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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시그널 1
이인희 지음, 김은희 소설 / 클 / 201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드라마
성애자였던 내가 언제부터인가 드라마를 끊어버렸다. 막장 드라마 일색에서 정말 볼 만한 드라마가 없었으며, 간혹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드라마조차 심드렁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드라마에 다시 관심을 가지게 된 건, 따스한 드라마, 착한 드라마가 조금씩
소개되면서부터 였다. 몇몇 드라마 속 인물들의 모습 속에서 인간미를 느낄 수 있었으며, 그동안 보지 못했던 드라마에 대해 다시
보고 싶어졌다. 물론 이 책을 모티브로 그려낸 tvN에서 방영된 <시그널> 또한 마찬가지이다.
이 책에는 세 명의 주인공이 있다. 여성 형사 차수현, 차수현의 선배 이재한, 그리고 실출내기 겨위 박해영이 있다. 그들은 각자
아픈 상처를 가지고 있었으며, 차수현과 박해영이 왜 형사가 되려고 했는지 소설 속에서 느끼게 된다. 시그널 1권에 등장하는 네
건이 사건 속에서 경찰로서의 그들의 숨어있는 고뇌와 아픔을 느낄 수 있다.
책에 나오는 네 개의 사건은 <김윤정 유괴사건>,<경기남부 연쇄살인사건><<대도
사건>,<신다혜 자살사건> 이며 과학수사가 진행되지 않았던 과거의 미제 사건을 다루고 있다. 물론 네건의 사건들은
실제 대한민국에 있었던 미제 사건이며, 공소시효가 지나 아직 범인이 잡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시그널 1>에서는
범인이 누구인지 확연하게 드러나며, 그 범인들은 왜 범죄를 저질렀는지 역추적하게 된다.
김윤정 살인 사건 속에서는 박해영의 어린 시절의 기억이 존재하며, 차수현과 박해영 사이의 갈등도 엿볼 수 있다. 한 사건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입장차이, 그들은 같은 일을 하고 있으면서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그건 경찰로서의 직분 안에 숨어있는
서열과 성과에 따른 포상 문제, 어떤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 필요한 수사인력과 많은 문제들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이 소설에서 하나의 특징을 알 수 있다. 그건 과거와 현재가 무전기라는 것을 이용해서 소통한다는 것이다. 처음엔 해결하지 못했던
장기 미제 사건이 무전기 하나로 해결되고 잇으며, 장기 미제 사건들이 쉽게 풀리고 있다. 그건 과거에는 DNA 검사와 같은 기술이
없었고, 심증과 물증으로 밝혀야 한다는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어쩌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함으로서, 어떤 미제 사건에서 풀리지
않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고, 결정적인 증거를 얻게 된다.이런 모습들은 장기미제 사건을 실제 다루는 이들이 가지고 잇는 고민들
중에서 증거 불충분과 기억의 미비함, 그리고 수사를 하는데 있어서 필요한 자료들이 없는 것에 대해 작가는 스스로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주는 매개체인 무전기를 등장시켰다고 볼 수 있다.
지금과 달리 과거에는 경찰이 수사를 하는데 있어서 고위층에 대한 칼날을 겨눈다는 것이 경찰이라는 직업을 잃게 되는 이유가 된다.
법을 악용하는 사람과 법 위에 존재하는 또다른 누군가의 힘겨루기, 소설 속에는 정의가 승리한다는 것을 보여주지만 실제 우리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현실 속에서 자신과 타협하며, 때로는 자신이 가지고 잇는 직분으로서의 자괴감도 느낄 것이다. 그리고 범인을 잡는
과정 뿐만 아니라 경찰의 마음 속 숨어있는 심리도 소설 속에서 잘 묘사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