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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슬픔
공광규 지음 / 교유서가 / 2016년 9월
평점 :
우리가
살아가는 그 흔적은 뭔가 다른 듯 하면서도 비슷한 삶을 살아가게 된다. 태어나서 부모님의 손길을 통해 보호 받으며 살아가다가
어느 순간 그것이 바뀌는 순간을 맞이 하게 된다. 보호하는 입장에서 보호받는 입장으로, 보호받는 입장에서 보호하는 입장으로 ,
그렇게 우리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비슷한 패턴과 궤도를 따라 움직이고 있다. 그것이 어쩌면 우리 스스로 삶과 죽음 그 경계선에서
마주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할 수 있다.
시인의 글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비슷한 우리들의 삶들. 고향이 있고, 추억이 있고,가족이 있고, 나와 겹쳐지는 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면서 읽어 가게 된다.저자의 기억속에 남아있는 구봉광산. 구봉광산은 충청남도 청양에 있다. 그동안 광산
하면 강원도라 생각했는데, 그게 의외였다. 물론 내가 사는 곳 가까운 곳에는 광산이 있으며, 광부들은 광산을 터전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어두 컴컴 한 곳에 검은 탄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살아갔던 그들의 삶.내가 사는 곳에 기차가 발달된 이유도 탄광이 가까이
있었기 때문이다. 매일 탄광에서 캐낸 석탄을 기차로 전국으로 이동 시켜야 했던 과거의 추억..이젠 그곳은 사람들이 살지 않은
곳으로 바뀌었으며, 기차역 또한 탄광의 운명과 같은 삶을 살아가게 된다. 간이역으로 바뀌게 된 철암,분천역이 바로 그곳이며, 매일
정기적으로 다니는 기차가 있을 뿐이다.
사람은 누구나 고아가 된다. 어릴 적엔 그걸 모르면서 살아간다. 아니 모를 수 밖에 없다. 영원히 나의 부모님은 내곁에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부모님이 떠날 거라는 걸 느끼는 순간은 바로 부모님의 몸이 아파 올 때이다.
하룻밤 사이에 건강했던 과거의 부모님의 모습이 이젠 그렇지 않음을 깨닫게 될때 불안이 엄습해 온다. 슬프고도 슬픈 우리의 삶 그자체이며 시간의 테두리 속에 살아가는 우리의 진리이다. 그것을 이 책을 통해서 느끼며,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저자는 30년 만에 처음으로 산문집을 출간하였다. 어쩌면 이 산문집을 시자으로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보려 했던 건 아닐런지. 우리 말에 회자정리 거자필반 [會者定離去者必返] 이라는 말 속에서 우리는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게 된다. 그러면서 우리는 우리 스스로 정리해야 하는 필연성을 느끼게 된다. 저자 또한 그럴 필연성을 스스로 느낀 건 아닌 지 이 책을 통해서 그걸 깨닫게 된다.그리고 우리는 저자의 그 삶 속에서 우리의 삶을 되돌아 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