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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해봐, 나한테 왜 그랬어
김현진.김나리 지음 / 박하 / 2016년 11월
평점 :
검색해
봤다. 이 책의 장르가 무엇인지. 이 책의 장르는 한국 소설이며, 소설을 읽으면 뭔가 낯섦을 느끼게 된다.그건 이 책을 펼쳐보면
카톡 형식을 빌어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저자의 의도가 무엇인지 느낄 수 있다. 그건 기존의 한국 소설에서 느꼈던
대화체와 서술이 더해진 문학 구조에 대해서, 우리에게 익숙한 한국 소설 형식이 아닌 이 소설은 대화로만 이루어져 있으며, 실제
우리의 삶과 비슷한 형태를 보여준다. 더구나 소설 속에서 두 여자. 수미와 민정의 마음 속 깊은 이야기들. 그 안에 감추어진 우리
사회의 여자들에 대한 인식과 편견,선입견를 느끼게 된다.
수미 씨, 난 궁금해요. 당사자로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어떻게 그렇게까지 사람을 사랑할 수가 있어요? 돌려받지 못할 걸
알면서도.저번 톡에도 당신이 아름답고 기괴한 괴물같다는 생각을 했지만 사랑을 하지 못하고 있는 나는 야만스러운 괴물 같아요. 나도
딱 한 번, 한때는 당신 같았던 적 있었어요. 아, 신파조로 넘어가는군요. 평생 한 번만 사랑이 허락되는 여자들, 뭐 이런
식으로. 설마 그런 건 아닐 거에요. 아니겠죠? 그러기엔 우리 남은 인생이 너무 길어요 (p176)
가끔 여자들끼리 대화를 나누는 걸 보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걸까, 궁금할 때가 있다. 남자들 앞에서 하지 않는 말, 아니 할 수
없는 말들..그것을 남자의 입장에선 알 수 없고, 느낄 수 없다. 어쩌면 우리 사회가, 유교 문화 속에서 남녀의 분리된 삶이
그렇게 만들었는 것 같았다. 남자 앞에서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하는 걸 우리 사회는 엄격히 구분 짓고 있으며, 여자들은
자신들의 은밀한 이야기를 여자들끼리 공유하고 말하면서 공감하는 것이다.남자들은 그 은밀한 여자의 내면을 잘 알지 못하고 잘못을
저지른다.
이 소설은 여자의 상처와 아픔을 비추고 있다. 단순한 남자와 복잡한 여자. 그 둘 사이의 특징이 어떤지 알 수 있으며, 수미와
민정의 대화 속에서 그 남자에 대한 분노와 좌절, 자신의 내면 속에 감추어진 자존감과 자책..그걸 이 책을 통해서 느낄 수
있으며, 내가 모르는 여자의 심리와 마주하게 된다. 어쩌면 나에게 낯선 이야기들이기에 때로는 어색하고, 때로는 불편한 이야기들,
그걸 이 소설은 말하고 있으며, 수미와 민정은 남자들에게 '여자들에게 함부로 대하지마' 라고 경고 하고 있다.
그렇다. 돌이며 보면 우리 사회는 남자들을 위한 사회였다. 그럼으로서 여자들은 항상 아파했고, 우리가 사는 세상의 규칙에 대해
버거워 했다. 불합리하고, 억울해도 하소연 할 수 없는 세상. 자신의 행동이 정당하더라도 말할 수 없었다. 민정과 수미가 저지른
행동이 그들에게 정당하더라고, 우리 사회는 그것을 정당하지 않다고 판단할 것이다. 이 책을 남자가 읽을 때와 여자가 읽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일까, 서로 다른 입장에서 그저 평범한 소설로 느낄 것인가, 아니면 여자의 내면이 이렇구나 생각하게 될까, 이
책을 통해서 그걸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