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뇌가 섹시해지는 인문학 지도
뤼크 드 브라방데르.안 미콜라이자크 지음, 이세진 옮김 / 더퀘스트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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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접한 그 느낌은 낯설다. 그동안 읽었던 인문학 책은 어떤 주제에 대해서 그 주제와 연관되어 있는 철학자, 사상가를 등장시켜, 인문학이라는 거대한 화두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인문학에 대해서 14개로 세분화시켜서 지하철역과 노선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등장시켜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서 프로이트하면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구스타프 융과 칸트이며, 그들을 프로이와 인접한 역으로 배치시켜서 그들의 연결을 설명하는 형식이다. 그런 방식이 때로는 낯설고 신선하다는 걸 알게 된다.

책에서 말하는 14개는 철학, 모델, 체계,지각, 논리학, 언어 심리학, 인식론, 기술, 혁신, 창의성, 미래학,윤리학, 유머이며, 14개의 지하철 노선이다.보다시피 1호선 철학 부터 8호선 인식론이 과거라면, 9호선 기술부터 14호선 유머까지는 최근 100년을 다루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철학이 가장 오래되었다 생각하기 쉽지만 , 철학보다 더 오래된 것은 바로 8호선 인식론이며, 3000년이라는 긴 시간을 다루고 있다. 그에 반해 철학은 2000년, 남짓의 역사를 다루며, 심리학은 칸트 이후 200년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는 것을 짐작하게 된다.

이렇게 14개의 인문학 지하철 노선 중에서 철학이 가장 끌리지만, 책에서 철학을 다루는 양이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크게 언급할 필요는 없어보인다. 다만 과거 그리스의 소크라테스에서 시작하여 마지막 역, 마르크스와 사르트르까지 다루고 있으며, 20세기 철학자로는 우리가 알고 있는 한나 아렌트가 이 범주에 포함될 수 있다. 또한 21세기 철학자의 범주에 우리가 잘 아는 정치 철학자 마이클 센델이 포함되지 않을까 추측할 수 있다.

5호선 논리학과 6호선 언어. 이 두가지는 서로 교차될 수 밖에 없다. 논리학은 철학에서 파생되었으며, 학문에 잇어서 완전함을 추구한다. 물리학은 어느 정도의 오차를 용납하지만 논리학의 정수라 불리는 수학은 오차를 용납하지 않는다. 그래서 항상 수학적 정의는 언제나 오차에 대한 검증이 요구되며, 작은 실수나 틀림이 보인다면, 그것은 폐기 될 수 밖에 없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논리학의 근저에는 언어가 있다는 사실이다. 지구상에서 우리는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지만 인문학에서 요구되는 언어는 한정되어 있다. 그들의 언어를 배울 수 밖에 없으며, 그들이 쓰는 언어의 특징에 따라갈 수 밖에 없다. 그건 언어가 가지는 특별한 성질, 즉 사유에 있어서 제한이 올 수 밖에 없다는 특징을 지니며,  언어학자 뿐만 아니라 인문학 그 자체가 특정 언어에 고정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 할 수 있다. 책에는 언어학이라는 개념을 만든 페르디낭 드 소쉬르의 업적 뿐 아니라 언어학에 잇어서 잘 알고 있는 언어학자 노엄 촘스키,미셸 푸코에 대해 언급하고 있으며, 자크 데리다 또한 언어에 포함되고 있다.

14개의 지하철 노선을 여기에 모두 언급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14개의 노선은 철학이라는 커다란 동맥 줄기에서 파생되었으며, 최근 우리에게 기술,혁신과 창의성의 밑바탕에는 철학이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왜 인문학이라는 거대한 줄기를 공부해야 하는지 알게 된다. 반면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이 책이 인문학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1000페이지 정도의 분량을 추구하는 건 어떨까 생각해 보았다. 260페이지의 작은 분량에 많은 걸 담으려 하니,인문학에 있어서 중요한 사람들이나, 그들과 다른 사람들의 연결고리가 듬성듬성 빠져 있는게 조금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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