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로 숨 쉬고 싶은 그대에게 - 직장인의 어깨를 다독인 51편의 시 배달
김기택 지음 / 다산책방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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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나 시인이 된다. 일상 속에 내가 보는 많은 이야기들이 시로 만들어 지고 시를 통해서 잃어버린 기억들을 재생하게 된다. 어린 시절 당여하게 써 왔던 것들이 지금은 쓰여지지 않는 사실에 눈물짓게 되고, 애틋함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시를 통해서 우리 삶을 돌아보고 시인에 의해서 쓰여진 시 구절 하나는 나의 이야기가 될 때 한번 더 읽게 된다.


이 책에는 51편의 시가 들어있다. 시 뿐 아니라 시인의 이야기도 있다. 시를 쓰면서 생각난 시인의 상념들이 모여서 작가는 이 시를 어떻게 써 내려 갔는지 이야기 하는 것 같다. 앞만 보고 달려가는 우리들에게 시를 통해서 우리는 옆을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옆에 있는 사람에게 손을 내밀게 된다.


종이 한 장과 연필 하나면 누구나 시인이 된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시인을 조금 낮춰보는 경향이 있다. 시 구절 하나 남기기 위해서 많은 상념들이 존재한다는 걸    기억하지 못하고 무시하게 된다.그걸 알면서도 외면하고 살아가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시를 이용하고 시인을 이용하면서 시 안에 존재하는 이야기에서 나를 찾아가는 것이다.


자연적인 것과 인공적인 것.소설이 인공적인 것이라면 시는 자연적인 것에 가까워진다. 추상적이지만 그 안에서 문명의 때를 벗기고 시인의 삶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그리고 그 사람은 어떻게 살아왔는지 느껴 간다..


오토바이


이원


왕복 4차선 도로를 쭉 끌고

은색 오토바이가 굉음을 내며 질주한다

오토바이의 바퀴가 닿은 길이 팽창한다

길을 삼킨 허공이 꿈틀거린다

오토바이는 새처럼 끊긴 길을 좋아하고

4차선 도로는 허공에서도 노란 중앙선을 꽉 붙들고 있다


오토바이에 끌려가는 도로의 끝으로 아파트가 줄줄이 따라온다

뽑혀져 나온 아파트의 뿌리는 너덜너덜한 녹슨 철근이다

썩을 줄 모르는 길과 뿌리에서도 잘 삭은 흙냄새가 나고

사방에서 몰려든 햇빛들은 물을 파먹는다

오토바이는 새처럼 뿌리의 벼랑인 허공을 좋아하고

아파트의 창들은 허공에서도 벽에 간 금을 필사적으로 붙잡고 있다


도로의 끝을 막고 있던 아파트가 딸려가자

모래들이 울부며 몰려온다 낙타들이 발을 벗어들고 달려온다

그러나 낙타들은 우는 모래 밖으로 나가본 적이 없고

모래들은 울부짖으면서도 아파트 그림자에 자석처럼 철컥철컥 붙어간다


모래도 뜨겁기는 마찬가지여서

오토바이는 허공에 전 생애를 성냥처럼 죽 그으며 질주한다

아파트는 허공에서도 제 그림자를 다시 꾸역꾸역 삼키고 있다.(p116)


자본주의 삶에 익숙한 우리의 삶. 생명을 귀하게 여기지만 어쩌면 우리는 생명을 소비하고 있다. 우리가 만들어낸 이기적인 것들은 인간의 생명을 담보로 하여 만들어낸 것이다. 또한 동물도 마찬가지이며, 자본주의는 많은 것들을 소멸시킨다. 자연이 수백년간 준비해온 많은 것들을 인간은 200년이 안 돼는 그 기간동안 소비하고 있으며, 그것을 느끼지 못한다. 왜일까 왜일까. 그건 내 앞에 놓여진 자원이 무궁무진할 거라 생각하고 있으며, 자원을 이용하지 않는 건 어리석고 바보스럽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오토바이라는 것은 우리가 만들어낸 자본주의의 한 단면이다. 아파트도 마찬가지이며, 오토바이가 달리는 길 또한 마찬가지이다. 오토바이가 중앙선을 넘나들면서 아슬 아슬한 곡예운전을 하는 것처럼 인간도 자본주의라는 중앙선에서 곡예운전을 하며 살아간다. 자본주의의 종말은 어쩌면 인간의 소멸이 아닐런지..그런 생각을 문득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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