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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내게 행복하라고 말했다
에두아르도 하우레기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가끔
인간으로서의 존재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어릴 적부터 배웠던 교육 속에서 인간이 동물보다 우수하고 지적이라는 생각은
당연하다고 살아왔다. 돌이켜 보면 그것은 오만이었고, 인간은 동물과 별다른 게 없었다. 다만 직립보행을 하고 도구를 사용할 줄
알고, 똑똑하다는 것이 인간을 다른 동물보다 상위 포식자로서 만들어 놓았을 뿐이며, 인간에게는 그것이 행운이었던 것이다.하지만
그들은 상위 포식자로서 그것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했다. 자신을 해치는 동물들 뿐 아니라 인간들끼리 해치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인간중심주의 세계관. 그것이 바로 인간이 가지는 오만함이며, 인간 스스로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아닐까, 이 소설을
통해서 느낄 수있었다. 동물과 별반 다르지 않으면서 인간의 이기적인욕망에 대해서 이 소설은 '니들을 한번 돌아봐' 그런 말을 하고
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사라는 11년차 잘 나가는 디자이너였다. 자신과 함께 동거하는 남자 호아킨, 두사람 사이에는 아기가 없었으며,
호아킨이 자신몰래다른 여성과 사귀고 있다는 사실을 사라는 호아킨의 이메일을 직접 들어가 보면서 알게 된다. 사라가 알게 된 그
비밀, 어쩌면 사라에게는 기분 나쁜 상황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용서할 마음도 분명 있었다. 호아킨이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 변명하지
않고, 거짓말을 하지 않고, 미안하다고 사라에게 말했다면 사라는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호아킨은 그렇지 않았고,
사라가 가지고 있는 수치심과 증오, 상처를 회복시킬수 있었던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이렇게 사라와 호아킨의 어긋난 사랑, 사라는 점점 더 안 좋은 일들이 연속으로 일어나게 된다. 직장에서, 가정에서 일어나는
불행들, 사라에게 갑자기 나타난 고양이 시빌은 사라에게 자신을 이해할 수 있는 하나의 통로이자 자신을 위로해줄 수 있는 말하는
고양이였다. 이렇게 시빌의 모습에서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에서 느꼈던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성찰과 통찰력,
시빌은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너는 니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하지만 별거 아니야 라고 말하고 있다. 어쩌면 인간이 가지는 불완전함
존재론을 고양이는 알고 있었고, 그것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인간은 그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부인하고 있다. 그것이 인간이 가지는
상처와 불행의 씨앗이었고, 소설은 사라가 가지고 있는 상처와 아픔에 대해서 그것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용서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용서라는 것. 사라가 호아킨에게 드러내는 증오는 사라 스스로 용서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건 사라가 만난 이바나가 가지고 있는
슬픔을 통해서 였으며, 이바나가 선택한 그 용서와 그 뒤에 감추어진 슬픔과 상처에 비하면, 자신이 가진 상처와 아픔은 작은 것이며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고양이 시빌이 사라에게 말하고 싶었던 '행복'이었고, 소설을 통해서 그걸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