은 외모를 가진 남동생에게 어쩌면 질투심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것은
아닐런지.어릴 적 청민을 기억하는 주변 사람들이 청민을 보고 '예쁘다'가 아닌 '예뻐졌다'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청민은 아픈
상처와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그 상처도 사랑이었음을 청민은 깨닫게 된다. 꼬꼬마 남동생, 제리와 같은 남동생이 군대를 가면서
마주하게 되는 남동생의 존재감과 자신의 외로움, 남동생에 대한 애틋함이 묻어나 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건 누군가를 이해할 수 있는 폭이 늘어난다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26살이 된
청민은 그제서야 자신의 엄마의 26살그 당시를 떠올릴 수 있었으며,엄마의 마음과 감정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어른으로서 성장해온
엄마의 과거의 모습에 비해 여전히 어린이인 채 무엇 하나 제댛로 하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 청민과 엄마의 이야기 속에서, 나의
삶과 나의 나이를 반추하게 된다. 지금 나의 나이와 나의 부모님의 과거의 나이,여전히 죄책감을 간직하고 있는 부모님의 모습 속에서
청민 또한 청민의 부모님의 가슴 언저리에 남아있는 죄책감과 후회를 느꼈던 건 아닐런지. 과거 고등학교 때 나를 가르쳐 주었던
선생님의 모습이 생각난다. 그 당시 선생님의 나이 또한 나와 비슷했을텐데, 지금 선생님의 나이를 생각하니 아찔함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우리는 나이가 들어가고 나이가 들어감으로서 과거의 자신의 모습을 기억하게 된다.
아날로그 감성. 학창 시절 사진부였던 청민은 이사를 많이 다녔다. 초등학교 세 번, 고등학교 두 번, 사진부로 활동하였던 고등학교
2학년 때 사진 동아리에서 주는 사진 뱃지를 미리 받았던 그 느낌을 어떠했을까, 함께 해 왔던 친구들과 헤어진다는 것은 때로는
아련하고 때로는 뭉클하고, 때로는 슬픈 일이다. 정을 붙이고, 정을 땜으로서 마주하는 자신의 기억들의 편린 속에서 그렇게 청민은
한살 한살 성장하게 된다. 어쩌면 디지털 세상에서 디지털 카메라가 아닌 아날로그 필름 카메라를 가지고 세상을 담아내려고 하는 그
마음에는 과거의 추억들을 놓치고 싶지 않은 청민의 마음이 투영된 건 아닐런지.
이 책은 그리운 이야기도 있고, 아픈 이야기도 있다. 살면서 마주할 수 밖에 없는 우리들은 그렇게 다양한 경험들을 쌓아가면서,
때로는 망각하며 살아간다. 아파도 말할 수 없고, 슬퍼도 슬프다 말할 수 없는 엄마의 마음 속 그 언저리에 남아 있는 엄마의
이야기, 청민은 언제부터인가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기 시작하였고, 엄마의 스토리를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그리고 엄마에 대한 사랑을
느끼게 된다. 이 책은 그렇게 갱상도 가시나 청민의 아련함이 묻어나 있는 에세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