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니다, 우주일지
신동욱 지음 / 다산책방 / 2016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SF 소설을 읽게 되면, 이상한 습관이 있다. 분명 SF 소설 또한 허구인데, 그 안에 담겨진 과학 이론이나 천문학, 다양한 지식들에 대해서 현실성이 있는지 없는지 따지게 된다. 소설을 소설 그대로, 사실은 사실 그대로, 허구는 허구 그대로, 이야기에 집중해서 보면 좋으련만 그것이 참 쉽지 않다. 물론 배우 신동욱님이 쓴 <씁니다, 우주일지 > 또한 마찬가지이다.


똥, 순하게 말하면 응가라 불리는 것, 중학교 때 담임 선생님은 48명 머스마들을 보고 똥덩어리라고 불렀다. 지금이라면 상상할 수 없는 단어, 그땐 그 단어라 왜 정겹게 들렸는지 모르겠다. 이 소설 또한 응가가 모티브를 제공한다. 우리 몸에 나오는 순순한 폐기물 덩어리,그것은 우주 탐사를 하는데 있어서 아주 유용하게 쓰여지게 된다. 소설에서 응가를 등장시킨건, 우주라는 특수한 공간일 것이다. 좁은 공간에서 살아야 하는 인간은 폐기물을 최소한으로 유지 해야 하며, 자연속에 보여지는 생태계의 특징, 인간이 쓰느 물질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순환이 100퍼센트 완벽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어쩌면 응가가 바로 그런 순환과 생테계의 기본 원칙이 가장 가깝고, 탄소와 질소를 같이 가지고 있는 응가가  우주 소설에 가장 가까운 것이 아닌 가 싶다. 맥 매커친이 응가를 조물락 조물락 거리는 이야기 속에서 문득 상상하였다. 우주공간에서 응가는 어떤 냄새를 지닐까, 그 안에 있는 바이러스와 미생물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신동욱님의 상상력의 깊이를 느끼게 된다.


소설 속 주인공 맥 매커친, 그는 사업가이며, 바람둥이면서 우주를 상대로 돈벌이를 하고 있다. 이론 물리학자였던 아내를 만나 두 사람사이에 크나큰 프로젝트가 존재하고 있다. 지구와 화성 사이에 있는 1.5 AU 즉 2.3억km 를 날아가 소행성을 붙잡는 것이다. 소위 우리가 말하는 별을 딴다는 개념이 여기에 있다. 실제 별을 딸수 없지만 소행성읗을 붙잡아다 준다는 것, 그것만큼 로맨틱한 남자가 어디 있을까, 하지만 소행성을 붙잡는 과정은 로맨틱하지 않다는 것을 소설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맥 매커친의 바람둥이 기질을 소설속에서 충분히 만끽하게 된다.맥 매커친의 능력이 부럽다.



이 소설을 기.승.전,응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는 기.승.전.탄소로 보았다. 우주여행을 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탄소이다. 지구 생태계는 일정한 비율의 산소 질소, 탄소로 유지되고 있는데, 그 상황이 지구를 벗어난 공간에도 똑같이 만들어져야 인간은 생존할 수가 있다. 나무를 심고, 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지구 뿐 아니라 우주에서도 똑같이 형성되어야 우리는 비로소 우주여행을 꿈꿀 수 있고, 화성 여행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우주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기 위해서 필요한 케이블 또한 탄소로 만들어진다. 우리가 미래에 꿈꾸는 화성이주 또한 마찬가지이다.


인조고기 만드는 것, 맥 매커친은 인조고기를 만들 줄 안다. 실제로 인조고기란 일정한 원소 비율을 섞어서 인위적인 형태를 만드는 것이다. 맛을 음미하기 위해서 먹는 것이 아닌 생존 도구로서 최후의 수단일 뿐이다. 그것은 맥 매커친 뿐 아니라 같이 화성으로 가는 팀 동료들 또한 마찬가지이며, 빌리는 우주 여행에서 심각한 정신병력 증상이 있다. 어쩌면 인간이 우주여행을 할 때 가장 우려스러운 일이 정신병력 증상, 심리적 압박과 중력의 변화로 마주하는 몸의 변화가 아닐까, 태양에서 불어오는 방사능 물질, 태양풍..그런 것들을 우리 몸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어야 우리는 생존이 가능하다.


화성 탐사의 꿈을 꿀 수 있었던 건 바로 3D 프린터의 등장에 있다. 최소한의 인원으로 우주여행을 해야 하는 특징상, 그안에서 필요한 모든 것을 스스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재료조차 그들이 스스로 자급자족 해야 하며, 3D 컴퓨터는 설계도만 있다면 전문가적인 지식이 요구되지 않아도 똑같이 만들수 있는 아주 큰 도구이다. 여기서 맥 매커친이 직접 3D 컴퓨터를 만지는 모습이 눈길이 갔으며, 그것이 한대가 아닌 여러대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렇게 이 소설 속에서 느끼는 우주 엘리베이터를 만드는 작업 6만 km 의 기다란 케이블 줄을 연결하는 과정은 순탄치 않다. 타원형을 도는 소행성을 붙잡아서, 인간이 의도하는 궤도를 돌게 하는 것, 맥 매커친이 느끼는 죽음에 대한 공포와 아찔한 순간들, 그런 모습은  사랑을 전해 주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하며, 그것을 시도하는 맥 매커친의 모습은 여느 남자들에게서 볼수 없는 틀별한 일이었던 것이다. 이 소설은 그렇게 맥 매커친의 3년간의 소행성 포획일지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또한 과학소설이면서 우리의 일상을 엿보는 친숙한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