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땐 쓸쓸해도 돼 - 김광석을 사랑한 서른네 명의 시인들
박준.김이듬.김행숙.장석주 외 지음, 김현성 기획 / 천년의상상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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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치지 않은 편지


풀잎은 쓰러져도 하늘을 보고
꽃 피기는 쉬워도 아름답긴 어려워라
시대의 새벽길 홀로 걷다가
사랑과 죽음의 자유를 만나
언 강바람 속으로 무덤도 없이
세찬 눈보라 속으로 노래도 없이
꽃잎처럼 흘러흘러 그대 잘 가라
그대 눈물 이제 곧 강물 되리니
그대 사랑 이제 곧 노래 되리니
산을 입에 물고 나는
눈물의 작은 새여
뒤돌아보지 말고 그대 잘 가라


시인 정호승님의 시이면서, 가객 김광석의 마지막 노래인 <부치지 않은 편지> . 김광석은 그렇게 20년전 1996년 1월 우리곁을 떠나고 말았다. 우리 삶에 많은 여운을 남기고 간 사람. 32년, 짧은 인생을 살아간 그에 대해서 우리는 여전히 그리워하고 생각하면서, 그의 목소리를 찾게 된다. 그는 우리의 현재를 말하고 있으며, 우리의 내면 깊숙한 외로움과 쓸쓸함을 노래로 표현했으며, 그것이 우리에게 위로를 전해주는 건 아닐런지. 그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쓴 책이 바로 <이럴 땐 쓸쓸해도 돼> 였다.


우리는 언제나 행복과 즐거움을 찾아 다니고 있다. 미래의 행복을 가지고 싶어했으며, 현재 나의 쓸쓸함과 외로움을 멀리 하게 된다. 살면서 갑자기 훅 들어오는 쓸쓸함이라는 그 불편한 감정에 대해서 우리는 그것을 해소하지 못하고, 인정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건 아닐런지. 이불을 덮어쓰고, 쓸쓸함을 감추고 몸부림 치면서 우리는 살아간다. 그러면서 여전히 그 감정을 감추면서 행복을 찾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김광석은 이제 쓸쓸해도 괜찮아. 내가 위로해 줄께..그말을 하고 있다.. 나의 쓸쓸함은 누군가의 행복을 통해서 위로 받는 것이 아닌, 누군가의 또다른 쓸쓸함을 통해서 상쇄되고 있으며, 우리는 그렇게 쓸쓸함을 인정하게 된다. 김광석의 노래가 우리에게 자꾸만 들리는 건 글의 노래에서 느껴지는 쓸쓸함이며, 나의 쓸씀함을 숨길 수 있는 건 아닐런지. 그것을 이 책을 통해서 느낄 수가 있다.


불현듯 떠올리게 되는 노래. 항상 좋아하지 않지만 혼자 있을 때, 누군가 함께하지만 나 혼자 아픔과 마주할 때, 김광성의 노래를 들으며 그에 대한 추억을 공유하는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행복이다. 때로는 그의 삶과 겹쳐지는 시간이 얼마 되지 않지만 그와 함께 했다는 것, 그와 함께 호홉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행복이었던 것이다. 일상속에서 느껴지는 소소한 행복은 어쩌면 그런 것이 아닐까..김광석의 노래는 그렇게 우리곁에서 가까이 하거나 그렇다고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채 등대처럼 우리 곁을 맴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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