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당 정인보 평전 - 조선의 얼
김삼웅 지음 / 채륜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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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 통일을 신라가 아닌 고구려가 했다면?
이성계가 위화도 회군을 하지 않았다면?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굶어죽지 않았다면?
맥아더 장군과 트루먼 대통령 사이에서 한국전쟁을 바라보는 시선이 일치했다면?

이렇게 역사를 공부하다보면 어떤 사건에 대해 가정을 하게 되고, 역사적 사실에 대해 되물어 보게 된다. 그런 우리의 역사를 바라보는 가정법은 정사가 아닌 소설을 통해서 기록되는 경우가 있다.이 책을 읽으면 또다른 가정법과 마주하게 된다. 6.25 전쟁에서 위당 정인보가 피랍되지 않았다면 우리는 그의 업적을 어떻게 기술 할 것인가? 였다. 지금처럼 위당정인보가 누구였지 하고 말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단재 신채호처럼 역사교과서에서 그의 업적에 대해 재확인하고, 그의 업적과 독립운동에 대한 흔적들을 찾아 나섰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으며, 그것은 때로는 아쉬움으로 남게 된다.

위당 정인보의 삶을 보면 그의 증조 할아버지까지 이어지게 된다. 영의정을 지냈던 정원용은 그의 증조할아버지였다.정인보의 조부모 또한 조선에서 양반가문으로서 살아왔으며, 정인보에게로 그 영향이 이어지게 된다. 하지만 그의 삶 속에는 일제 치하가 있었으며, 정인보는 친일이 아닌 독립운동에 앞장서게 된다.그리하여 그는 조선의 마지막 양명학자이면서, 조선의 정체성을 후대에 남기고 싶어했을 것이다. 그가 조선의 얼에 관심가지고 그것을 정리했던 이유 또한 여기에 있었다. 일본에 의해 저지러진 한반도의 정체성과 정통성 왜곡, 그들은 역사 왜곡을 통해서 자신이 조선을 침탈한 것에 대해 합법성을 내세우고 있었다. 반골기질을 타고난 정인보로서는 그것을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었다. 집안의 가산을 모두 독립운동에 부었고, 가난한 삶을 살았지만 그는 독립운동가로서, 사학자로서,언론인으로서 조선의 독립을 위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찾아 나갔다. 친일이었다면, 그는 선조가 남겨놓은 재산을 이용해 편하게 살아갈 수 있었다.하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으며, 마지막까지 스스로 신념을 조선 땅에 뿌리 내리고 있었다.

그의 역사와 그의 업적은 1950년에 멈추게 된다. 6.25 동란이 발발하고, 그는 북한 인민군에 피랍되어 버렸다. 그로 인하여 그의 업적은 하나 둘 지워 버렸던 것이다. 아니 어쩌면 우리가 스스로 그의 업적을 재조명할 필요가 없었다가 맞을 수도 있다. 조선의 역사를 거론하는데 있어서 단재 신채호 한사람으로 충분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것이 아쉬울 뿐이다. 독립운동가였지만 그 업적이 도드라지지 않았으며, 언론인으로서 조선의 자긍심을 내세우려 하였지만 정작 주인공이 되어야 할 그 자리에 그는 존재하지 않았고,피랍되었고 사라져 버렸다. 또한 우리 역사에는 위당 정인보 뿐만 아니라 독립 운동가로서 살아왔지만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채 사라진 사람들이 많다는 걸 재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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