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제16회 노작문학상 수상작품집
신동옥 외 지음 / 새봄출판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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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작 문학상은 1947년 4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시인 홍사용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기 위한 상이었다.일제감점기를 고스란히 마주하였던 노작(露雀) 홍사용 시인..그의 대표작으로는 <나는 왕이로소이다> 가 있다. 이 시를 읽으면서 그의 살아생전 시의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하였으며, 신동옥 시인을 포함한 아홉 시인의 작품과 마주할 수가 있다.눈길이 갔던 시가 오은 시인의 <58년 개띠>와 안상학 시인의 <봄밤> 이다.


봄밤


안동 살 땐 친한 친구가 툭하면 서울 가는 것 같더만
서울 와서 살아보니 그 친구 자주 안 오네

서울 와 살아 보니 서울 사람들도 다 이해가 가네
내 안동살 땐 어쩌다 서울 오면
술자리 시작하기 바쁘게 빠져나가던 그 친구들
그렇게 야속해보이더니만
서울 살아보니 나도 술자리 시작하기 무섭게
자꾸만 시계를 들여다보네

안동 어디 사과꽃 피면 술 마시자던 그 약속 올 봄도 글렀네
사과꽃 내렸다는 소식만 날아드는 봄밤 (p90)


58년 개띠

앞만 보며 달려왓어요
뒤를 볼 겨를이 없었어요
누가 쫒아오고 있는 것처럼
그림자를 볼 여유가 없었어요

뒷바라지하느라 이렇게 늙었어요
앞에 뭐가 있는지 알 수 없었어요
누가 달아나고 있는 것처럼
몰아세우니 밀어붙이는 수밖에 없었어요

위를 떠받들며 살아왔어요
아래를 보살피며 살아왔어요
위 아래가 있는 삶이었어요
옆에 누가 있는지
어떤 풍경이 흘러가고 있는지
이 거대한 풍경에서 나는 어떤 표정을 담당하고 있는지

하나도 궁금하지 않았어요

실은 무서웠어요
일그러져서 다시 펴지지 않을까 봐
희미해져서 다시 생생해지지 못할까 봐 (p101)


두 편의 시를 읽으면서 시의 의미가 무엇인지 마주하게 된다. 우리의 언어로 우리의 삶을 노래한다는 것이,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우리의 삶과 밀접한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지 두 편의 시를 통해서 알게 된다. 공감과 이해라는 것은 한정된 언어와 한정된 삶 속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마주하는 인생 일치가 아닐까 생각하였다. 안상학 시인의 <봄비>에서 느낀 것은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서야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서로가 서로를 이해한다는 착각 속에 살고 있으며, 그것이 오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미쳐 하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시를 통해서 우리 삶을 거울을 통해서 마주하게 된다. 비슷한 인생과 비슷한 시간적인 스펙트럼을 공유하며 살아왔던 두 친구가 지리학적인 이질감과 마주할 때 그들의 생각과 가치관이 달라 질 수 있다는 걸 이 시는 말하고 있다.


58년 개띠. 우리의 근현대사의 많은 것들을 경험한 세대였다. 1950년 한국 전쟁이 끝난 뒤 가난을 고스란히 마주 하였던 그들의 어린 시절.. 그들은 배고픔이 일상이 되었으며, 그들의 목적을 생존이었다. 군부 독재 정치와 마주하고, 운동권이 되어서 앞장서서 싸웠던 이들도 58년 개띠였다. 그들의 삶은 개처럼 뛰어 다니고 뒹구르면서 싸우면서 자신이 얻고자 했던 것을 가지려고 노력했다. 그것이 그들의 치열한 인생을 나타내는 것이고, 그들은 애써 자신의 두려움을 숨기고 살아야 했던 것이다. 그들이 경험했던 두려움 또한 다른 사람과 별반 다르지 않은데, 그들에게 58년생이라는 하나의 굴레가 그들을 다르게 보았고 편견과 선입견 속에서 그들은 살아왔다. 2016년 50대의 마지막 순간과 함께하는 그들의 삶을 되돌아 보았다.. 나의 주변에 58년 개띠들이 누구인지 생각할 수 있었고, 그들 또한 우리 사회의 주인이면서 다시 은퇴하는 시점과 마주하게 된다. 그들의 두려움과 불안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게 해 주는 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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