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공의 벌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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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작으로 유명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천공의 벌>은 원자력 발전소를 다루고 있다. <천공의 벌>은 1995년에 발표된 소설이다.체르노빌 사고나 쓰리마일 원전 사고는 이 책이 출간하기 전에 일어난 사건이며,일본의 후쿠오카 원전 사고나 미국의 9.11 사태는 <천공의 벌> 이 출간된 이후에 일어난 사고였다는 사실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책이 출간된지 21년이 지난 2016년 현 시점에서 이 소설을 읽어 간다면 소설 속 이야기에 대해 뜬구름 잡는 느낌도 간혹 느낄 수 있다. .

이 소설을 읽기 전 원자력 발전에 관한 책을 읽었기에 책에 나오는 전문적인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었다. 특히 원자력 발전에 있어서 우리가 구분하고 있는 경수로와 고속 증식로.. 소설에 나오는 고속 증식로는 실제 우리나라에 없는 원전 시설이다. 대한민국에 있는 돔 형태의 원전 시설은 경수로이며, 그 경수로에서 우라늄 235를 핵분열 시켜서 우리는 그 과정에서 전기를 얻게 된다. 우라늄 235는 플루토늄 239로 바뀌게 되며 그것을 활용할 수 없는 우리는 플루토늄 239를 원전 시설 주변에 밀폐된 채 그대로 보관하고 있다. 플루토늄이 핵무기의 원료로 쓰일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의 눈치를 보는 우리로서는 그것을 전기 생산에 활용하지 못하고 차단되어 있다.  여기서 플루토늄 239를 재처리 하여 다시 전기를 생산하는 원전 시설이 바로 고속증수로이며, 소설 속에 나오는
신양(新陽) 발전소가 바로 이것이다. 경수로가 바닷물을 이용하여 우라늄 핵분열을 제어 한다면, 고속증수로는 액체 상태의 나트륨을 이용하여 핵분열 제어를 하고 있다. 원전기술보다 더 높은 기술이 고속 증식로 건설에 실제 사용되고 있다. 헬리콥터보다 더 무거운 비행기나 전투기가 원전 시설에 박혀도 원전시설의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사실은 9.11 사태 이후 미국에서 시행했던 추락시험에서 확인되었다. 이렇게 원전 시설에 관한 간략인 이야기는 여기서 마치고 이 소설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갈 수 있다.

니시키 중공업 고마키 공장에서 일하는 유하라 가즈아키와 야마시타 가족은 어느날 공장에 함께 들어오게 된다. 여기서 두 가족의 아들 다카히코와 게이타는 호기심에 고마키 공장에 있는 헬리콥터를 찾아 다니게 되고 두 사람의 장난에 의해 격납고에 보관되어 있는 헬리콥터가 조종사 없이 스스로 움직이게 되었다. 격납고에 나온 헬리콥터는 스스로 지상에서 벗어났으며 상공으로 솟아 오르게 된다. 물론 그 안에는 야마시타의 아들 게이타가 있었으며, 유하라가 그 사실을 알아챘을 때 그걸 수습하기에 때가 늦어 버렸다. 그렇게 이 헬리콥터가 스스로 움직일 수 있었던 건 그들이 시도하고 있는 프로젝트 'B 시스템 프로젝트' 이며, 헬리콥터가 인간에 의해 조종되었던 것을 단순화시키고 , 조종에서 생길수 있는 문제들을 기계의 힘을 빌리는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그 프로젝트는 아이들의 장난과 누군가의 의도적인 행동으로 인하여 큰 문제가 생겼으며, 상공으로 솟아 오른 헬리콥터는 물리적인 힘을 잃어버린 채 날아가 고속증식 원형로 신양(新陽) 바로 위 300m  상공 제자리에서 호버링 하고 있었다.

헬리콥터를 조종하고 있는 범인의 행동. 그는 신양 발전소 관계자들에게 협박 메시지가 담긴 팩스 메시지가 도착한다, 일본 전역에 있는 43기의 원자력 발전소를 중단하라는 요구조건. 그 요구조건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헬리콥터는 게이타와 함께 수직낙하하고, 헬리콥터와 원전을 파괴하겠다는 메시지였다.이렇게 그가 보낸 메시지는 일본 국민에게는 두려움과 공포였다. 국민들은 체르노빌 사태와 쓰리마일 원전으로 인하여 원자력 발전소는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기에 실시간으로 전해 오는 신양 발전소 소식은 국민들을 심리적으로 압박하게 된다. 결국 국민들은 헬리콥터가 추락한다 하여도 원전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정부의 발표를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 그렇게 범인과 경찰의 쫒고 쫒기는 과정이 이 소설에 있다.

소설은 그렇게 원전과 관련한 범인이 누구인지 찾아내는 과정 속에서 우리 사회의 모습을 고스란히 투영하고 있다. 내 문제가 아니라면 무관심한 사회의 모습 속에서 책임지지 않으려 하고 회피하려는 우리들의 모습, 그로 인하여 어떤 문제가 생겨나면 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책임지려는 자와 책임에서 벗어나려는 자들 사이에서 우왕좌왕하게 된다. 그렇게 범인은 이러한 우리 사회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으며, 그 틈새를 이용해 자신의 욕망과 욕구를 채워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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